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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검증 없는 언론·후광 입은 세종메디칼… 임상승인 ‘막전막후’
  • 김영 기자
  • 등록 2026-09-08 12: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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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2상 ‘95% 회복’ 대대적 보도… 식약처, 두 차례 “유의성 없다”
  • 동물실험·14개 보완 거쳐 2·3상 승인… 그 사이 김승원의 식약처장 연락
  • 언론, 승인은 크게 보도… 위험신호는 판결문 통해 뒤늦게 수면 위

제주 지역에 자생하는 담팔수. 담팔수 잎 추출물은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의 원료로 활용됐다. [사진=연합뉴스]2021년 10월27일 국내 언론에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천연물 신약’, ‘인도 임상에서 95% 회복’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었다.

당시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제넨셀뿐 아니라 투자회사와 관련 상장사들까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약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임상승인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면 시장과 국민에게 알려진 모습과 식약처 내부에서 실제 진행된 심사 과정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다.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경희대 교수의 형사사건 1심 판결문에는 당시 식약처가 인도 임상 2상 결과를 두 차례 검토하고도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실과 비임상자료 보완 요구, 이후 14개 항목에 이르는 자료 보완을 거쳐 최종 임상 2·3상을 승인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법원은 제넨셀 측이 제출한 일부 비임상자료에 실제 실시하지 않은 실험을 실시한 것처럼 기재하거나 실제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불리한 결과를 누락해 식약처 담당자가 이를 정상적인 자료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2021년 당시 임상승인의 전 과정이 다시 검증대에 오르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 것은 ‘6일 만에 95% 회복’

ES16001은 제주 등지에 자생하는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천연물 기반 신약 후보물질이다. 제넨셀은 2020년 인도에서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실시했다. ES16001 투여군 30명과 대조군 30명을 비교한 소규모 시험이었다.

하지만 제넨셀 측이 강조한 숫자는 강렬했다. 투약 6일째 ES16001 투여군에서 ‘95%의 환자가 회복했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국내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021년 10월 국내 임상 2·3상 승인이 이뤄졌을 때도 일부 언론은 다시 ‘인도 임상 95% 회복’이라는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 기사에서는 제목에서부터 ‘95% 회복 효과’와 식약처 임상승인을 함께 배치했다.

그러나 시험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인도 임상 결과는 동료평가를 거친 정식 논문이 아니라 사전논문 형태로 공개됐고,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양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인도 임상시험등록소(CTRI)에 등록된 시험의 성격이다. 해당 시험은 일반적인 `약(Drug)` 임상이 아니라 인도 전통의학 체계인 `아유르베다(Ayurveda)` 유형으로 등록돼 있었다. 일반 신약 임상시험 규제당국인 인도 의약품관리총국장(DCGI·Drugs Controller General (India))의 규제승인 항목도 Not Applicable, 즉 ‘해당 없음’으로 표시됐다.

담팔수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물 제제라는 점에서 인도에서 아유르베다 체계의 임상으로 진행된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도에서 전통의약품 체계로 진행된 60명 규모 시험 결과를 한국의 코로나19 신약 개발에서 어느 수준의 임상적 근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적어도 당시 식약처의 초기 평가는 시장의 기대와 크게 달랐다.

식약처는 두 번 “유의성 없다”

판결문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1년 1월22일 제넨셀과의 사전상담에서 인도 임상 2상 결과를 검토했다. 판단은 명확했다. “유의성이 없다.”

식약처는 인도 2상을 근거로 국내에서 곧바로 3상으로 넘어가기보다 ‘2상부터 다시 신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약 5개월 뒤인 6월23일 두 번째 사전상담에서도 식약처는 인도 임상 결과에 대해 다시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S16001이 코로나19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결국 식약처는 햄스터를 이용한 `in vivo` 동물실험을 비롯한 비임상자료를 추가로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95% 회복’이라는 숫자가 알려지고 있었지만, 정작 원자료를 검토한 한국 규제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인도 임상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식약처의 판단은 당시 승인 관련 주요 언론보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임상자료에서 드러난 더 큰 문제

식약처의 요구에 따라 제넨셀 측은 비임상자료를 보완해 나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단순한 ‘효과 논란’을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제넨셀 측이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실험을 실시한 것처럼 작성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도로 실제 햄스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실험에서는 약물 투여 과정에서 일부 개체의 폐사와 약물 역류·토혈, 위중 상태 등이 나타난 것으로 판결문에 적시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불리한 결과 가운데 일부가 식약처에 제출된 최종자료에서는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이 본 핵심은 ‘식약처 심사자가 이 같은 허위 기재나 불리한 결과의 누락을 알지 못한 채 제출 자료를 정상적인 비임상자료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1심 재판부는 제넨셀 측이 허위·누락 자료를 제출해 담당 공무원의 심사·승인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약 임상시험은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임상시험 진입 전에 실시하는 동물실험의 이상반응과 독성 관련 정보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중요한 질문은 식약처가 위험신호를 알고도 무시했느냐만이 아니다. ‘최종 승인 당시 식약처가 실제로 보고 판단한 자료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고, 무엇이 빠져 있었느냐’도 규명돼야 한다.

9월23일 신청… 식약처는 14개 보완 요구

제넨셀은 2021년 9월23일 ES16001의 국내 임상 2·3상 시험계획(IND)을 정식 신청했다. 일주일 뒤인 9월30일, 식약처는 인도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상세 근거자료 등을 포함해 총 14개 항목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승인이 임박해 형식적인 절차만 남아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김승원 당시 민주당 의원의 식약처 연락이 등장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브로커 양모씨로부터 제넨셀 임상시험과 관련된 부탁을 전달받고 10월12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처장은 “현재 자료 보완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제넨셀은 그로부터 엿새 뒤인 10월18일 최종 보완자료를 제출했다. 식약처는 10월22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10월26일 임상 2·3상을 승인했다.

시간표를 펼쳐놓으면 당시 심사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 후보자 측은 이 같은 시간표가 정상적인 식약처 심사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제넨셀이 6월부터 식약처와 사전상담을 진행했고, 9월 신청과 보완 요구, 10월18일 최종 자료 접수 이후 정상적인 신속심사 절차에 따라 26일 승인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수사 과정에서도 식약처 직원들이 별도의 지시를 받거나 특별보고를 했다는 진술이 없었고 김강립 전 처장과 관련 직원들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 김 후보자 측 설명이다.

1심 법원 역시 김승원 의원의 연락 때문에 식약처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거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김 후보자의 문자 한 통 때문에 임상승인이 이뤄졌다고 현재 단계에서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이것과 별개로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 있다.

허위·누락된 비임상자료가 식약처에 제출됐고, 담당자가 이를 정상적인 자료로 받아들여 심사·승인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김승원 후보자의 연락이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허위·누락 자료 제출로 식약처 심사가 방해됐다는 법원의 판단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승인은 대서특필…심사 과정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국민과 투자자들이 이러한 과정을 얼마나 알고 있었느냐다.

2021년 10월27일 국내 주요 언론은 제넨셀이 식약처에서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내와 유럽·인도 등에서 1100여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회사 측 설명도 함께 전달됐다. 기사의 중심은 ‘임상 2·3상 승인’과 향후 글로벌 임상 계획이었다. 일부 매체에서는 여기에 인도 임상에서 확인됐다는 ‘95% 회복’ 수치까지 결합했다.

그러나 본지가 당시 주요 보도를 다시 확인한 결과 ‘식약처가 1월과 6월 두 차례 인도 임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 추가 비임상자료를 요구했다는 사실, 9월 말 14개 항목을 보완하도록 했다는 사실은 승인 관련 기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식약처는 통례와 달리 임상 승인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은 해당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국가기관의 인증이 아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다음 단계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95% 회복’이라는 숫자와 ‘식약처 승인’이라는 표현이 한 기사 안에서 함께 전달될 경우 일반 투자자나 독자는 마치 식약처가 치료 효과 자체까지 확인해준 것처럼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다.

정작 식약처가 그보다 앞서 두 차례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판결문 통해 뒤늦게 드러난 심사 과정

이 승인 과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6년 9월 김승원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 사실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면서다.

최근 언론은 강세찬 교수 사건의 1심 판결문을 토대로 2021년 당시 식약처의 사전상담 내용과 비임상시험, 보완 요구, 최종 승인까지의 과정을 뒤늦게 상세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판결문에는 식약처가 인도 임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두 차례 인정하지 않은 사실뿐 아니라 비임상시험 자료의 허위 기재와 불리한 결과 누락 문제까지 담겨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승원 후보자의 청탁 여부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언론 역시 돌아봐야 할 대목이 있다.

2021년 제약사가 밝힌 ‘95% 회복’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식약처의 ‘2·3상 승인’을 크게 보도했다면, 그 승인이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쳤고 기존 임상자료를 식약처가 어떻게 평가했는지까지 확인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오·신약 보도에서 회사의 보도자료와 주가 움직임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언론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다.

‘95% 회복’과 ‘유의성 없음’ 사이

제넨셀 사건을 다시 보면 두 문장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하나는 2021년 시장을 휩쓴 “인도 임상에서 95% 회복”이라는 문장이다.

다른 하나는 당시 일반 국민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식약처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그 두 문장 사이에 추가 비임상시험과 14개 항목의 보완, 허위·누락 자료 제출, 김승원 후보자의 식약처장 연락, 최종 임상승인이 있었다.

김 후보자의 연락이 실제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여전히 별도의 수사와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반면 허위·누락 비임상자료가 식약처 심사에 제출됐고 담당 공무원이 이를 정상적인 자료로 받아들여 심사·승인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은 1심 법원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제 식약처가 답해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최종 승인 당시 식약처는 어떤 자료를 보고 무엇을 알지 못했나. 두 차례 ‘통계적 유의성 없음’ 판단 뒤 무엇이 보완돼 2·3상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나.”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2021년 시장과 국민에게 보여진 제넨셀의 모습과 식약처 심사 과정에서 실제 확인되고 있던 위험신호는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간극을 당시 언론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제넨셀 임상승인의 ‘막전막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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