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근 영사 순국 29주기 추념 학술 세미나.
사단법인 양지회는 16일 서울 7층 세미나실에서 최덕근 영사 순국 29주기 추념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10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언 국가정보연구원 회장이 ‘최덕근 영사 사건의 회고적 반성과 향후 해외정보활동 관련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어 홍윤근 신한대 특임교수와 임성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문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해외 공관의 보안 문제, 정보요원의 제도적 뒷받침 필요성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최덕근 영사의 희생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교·정보 인력의 안전 보장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의 비극
최덕근 영사는 1996년 10월 1일 저녁, 블라디보스토크 자택 아파트 계단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귀가하던 중 머리와 옆구리를 가격당하고 쓰러진 그는 현장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두개골 손상과 자창 흔적이 확인됐으며, 치명적인 신경작용제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가 검출됐다. 이 물질은 청산가리보다 강력해 소량만으로도 호흡과 심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당시 그의 지갑 속에는 현금 1,200달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닌 정치적·정보적 배경이 강하게 제기됐다. 러시아 당국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았다. 한국 외교관이 해외에서 피살된 첫 사례로 기록된 이 사건은 국가적 충격을 안겼다.
이름 없는 별, 그리고 교훈
세미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의 보안 강화, 정보요원 처우 개선, 그리고 정치적 부담 없는 진상규명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정보원 내 ‘이름 없는 별’ 기념비에는 지금까지 19명의 순직자들이 기록돼 있지만, 그 가운데 일반에 신원이 공개된 인물은 최덕근 영사가 유일하다. 이는 그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적 희생을 넘어, 국가적 기억으로 남아야 할 상징적 사건임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경우 600여 개의 ‘이름 없는 별’이 존재할 만큼 많은 요원들의 희생이 기록돼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숫자도 적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대부분 철저히 비공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최덕근 영사가 유일하게 공개된 사례라는 점은 그의 죽음이 지닌 국가적·역사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신언 회장은 “29년이 지난 지금도 최 영사의 희생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며 해외 정보활동의 제도적 보완과 국가적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최덕근영사 #블라디보스토크사건 #국가정보원 #이름없는별 #국가안보 #해외공관보안 #29주기세미나 #양지회 #정보요원 #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