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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유럽은 몰락, 미국은 반격, 한국은 골든타임 상실 중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22 12: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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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복지·에너지 정책 실패로 무너진 유럽
  • MAGA 전략으로 산업·안보 재건에 나선 미국
  • 내란 타령과 권력 투쟁 속에 기회를 흘려보내는 한국
유럽의 몰락은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 집단의 오판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리쇼어링과 MAGA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산업과 외교의 골든타임을 권력투쟁 속에서 허비하고 있다. 본 기사는 유럽·미국·한국의 대비를 통해 한국이 놓여 있는 현실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유럽의 몰락, 미국의 반격, 한국은 골든타임을 잃고 있다. 한미일보 그래픽


유럽은 지금 혼돈의 한복판에 있다. 영국은 제조업 붕괴의 대가를 치르고, 프랑스는 무리한 복지와 기후정책의 충돌로 거리에서 민심과 맞서고 있으며, 독일은 탈원전의 후폭풍에 제조업 기반이 흔들린다. 


좌우 이념을 막론하고 지도자 집단의 정책 실패가 국가의 몰락을 불러온 것이다. 미국은 이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리쇼어링 전략과 MAGA 이론으로 대응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내란 타령과 권력 투쟁에 몰두하며 산업과 외교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흘려보내고 있다.


혼돈의 유럽, 무엇이 문제인가?


영국은 제조업 기반을 상실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잃었다. 1970년대 30% 수준이던 제조업의 GDP 비중은 2010년대에 12%까지 추락했고 지금은 그보다 낮다. 경제 전문지 EconomicsHelp는 “영국 제조업의 상대적 쇠퇴는 1960년대 이후 이어져 왔다”고 지적한다(2025년 2월 22일).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쇠퇴라는 뜻이다.


이 추세는 현재진행형이다. S&P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25년 5월 영국 제조업 부문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큰 폭의 일자리·수출 주문 감소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무너진 자리에 금융 산업만 남았지만, 이는 지역 격차와 사회적 불만을 심화시켰다.


프랑스는 복지 확대와 기후정책의 충돌이 사회를 혼돈에 빠뜨렸다. 2018년 촉발된 ‘노란조끼 운동’은 단순한 연료세 반대가 아니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연료세가 도화선이었으나 근본적 원인은 조세 부담과 불평등, 기후정책의 정치적 설계 실패”라고 분석했다(2019년 2월 보고서). 복지 확장과 기후목표가 균형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독일은 제조업의 힘이 여전히 살아 있으나, 탈원전 정책이 산업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월 보고서에서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력망 인프라 지연과 비용 상승, 허가 병목 등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는 같은 해 “에너지 전환 비용이 2049년까지 5.4조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로이터, 2025년 3월). 이미 BASF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감산과 투자 축소를 발표했고, 철강업계는 친환경 전환을 미루고 있다.


결국 유럽의 혼돈은 좌·우,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진영이든 정책 오판이 누적되면 사회적 저항과 산업 경쟁력 붕괴로 귀결된다.


유럽의 몰락이 미국에 남긴 교훈


미국은 유럽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제조업을 잃은 영국, 에너지 비용에 휘청이는 독일, 분배정책에 갇힌 프랑스를 보면서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그 전략이 바로 리쇼어링이다. 미국 상무부 감사관실은 2025년 6월 보고서에서 CHIPS & Science 법의 보조금과 연구개발 인센티브 집행 상황을 점검하며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CSIS는 2025년 4월 발표에서 “CHIPS 법 이후 민간 투자 규모가 5,4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는 말뿐인 전략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로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전기차·배터리·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폭증시켰다. 미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영국처럼 제조업을 잃지 말고, 독일처럼 외부 에너지에 종속되지 말며, 프랑스처럼 복지와 기후정책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


바로 이 지점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이론과 맞닿아 있다. MAGA는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산업과 안보의 토대를 되찾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제조업 기반 복원, 에너지 자립, 동맹 재정의와 글로벌리즘 거부가 그 기둥이다. 즉, 유럽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미국만의 국가 생존 전략을 세운 것이 바로 MAGA의 실체인 셈이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한국은 현재 첨단산업과 기초소재산업 모두에서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7월 수출은 608억 달러로 역대 7월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수출은 147.1억 달러(+31.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2025년 8월 1일 발표). 8월에도 반도체 수출은 151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2025년 9월 1일 발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1.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성장동력은 HBM·DDR5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메모리 분야였다(2025년 6월 전망).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SNE리서치는 2025년 1~5월 한국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17.4%라고 집계했다(2025년 7월 2일 발표). 중국의 양강 체제 속에서도 비중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업 역시 기초소재 산업과 연계된 대표적 경쟁력이다.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한국은 전 세계 선박 발주 150만 CGT 중 82만 CGT를 수주하며 1위를 기록했다(2025년 4월 5일 보도). 같은 해 상반기 한국 조선 3사는 11조 원이 넘는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이는 철강·용접재·기자재 등 국내 기초소재 밸류체인과 함께 살아 있는 경쟁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쟁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으며, 동맹 전략을 그릇되게 해석하면 유럽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특히 동맹과 자주를 보완적 관계가 아닌 대립으로 보는 시각, 중국을 전략적 지렛대로 착각하는 행태는 위험하다. 일본과 유럽이 미국과 손잡은 것은 결코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이 놓치고 있는 골든타임


한국이 유럽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내부 권력투쟁을 멈추는 일이다. 


내란 타령과 정치적 사법 공방으로 국정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이, 산업과 외교의 골든타임은 끝없이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은 ‘정권의 생존’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동맹과 자주를 대립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이 중국의 함정을 피하려 손을 잡은 것은 결코 굴종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이었다. 한국 역시 동맹을 토대로 자주성을 강화해야지, 중국에 기대는 순간 오히려 스스로의 자주를 잃게 된다.


주력 산업의 기반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는 것도 절실하다. 반도체·배터리·조선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산업이다. 유럽이 지도자들의 오판으로 산업 기반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걸은 것처럼, 한국도 법과 제도를 빌미로 제조업 경쟁력을 흔든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무엇보다 정책 실패에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무능한 정권은 교체를 통해서만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정권 교체는 단순한 정치적 순환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한국 사회가 이 교훈을 잊는다면, 유럽의 몰락을 되풀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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