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러협력 엄중 우려"…러 "北겨냥 미국 활동 도발적"
뉴욕서 한러 외교장관회담…우크라이나전 이후 정식 외교장관 회담은 처음
뉴욕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 러시아는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는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26일(현지시간) 회담했다고 27일 밝혔다.
조 장관은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을 추진하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북러 군사협력 지속에 대한 엄중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겨냥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을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북한을 겨냥한 군사 활동과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 강압적 압박 정책의 도발적 성격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또 라브로프 장관이 "동북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의 현실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는 대화로 복귀하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러시아 내 한국인 보호에 대해 러시아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고,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양측은 앞으로도 필요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비록 견해차를 보이기는 했으나, 한러 외교수장이 정식으로 마주앉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정식으로 양자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장에서 조태열 당시 외교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잠시 마주앉은 적이 있지만, 약식 회동이었다.
최근 한러관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의 군사 지원을 받고 노골적 '뒷배'로 나서면서 크게 악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대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가시화하는 등 한러 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회담 성사 여건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로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파병의 반대급부로 북한을 더욱 지원하면서 한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러시아와 고위급 소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