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획] 이재명의 선택 ‘블랙록과 MSCI’, 결과는? ① 증시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27 21:26:29
기사수정
  • 지수를 만드는 심판, 동시에 뛰는 선수
  • 블랙록·뱅가드, 삼성·현대까지 손에 쥐었다
  • 외국 자본 편입은 곧 종속 위험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MSCI와 블랙록의 실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수를 산출하는 기업과 그 지수를 추종하는 자산운용사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종속 문제를 짚고, 한국 증시의 취약한 자율성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거대한 자본의 손아귀. 달러 더미 위에서 지구와 함께 조종당하는 인형, 한국 증시의 종속 위험을 상징하다. 한미일보 그래픽

목차

① 증시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② 블랙록이 설계한 산업 종속 구조

③ 매판자본주의를 선택한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MSCI와 블랙록의 실체”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다. 지수를 만드는 회사와 이를 추종하는 거대 운용사가 결합할 때, 특정 국가 증시는 순식간에 흔들린다. MSCI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수조 원대 외국 자금이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는 한국의 현실은, 우리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는 원래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였으나, 현재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독립 기업이다. 이 회사의 역할은 명확하다. 전 세계 주식시장을 분류하고 지수를 산출하며, 이를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준으로 제공한다. 대표적인 지수가 MSCI 월드(World), MSCI 신흥국(EM·Emerging Markets), MSCI ACWI(All Country World Index)다. 투자자들은 이 지수를 바탕으로 자금을 배분한다.


문제는 MSCI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해관계의 복잡성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MSCI의 최대 주주는 블랙록, 2대 주주는 뱅가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지수 산출 기업의 지분을 동시에 쥐고 있다. 즉, 지수를 만드는 회사와, 그 지수를 추종해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연결고리로 얽혀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외국 자본을 MSCI 지수 편입을 통해 끌어오겠다”는 구상은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MSCI의 지수 조정 발표 한 줄에 따라 외국인 자금은 단기간에 대규모로 빠져나가거나 몰려든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블랙록이 운용하는 ETF와 인덱스 펀드다. 룰을 만드는 심판이자 동시에 그 룰을 가장 크게 활용하는 선수가 바로 블랙록이다.


실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MSCI가 한국을 신흥국 지수에 묶어둘지, 선진국 지수로 승격시킬지를 검토한다는 발표만 나와도 증시는 크게 요동쳤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가 늘어 주가가 오르는 듯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수 변경에 따른 리밸런싱 과정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입이 반복됐다. 이는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외국 자본의 회전축이 시장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과거 정부들이 선진국 지수 편입을 서두르지 않은 이유도 단순히 ‘기준 미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국 자본 종속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지수에 포함된다고 곧바로 선진국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자본시장이 글로벌 거대 운용사에 휘둘릴 위험이 더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들 자본은 철저히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블랙록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평가에서 녹색에너지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미국 정치 변화가 곧바로 글로벌 투자 기준에 반영됐고, 이는 다시 세계 각국의 기업 투자와 자금 흐름을 뒤흔들었다. 블랙록은 금융자본을 넘어 정책과 패권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는 권력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구조 안에서 한국 증시가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 블랙록과 뱅가드는 글로벌 펀드 자금을 기반으로 수경 원대의 자산을 운용한다. 이들이 지분 5~8%를 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독립 경영을 유지하지만, 주가와 자본 조달에서 이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권이 내세운 “MSCI 편입 확대 + 외국 자본 유치”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투자 성과를 포장할 수 있는 카드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실체는 한국 시장을 글로벌 자본 질서의 말단으로 편입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MSCI와 블랙록의 관계를 이해하면, 주가 상승 뒤에 도사린 종속 위험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한국 주요 기업 지분 현황


삼성전자: 블랙록 약 5.07%, 뱅가드 약 3~4%


현대자동차: 블랙록 약 8%, 뱅가드 약 3%


SK하이닉스: 블랙록 약 5%, 뱅가드 약 3%


네이버·카카오·4대 금융지주: 블랙록 5% 이상, 뱅가드 2% 내외 보유




#MSCI #블랙록 #뱅가드 #외국자본 #한국증시 #경제주권 #이재명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투자유치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