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2020년 7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끌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허위사실공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의 발언이 다의적이라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토론회에서 ‘강제입원 지시가 없었다’는 말은 명백한 허위”라며 벌금 3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토론회 발언은 즉흥적이고 정치적 맥락이 강해 단편적으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2심을 파기했다.
이 한 번의 판단으로 이재명은 정치적 사망선고에서 벗어났고, 그가 오늘의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출발점은 바로 3심제의 최종심이었다.
하지만 그 대법원 판결은 곧바로 논란이 됐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확장했다”는 비판과 함께, “허위사실공표죄의 본래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즉, 이재명을 구제한 판결이었지만, 법적 일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남긴 판례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장면은 뒤집혔다.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공표 사건이 문제였다.
1심 재판부는 일부 발언에 허위성이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2심은 이를 뒤집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올해 대법원은 다시 이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재명에게 불리한 방향의 최종심 판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살린 3심제가 이번에는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이미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만 남은 상태다. 대법원이 재판을 열자마자 곧바로 개정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거론된다. 스스로를 위한 ‘정략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심나면 무죄가 헌법정신”이라며 검찰의 항소·상고 관행과 3심제를 문제 삼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여기에 맞장구를 치며 3심제를 비판했다. 발언의 외피는 제도 개선이지만, 실상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에 대한 정치적 반발로 읽힌다.
2020년, 그는 3심제 덕분에 살아났다. 그러나 지금은 불리한 3심제를 탓하며, 법 개정으로 피하려 한다. 그리고 동시에 국무회의에서는 ‘법의 정신’을 말한다.
이보다 더 명백한 자기모순이 있을까. 법을 방패로 삼는 자가 법치를 논하는 것만큼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일도 없다.
3심제는 완벽하지 않다. 검찰의 상소 남발, 재판 장기화, 사회적 비용 문제는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을 위한 제도 논의여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입법을 주도하고,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동조를 보내는 순간, 법치는 권력의 하수인이 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언제나 논란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법을 자신의 운명에 맞춰 고치는 순간,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3심제가 그를 살렸던 기억을 잊은 대통령은, 이제 그 제도를 탓하며 헌법정신을 운운한다.
국민은 그렇게 묻는다. “법을 바꾸는 자, 법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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