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전략 결실맺나…인텔 첨단공정 발표에 국내업계 '긴장'
빠른 경영 정상화 속 기술 성과…수주·검증은 숙제
최대주주 美정부 육성기조에 엔비디아·애플·AMD도 지원사격
부실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인텔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하에 세계 최초 최첨단 2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자 국내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역량에서 우위를 자신해온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를 앞지른 이번 성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인텔이 발표한 18A 공정은 구체적 회로 선폭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2나노급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TSMC도 연내 2나노 양산을 준비 중인 가운데,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운드리 사업 철수설까지 나왔던 인텔이 한발 앞서 최첨단 공정 양산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업계는 일단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 공정보다도 실제 수주를 통한 기술력 입증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당면한 위협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2나노 공정을 통해 인텔 점유율이 급상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인텔이 얼마나 고객사를 확보하고 실제로 얼마나 물량을 공급하는지 신뢰를 쌓는 과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력과 사업 등 구조조정을 하던 인텔이 불과 수개월 만에 최첨단 공정으로 경쟁사를 앞지르는 등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대해선 경각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다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다각도로 경쟁구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이 인텔 자체의 자구 노력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자국 빅테크와의 협력 구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인텔이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한 애리조나 팹52 공장은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약속한 시설이다.
TSMC 웨이저자 회장과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TSMC 웨이저자 회장으로부터 150조원에 육박하는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는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한편 인텔에 대해서는 반도체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식으로 지분 10%를 확보해 인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미 정부의 '인텔 살리기' 기조 하에 자국 빅테크도 우군으로 속속 합류하고 있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에 약 7조원을 투자하고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뒤 "우리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의 매우 큰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에는 애플에 투자를 요청하면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인텔 파운드리가 AMD 칩을 제조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와 빅테크의 전폭적 지원 하에 인텔 주가는 8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50% 넘게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인텔이 미국 반도체 부흥의 상징이 되는 만큼 인텔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기조에서 우리 기업들과 미국 기업인 인텔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