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광 아래 멈춘 심장, 잉크처럼 번진 도덕의 흔적. 한국 좌파의 부검대에 남은 것은 '도닥'이라는 오독뿐이었다. 한미일보 그래픽
“운동의 세속화에서 권력의 귀착까지, 문명사의 퇴행 기록”
1980년대의 운동은 세계의 언어였다. 그것은 반독재, 반식민, 반자본이라는 단일한 구호로 지구를 뒤흔든 도덕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그 혁명이 제도 속으로 들어가자, 도덕은 관리가 되고 윤리는 통치가 되었다.
민주화 이후 30년, 한국의 좌파는 혁명에서 제도로, 제도에서 도덕으로, 그리고 도덕에서 권력으로 이행했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 스스로를 ‘정의의 통치자’로 선언한 순간, 한국 좌파는 도덕의 과다복용으로 스스로를 질식시켰다.
이 보고서는 그 죽음의 해부 기록이다.
운동의 세속화, 시민운동의 관료화, 도덕정치의 독점 그리고 그 연쇄가 어떻게 이재명 정권이라는 ‘세속 좌파의 사체’로 귀결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그 사체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좌파의 몰락이라는 문명사적 현상의 일부이기도 하다.
① 지하에서 지상으로 ‘혁명의 종언과 문민화의 착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한국의 대학가는 여전히 “해방”과 “투쟁”을 외치고 있었다. 세계는 이념을 정리하고 제도를 재건했지만, 한국의 운동권은 여전히 ‘혁명’의 언어로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의 전선은 냉전의 잔재였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이념의 근거가 사라졌고, ‘혁명 이후의 정치’를 준비하지 못한 세대는 방황했다. 그 공백 속에서 등장한 것이 ‘문민화’였다.
1993년 김영삼정부의 문민시대는 단지 군사독재의 종식이 아니라, 운동이 처음으로 제도의 언어를 배우는 순간이었다.
이재명정권 최측근 실세라 불리는 김현지로 인해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21세기진보학생연합은 그 전환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투쟁에서 참여로”를 외쳤다. 혁명 대신 ‘참여’, 이념 대신 ‘정책’ 그리고 투쟁 대신 ‘도덕’을 새로운 신앙으로 삼았다.
그 변화는 세계사적으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유럽의 반체제 세력이 정부가 되고, 남미의 인권운동가들이 개혁관료가 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차이는 있었다.
유럽의 좌파는 제도로 진입하면서도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확장했지만, 한국의 운동권은 ‘도덕의 주체’로 자신을 정당화하며 다른 견해를 ‘비도덕’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부검의견※
운동의 첫 사인은 외부의 탄압이 아니라 내부의 변신이었다. 혁명을 버리고 행정을 선택한 순간, 운동은 제도의 시신이 되었다.
② 시민이 사라진 시민운동 ‘도덕의 관료화’
1990년대 후반, 한국 시민운동은 세계적 흐름 속에 있었다. UN과 세계은행이 ‘글로벌 거버넌스’를 내세우며 NGO를 통치 파트너로 편입하던 시기, 한국의 시민운동도 ‘참여’와 ‘연대’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결합했다.
그러나 차이는 방향이었다.
서구의 시민운동은 권력의 외곽에서 감시자 역할을 했지만, 한국의 시민운동은 권력 내부로 들어가 “도덕의 담당 부서”가 되었다. 2003년 ‘참여정부’의 출범은 그 전환의 결정적 장면이었다. 감시자는 통치자가 되었고, 도덕은 정권의 자산이 되었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논란에서, 운동은 처음으로 ‘도덕의 내전’을 겪었다. 서로를 ‘비도덕’으로 낙인찍는 운동권 내부의 분열은, 도덕이 가치가 아니라 무기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는 이 균열의 대중적 폭발이었다. 시민은 더 이상 시민운동의 ‘피조물’을 자처하지 않았다. 거리의 청년들은 NGO의 연단을 거부했고,
시민운동은 자신이 대표하던 시민에게서 이탈했다. 운동은 도덕을 신앙화했고, 시민은 정치적 주체가 아닌 도덕의 소비자가 되었다.
2010년 참여연대의 천안함 유엔 제소는 그 병리의 정점이었다. 정의의 언어로 국가의 정통성을 흔드는 이 행위는, 도덕이 이성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한 순간이었다.
※부검의견※
사망 부위는 ‘시민’, 원인은 ‘도덕의 관료화’. 감시자가 통치자가 된 순간, 시민은 시신이 되었다.
③ 도덕의 제국, 정치의 사망 ‘이재명 정권과 문명사적 귀결’
2010년대 이후, 세계는 다시 정치의 세계로 돌아오고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구 자유주의는 균열을 맞았다.
경제적 평등보다 생존과 정체성이 우선하는 ‘신민족주의(New Nationalism)’가 부상했다.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의 르펜, 이탈리아의 멜로니, 그들은 모두 ‘도덕의 보편’을 거부하고 ‘공동체의 생존’을 외쳤다.
그러나 한국진보좌파는 반대로 갔다. 세계가 현실로 복귀할 때, 한국은 도덕의 성전으로 들어갔다. 도덕은 정치의 기준이 아니라 통치의 근거가 되었고, 비판은 악으로, 반대는 불의로 정의되었다.
2017년 촛불집회는 그 절정이었다. 광장은 법정을 대신했고, 시민은 재판관이 되었다.
문재인정부는 그 도덕적 열광의 산물이었지만,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건은 그 도덕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가면역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유산의 끝에 이재명 정권이 서 있다.그는 1990년대 운동권의 이념, 2000년대 시민운동의 관료화, 2010년대 도덕정치의 신앙화를 모두 결합한 인물이다. 이재명식 도덕정치는 “정의의 언어로 권력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그는 ‘도덕의 통치자’라는 신화를 통해, 정치의 실패를 윤리로 봉합하려 한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그 길을 버렸다. 서구는 다시 산업, 안보, 생산, 생존의 정치로 돌아갔다. 정치가 현실의 영역으로 복귀하는 순간, 한국 좌파만이 여전히 도덕의 무덤 속에 누워 있다.
※부검결론※
한국 좌파의 사인은 외부의 폭력이 아니라 내부의 자기중독이다. 도덕을 권력으로 착각한 결과, 스스로 질식사했다.
사망 원인: 도덕의 과다복용
합병증: 현실 감각 상실
사망 시각: 2025년, 이재명 정권 1년 차
[최종 부검소견서: 문명사적 사망진단서]
한국 좌파의 사체는 아직 완전히 썩지 않았다. 일부는 제도의 관료로, 일부는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피를 돌리지 못한다. 그들의 언어는 죽었고, 시민은 실종되었다.
이 부검은 특정 정치세력의 비난이 아니다. 문명사의 퇴행 기록이다. 도덕을 구원의 언어로 믿은 세대가 도덕을 권력의 언어로 오용하며 자멸한 역사적 과정의 보고서다.
“사인은 도덕의 자기중독,
사후 상태는 행정의 미라화.
부패의 냄새는 도덕의 언어로 가려져 있다“
한국 좌파의 부패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그 부검은 한국 민주주의 전체의 진단서이기도 하다. 죽은 좌파의 시신 위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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