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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려진 민주주의 ③사회적 불신의 구조와 민주주의 신뢰 회복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24 1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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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공자 명단과 선거 투표지, 왜 감춰져야 하는가
  • 제도가 가리는 순간, 민주주의는 의심받는다
  • 투명성이 곧 신뢰라는 교훈 받아들여야
앞선 ①편에서 우리는 5·18 민주유공자 제도의 ‘명단 비공개’ 문제를 살펴봤고, ②편에서는 선거제도의 ‘검증 불가능한 구조’를 짚었다. 두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적 불신을 키우는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마지막 편에서는 이 두 사례를 연결해 ‘가려진 민주주의’라는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장막을 걷어낸 자리에서 드러나는 민주주의의 빛. 신뢰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데서 시작된다. 한미일보 그래픽


민주주의의 본질은 투명성과 참여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일부 제도는 ‘투명성’을 선언하면서도 실질적 검증은 가린다. 


5·18 민주유공자는 범위와 규모는 공개됐지만, 명단은 닫혀 있다. 선거제도는 득표수와 투표율은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투표지 검증과 전산망 확인은 차단돼 있다. 


숫자는 공개되지만 이름은 가려지고, 결과는 드러나지만 과정은 가려진다. 바로 이 구조가 민주주의의 신뢰를 잠식하는 핵심이다.


민주주의 제도는 국민이 믿을 수 있어야 작동한다. 


그러나 5·18 민주유공자 제도와 선거제도는 모두 ‘공식 발표를 믿으라’는 권위에 기대고 있다. “국가가 지정했으니 맞다”, “선관위가 발표했으니 정확하다”는 말은 더 이상 충분한 답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눈앞에서 과정이 사라지는 순간, 불신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 된다.


불신은 정치적 무기로 변질된다. 


야권은 5·18 유공자 명단을 ‘가짜 유공자’ 논란으로 몰아가고, 여권은 선거 의혹 제기를 ‘민주주의 부정’이라며 반격한다. 진실은 가려지고, 불신만 정치적 공방 속에서 증폭된다.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5·18 유공자 명단의 비공개 결정을 유지했지만, 오히려 사회적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채 논란만 키웠다. 제도가 민주주의 신뢰를 강화하기는커녕 끊임없이 의심받는 구조로 굳어진 것이다.


다른 국가유공자 제도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독립유공자는 이름과 공적이 공개되고, 참전유공자 역시 기념관과 추모비에 기록된다. 광주 국립묘지에도 희생자의 명패가 있지만, 국가보훈부가 관리하는 전체 등록 명단은 여전히 비공개다. 부분적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전체 제도를 뒷받침할 투명성은 부족하다.


선거제도 역시 결과만 남고 과정은 감춰진다. 


투표율과 득표율은 실시간으로 공개되지만, 투표지 검증이나 개표기의 작동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법령은 투표지를 임기 만료 시까지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관리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6개월이 경과하면 폐기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관위의 발표가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국민이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는 신뢰의 격차를 낳는다. 결국 “왜 보여주지 않느냐”는 질문이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신뢰 회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5·18 민주유공자 제도는 전면 공개가 어렵더라도 최소한 독립적 심사와 검증 절차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열어야 한다. 선거제도 또한 개표 과정과 전산망 검증, 투표지 보존을 독립 기구나 시민이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투명성은 불편을 수반한다. 논란을 촉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증을 막은 채 권위만 내세우는 방식은 불신을 더 키울 뿐이다.


민주주의는 의심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의심은 검증으로 해소될 때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반대로 의심을 억누르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파괴한다. 


지금의 제도는 국민을 감시자로 세우지 않고 배제한 채 “결과만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가려진 민주주의를 넘어 열린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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