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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법의 폭력’으로 변질된 특검
  • 김영 기자
  • 등록 2025-10-15 11: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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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은 줄이고, 특검은 늘렸다
  • 권력 견제는 사라졌다
  • 법은 다시 칼이 됐다
특검은 본래 검찰의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예외적 장치였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 개의 특검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 채상병 특검이 모두 인권침해 논란 속에 병행되면서, 제도가 법의 이름으로 인간을 심문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본 기획은 세 특검의 실체를 제도·헌법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법의 폭력’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세 개의 닫힌 문이 마주한 복도 끝, 헌법과 형법 위에 놓인 차가운 칼날. 법은 열리지 않은 문 속에서 스스로의 정의를 묻고 있다. 한미일보 그래픽

대한민국은 지금 세 개의 특검이 동시에 운영되는 유일한 나라다.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 채상병 특검이 병행 수사에 들어가면서 예외적 수단으로 설계된 특검 제도가 상시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검찰을 ‘공소청’으로 축소하겠다는 개편안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특검을 세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형태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검의 헌법적 취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에 종속된 검찰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특검 운영은 인권보호라는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다. 강압적 조사와 과잉 수사, 정치적 목적 논란이 반복되면서 ‘법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이 제도 안에서 재현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끌고 있다. 공식 명칭은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수사 대상은 김건희 여사 및 가족의 비위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정치개입,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양평군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사의 정당성이 논란이 됐다. 유서에는 “모른다고 말해도 다그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살 흔적 없음”으로 결론 내렸지만, 심야조사와 장시간 대기 등 인권침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민중기 특검은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정의 실현’을 내세운 특검 수사가 한 개인의 생명권과 인격권을 지켜내지 못한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내란 특검은 정치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다. 법안 명칭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내란 혐의로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와 외환 및 직권남용 관련 혐의의 보완 수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즉, 내란은 명칭상 핵심이지만 실제 수사 내용은 공무집행 과정의 권한 다툼과 직권남용 혐의가 중심이다. 내란은 국가 전복 행위를 뜻하지만, 현재 수사 내용은 행정 권한 남용에 가깝다. 그럼에도 특검이 ‘내란’이라는 단어를 유지하는 것은 법적 실체보다 정치적 상징을 앞세운 결과로 평가된다.

 

헌법 제13조 1항은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소추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 특검은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와 병행 수사를 담당한다. 이 구조는 절차적 정의와 헌법 원칙의 충돌을 야기한다. 수사기관이 공소 유지와 새로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권력 견제의 원리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특검은 법률상 독립성을 지녔지만, 그 독립이 책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채상병 특검은 2023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당초에는 한 병사의 순직 경위를 밝히는 목적이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방부, 대통령실, 인권위 등 국가기관의 외압 및 은폐 의혹 전반으로 확대됐다. 


특검 인원은 150명 이상, 조사 대상은 200명에 달한다. 군 장성부터 공무원, 유족까지 광범위한 조사 대상이 포함되면서 “초대형 수사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이명현 특검은 “정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검의 “필요한 수사”라는 논리는 언제나 인권의 한계를 밀어왔다.

 

세 특검 모두 공통된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인권침해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수사 범위가 법적 한계를 넘어 정치적 해석으로 확장되고 있다. 셋째, 감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검은 행정부 소속이 아니므로 법무부 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회 또한 실질적인 사후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결국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검찰보다 더 강하고 덜 책임지는 권력이 만들어졌다.

 

현재 정부는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동시에 세 개의 특검이 병행 가동되면서 결과적으로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한 기관이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검찰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개혁의 명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이 ‘권력의 칼’이었다면, 특검은 ‘정의의 이름을 쓴 정치의 칼’이 되고 있다.

 

법의 폭력은 제도의 무감각에서 시작된다. 특검의 폭력은 고문이나 체포가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법대로 했다’는 말이 모든 논란을 덮을 수 있는 순간, 법은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가 된다. 특검이 헌법이 보장한 인권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 결과는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인권의 침해다.

 

김건희 특검은 한 공무원의 생명을 앗아갔고, 내란 특검은 이미 기소된 사건을 다시 파헤치며 절차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채상병 특검은 국가기관 전체를 피의자로 돌리며 제도 자체의 피로를 누적시키고 있다. 세 사건 모두에서 반복되는 말은 같다. “법대로 했다.” 그러나 법이 인간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법의 정당성은 스스로 무너진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면서도 특검을 세 곳이나 운영하는 이 모순은 한국 사법제도의 근본적 신뢰를 시험하고 있다. 특검은 더 이상 ‘정의의 대리인’이 아니라, 감시받지 않는 권력의 상징으로 변했다. 누가 특검을 감시할 것인가. 이 질문이 지금 한국 법치주의가 마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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