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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 더 유지할 자격 없다
  • 박필규 객원논설위원
  • 등록 2025-10-18 0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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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국가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일시적 조직, 국민을 지킬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한 한국 청년이 감금과 고문 끝에 숨졌다. 유족은 두 달 동안 대사관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구글 번역기로 직접 신고하라”는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답변이었다. 외교부 장관은 “지난주에야 사태를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사이 한 국민이 국가와 정부로부터 아무런 조치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어떤 사고보다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2021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부재했고, 정부는 무능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는 폭증하고 있다. 2021년 10여 건이던 피해 신고가 올해 8월까지 330건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취업 사기, 감금, 고문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현지 대사는 공석이었고, 파견 경찰이나 범죄 대응 전담 ‘코리안 데스크’조차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본질이라면, 지금의 정부는 국가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존재 이유와 정당성과 기능을 잃었다. 국가는 있는데 정상가동되는 정부가 없었다.


1. 국가의 본질은 국민 보호다


캄보디아 피살 사건은 국민을 지킬 때만 국가라는 준엄한 진실을 드러냈다. 국가를 이루는 네 요소, 영토·국민·정부·주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 계약'을 이행할 때만 국가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민이 타국에서 고문당해 숨질 때, 실질적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한국인 피해사태는 국가의 국민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중대한 사건이다. 이런 일은 외교부보다 보이지 않게 국가유지 및 국민보호 기능을 발휘하는 국정원이 맡아야 하는데, 국정원조차 정치 하수 조직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기능의 전면 마비이자,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을 파기한 행위다. 


국가는 국민을 지킬 때만 존재할 자격이 있다. 이번 기회에 캄보디아 외에 다른 국가에서 취업미끼 유인납치, 감금과 고문이 또 있는지 엄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국회는 실종제보센터를 개설해야 한다.


2. 무능한 정부는 더 머물 자격이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외교 실패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보다 정권 유지에 몰두한 정부의 국정 운연 사명감과 철학 부재가 불러온 비극이다. 정쟁과 이념에 갇힌 내란형 정치가 국민의 생명을 외면한 것이다. 


국경 밖에서 울부짖는 국민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국민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정권은 더이상 존재하거나 머물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 정쟁을 멈추고 '국민 생명 최우선'을 위한 진짜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3. ‘내란 정국’에서 민생 정국으로 전환, 구조적 개혁을 해야

 

첫째, 현 정부는 전 정부만 탓하지 말고 현 국정 운영을 전면 검토하고 국가 철학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정권이 아닌 국민의 생명권을 최우선 가치로 세워야 한다. ‘능동적 디지털 주권’을 선포해 국민 보호의 범위를 영토 밖, 사이버 공간까지 확장해야 한다. 


둘째, 지휘·정보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 외교부, 경찰, 정보기관이 각자 따로 움직여선 초동 대응이 불가능하다. 국정원장 혹은 외교부 장관 직속의 ‘국민안전 통합지휘센터(NCIC)’를 설치, 24시간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셋째, 현장 대응력을 혁신해야 한다. ‘코리안 가디언 포스(KGF)’ 같은 비무장 준군사 대응팀을 창설, 해외 취약 지역에 상시 파견하고 현지 기관과 공조해야 한다. 현지 대사관의 행정 보고와 자리 교체로는 국민을 구할 수 없다.


4. 국가의 결단 ― 파병까지 검토하라


캄보디아 사건은 외교 실패를 넘어 국가가 국민보호 의지의 부재를 드러냈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 외교·정보·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엔테베 작전(1976)’은 수천 킬로미터 밖 인질을 구출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미국도 ‘국민 보호 독트린’ 아래, 현지 정부가 무능할 경우 군사 작전을 불사한다. 


우리도 2011년 1월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대한민국의 삼호 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수행한 사례가 있다. ‘아덴만 여명 작전’처럼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어디서든 달려가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국가는 국민이 부르면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더 머물 자격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조사위도 특검의 완장도 아니다. 차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이고 소비적인 소비쿠폰 지급을 멈추고 그 예산으로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안전과 안보와 재난 예보시스템 개혁과 결단에 투자해야 한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전쟁을 비롯한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 기능을 믿기 때문이다. 국민이 위기에 처하면 국가와 정부는 실질적인 조치로 국민을 구하고 보호할 때, 우리는 비로소 ‘국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박필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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