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자동차. 연합뉴스.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도 여전히 25% 고율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한국에 불리하게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이른 시일 내 팩트시트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당시 김용범 정책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팩트시트는 (관세 및) 안보와 합쳐 2∼3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 후 2주 가까이 되도록 팩트시트는 발표되지 않았고, 국내 업계는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 25%를 여전히 부과받고 있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는 지난 7월 처음 합의된 이래 3개월 넘게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피로감은 더 크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으로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가 되면서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확정이 늦어지면서 업계에는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10만대 이상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업계로서는 관세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한국은 작년 한 해 미국에 143만2천713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3분기 누적 100만4천354대를 수출했다. 산술적으로 매일 4천대 가까운 물량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관세 비용은 각각 1조8천212억원, 1조2천34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9.2% 감소했고 기아는 49.2% 줄었다.
당장 이번 달 관세 인하가 적용되더라도 현지 판매를 거쳐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속한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1월 1일 자로 소급해서 적용되더라도 이미 재고분이 25% 관세를 납부했다"면서 "4분기 관세 임팩트는 3분기와 큰 차이가 없고 내년에 온전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사옥. 현대차그룹 제공.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11월 1일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의 경우 (대미투자기금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설명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시점은 이달 1일로 소급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 측이 관세 인하 시점을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등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매우 큰 손실이고 부품업체는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관세 인하 시점을 상호관세 부과 시점인 8월 7일로 하는 것은 쉽지 않겠으나 11월 1일은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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