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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쿠팡 사태가 던진 질문, 우리는 국가를 지킬 의지가 있는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5-12-01 13: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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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정보와 군사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처방전


쿠팡. 연합뉴스TV 

편집위원·육사 40기쿠팡 고객 정보가 대량으로 외부로 빠져나간 사건은 기업의 후진성보다 대한민국의 보안 후진국임을 드러냈다. 쿠팡 사태는 보안의식이 무너지면 개인과 기업과 국가는 실체가 없는 껍데기로 존재하고,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먼저 붕괴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1. 보안(保安)은 개인과 조직과 국가의 실체를 지키는 생명 장치.


보안은 단순한 외부 침입 차단을 넘어, 정보의 의미·패턴·맥락을 왜곡 없이 보호해 개인의 정체성과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현대적 생존 시스템이다. 보안은 안보·산업기술·국가정책·문화정보 등 상대와 적이 알면 치명적 손해를 보는 요소를 안전하게 관리하여 개인정보와 조직 이익과 국가의 전략을 지키는 생명 장치다.


그런데 비공개 회의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가고, 군 관련 정보와 통계와 군사비밀이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국가는 무기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기밀을 다루는 이들의 보안의식과 진중한 태도가 중요하다. 재판정에 나온 장성들의 불필요한 말로 군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심히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 보안은 불편한 관리가 아니라 생명 관리로 발전해야 한다.


개인 정보 유출은 개인의 선호도와 생활 리듬과 소비 습관, 대인관계까지 거대한 삶의 비밀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개인의 사생활을 벗기는 만행이며, 사회 전체의 집단 의식을 노출하는 악행이다. 디지털 시대의 개인정보 유출은 자존감의 침해이자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직무유기다. 


2. 군사보안 유출은 국가의 전술·전략적 의도를 적(敵)에 넘기는 반역 


군사보안은 우리의 군사 편제부터 반격작전까지 국가 계속성과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생존 시스템이다. 끔찍한 보안 위해(危害) 사례를 전 국민이 함께 보았고 기억하고 있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적장에게 USB를 건네는 행위, 한강 하저에 깔린 구조 도면을 적에게 제공하는 행위, 국정 질의를 빙자한 군사비밀 노출은 국방 체계의 혈관과 신경이 그대로 노출하는 일이다. 보안 위해는 싸우기도 전에 아군의 의도와 대비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반역이다.  


위정자의 면책 특권을 이용한 보안 위해(危害)는 실수가 아니라 의도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적의 드론 항적을 공개하면서 적의 공격을 탓하지 않고 우리의 대응을 비난하면서 군사기밀과 핵심 시설과 국가의 심장’을 적 앞에 내어놓는 것은 이적행위다. 디지털 시대의 군사보안 유출과 군사비밀까지 정쟁의 도구를 삼는 행위는 예비역이 나서서 응징해야 한다. 


전쟁사에서 패배의 대부분은 군사적 열세보다 보안 노출로 기인한다. 독일군의 암호 해독은 스탈린그라드를 무너뜨렸고, 일본군 암호 유출은 미드웨이 패배로 이어졌다. 한국전 초기의 군사기밀 노출은 전쟁 초기 전략적 대응을 늦췄고, 적의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축차 투입으로 실책을 범했다. 미군의 사막의 폭풍 작전은 이라크 통신망 감청으로 지휘체계를 조기에 마비시켜 붕괴시켰다. 보안이 흔들리면 군대는 지휘체계가 마비되고 국가는 생존력을 잃는다. 보안은 생존이며 방심은 패배의 시작이다.


쿠팡 사태는 기술적 취약성보다 우리 정보와 기밀을 지키려는 보안의식과 ‘보안 태도’가 먼저 무너졌다는 점을 드러냈다. 보안의식이 약한 조직은 경보음이 울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규정을 생략하며, 위험의 징후를 “설마”라는 말로 덮어버린다. 보안 사고는 시스템의 오류보다 보안의식의 부재와 방심에서 생긴다.


3. 지킬 수 없는 보안 문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보안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문서를 남겨서는 안 되며, 보안을 다루는 이가 많아질수록 보안 책임제 관리를 해야 한다. 보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실체를 지키는 행위다. 정보는 생산하기 전부터 발생하는 책임 구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보안을 비용이 아니라 생존기반으로 인식하도록 보안 책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보안이 약한 조직은 경쟁력과 신뢰를 잃고, 결국 자체 모순으로 소멸한다. 


▲위정자와 지도층부터 보안 문해력 강화 조치: 지도층부터 기밀의 중요성과 책임의 무게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지도층의 보안 규정 미준수와 부주의는 전체 국가 시스템의 균열로 이어진다. 보안을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우리 정보를 지키는 신앙으로 발전해야 한다. 보안의식이 없고 군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위정자는 적을 돕는 이적체로 간주해야 한다. 보안은 통제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도구다. 


▲적의 입장에서 보안 취약요소 점검: 국가의 지속성은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보안의식이 약할 때 무너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대책이 아니다. 하나의 문서를 만들고 하나의 장비를 다루며 하나의 정보를 옮길 때마다 적의 입장에서 보안 취약요소를 점검하고 스스로 단속해야 한다. 


국가 보안이 흔들리면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자멸한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자기 실체와 자기 의지와 자유주권을 잃고 허상으로 존재한다. 지금 우리는 쿠팡 사태를 통해 보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우고, 개인과 조직과 국가 생존을 위해 보안의식을 무장해야 한다. 


한미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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