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연합뉴스12.3 비상계엄 당시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간첩단 검거 작전 준비 과정에 관여했던 군 정보계통 관계자 A씨는 지난 1월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작전은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는 몇 사람들만 알 정도로 극도의 기밀로 분류돼 철저한 보안이 유지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잘 알다시피 이게 그... 대통령부터 비밀 작전이지 않습니까? 네네. 아... 그러다 보니까 극히 그... 직접 그... 대화를 갖는 그 몇 사람들만 얘기했던 거고.”]
그는 보안 유지가 철저했다며 기밀 작전에 관여한 이들은 정보의 외부 노출을 극도로 경계했고 대외 접촉을 의식적으로 회피했다고 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직접 그 위에 VIP님(대통령)하고 그 대화를 가졌던 그분들이 굉장히 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하고 이 대외 접촉을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 아주 내내 회피... 회피해 오셨어요.”]
작전의 기밀 정보는 심지어 사령관이나 처장 같은 인사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취지로도 설명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아... 그러다 보니까 알겠지만서도 직접 그... 사령관이나 밑에 처장하고도 간극이 다 있었기 때문에 그걸 직접 당사자가 입으로 적나라하게 이야기를 뭐야, 이... 말하지 못했다는 얘기야.”]
그는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의 긴장감이 팽배했던 분위기에 대한 기억도 전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그런데 이제 그 12월 3일 날 되게 다급하더라고. 12월3일날 오후 때부터 퍽 다급하고 연결이 잘 안 되고 전화 나중에 하지 하고 저녁에 이제 그렇게 조치가 되시더라고.”]
A씨는 윤 대통령이 한·미가 똑같이 부정선거에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을 작전 참여자들은 간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그래서 이게 이제 위에 VIP께서도 이게 미국이나 우리나 똑같은 케이스로 그게 지금 지속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간파를 했어요.”]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던 선거연수원 외국인 공동숙소 공사 과정에서도 중국 관련성을 일찌감치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아니 그런데 그때도 중국 문제 이야기가 나왔어요. (중국 해커였나요? 아니면 그냥 단순히 중국 외교 차원에서의 중국 얘기였나요?) 아니야 아니야 그거는 이 공사를... 직접 비밀 공사를... 그쪽에 공사했던 그 사람들에서도 그... 중국 이야기가 나온 걸로 모두들 아는 사람들이 그때... (비밀 공사라고 하셨나요? 아니면 공작이라고 하셨나요? 선거연수원 건물 짓는...) 아니야 아니야 그게... 그렇지 그렇지 (그 옆에 외국인) 그 이야기가 나오더라는 거는 몇 년 전에도 이야기가 됐었어.”]
A씨는 외국인 공동숙소 설립에 관한 기밀 획득 과정을 에둘러 설명했다. 본지는 이 내용을 비공개한다.
“어떻게든 가까이서 확인하려 애써... 연수원 인근 美 정보원 취업도 인지”
그는 외국인 공동숙소 인근에 미군 쪽 정보원이 잠입한 정황을 인지했는지 묻자 예상 밖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기자를 비롯한 당시 정보분석팀은 제보자 8명 중 한 명을 자처하며 돌출 행동을 한 안병희(캡틴 코리아·경찰서 기물 파손으로 구속수감)를 미국 측 요원으로 결론 내린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외국인 공동숙소 인근 농업박물관에서 경비로 4개월간 근무하며 선거연수원의 동태를 살핀 점은 충분히 수상한 정황 중 하나로 예의주시 했다.
기자와 분석팀은 우리가 선(先) 취득한 간첩단 체포·압송 정보를 알고 있는 안씨를 상대로 정보기관을 통해 그의 신원조회를 시도했지만 특이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를 파악한 결과, 관심을 이끄는 행동에 경도된 패턴으로 분석됐다.
미군 그린베레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린베레 군가를 몰랐고 영어도 초급 수준으로 구사했으며 발을 바깥으로 25도 이상 벌린 채 심각한 팔자걸음(외반보행)으로 걸었다. 또한 정보분석팀의 정보기관 출신 인사는 악수했을 때 손이 곱고 굳은살이 없는 점으로 미뤄 그의 주장이 거짓이고 특수훈련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안씨가 우리가 입수한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설명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분석팀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판단 근거등으로 미뤄 안씨가 화이트 해커 또는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 간첩단 정보에 접근하고 있는 인물, 또는 정보기관의 협력자 정도로 기자와 분석팀은 잠정 간주했다. 실제 안씨는 자신의 해킹 프로그램을 영상 통화로 기자에게 보여주며 시연하기도 했고, 스스로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안씨는 기이한 행보를 보였다. 1월22일 이탈리아 국영 통신 ANSA의 첫 공식 보도보다 이틀 먼저 기자와 정보분석팀에 “주유럽 미군이 48시간 이내에 철군한다”고 전달했다. 기자는 새벽 안씨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뒤 공유했으나 분석팀은 사실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48시간 뒤 ANSA통신이 보도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보도하면서 이 첩보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됐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철군 계획을 발표했다.
본지 정보팀을 이끄는 정보기관 출신의 또다른 인사는 경기 수원 병점에 자리한 안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안씨의 부친과 실제로 대면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속해서 금전을 요구해 정보분석팀원들과 개별 접촉에서 꾸준히 마찰을 빚었다. 분석팀은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고 그로부터 최대한 첩보를 뽑아내 정보팀에 공유하는 역할을 기자가 전담했다.
기자는 첫 연속보도가 나간 이후인 1월25일 A씨에게 안씨를 미군 휴민트로 상정하고 잠입한 정황을 파악했는지 의도적으로 질의했고 뜻밖에 A씨는 알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기자는 이 답변을 정보분석팀과 곧바로 공유했다. A씨는 최초 취재원 3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자는 2월4일 첫 번째 경찰 피의자심문조사에서 취재원을 8명으로 밝혔고 언론인의 비닉권을 요구하며 신원은 일절 함구했다. 7월 현재 취재원은 확인 취재 과정에 직·간접으로 개입한 이들을 포함하면 모두 30명 안팎이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그쪽에서도 그게 몇 년 전에부터 이제 그분들의 움직임 가지고 뭐야 저희들 측에서도 상당히 감시가 돈독해지고 그래서 이제 그때도 벌써 거기에 어떻게든 가까이에서 그... 제대로, 그... 확인을 받으려고 애를 쓰고 한 것은 직간접적으로 느꼈죠. (아, 미군 쪽 정보원이 그 근처에 취업한 것도 아시고 계셨겠네요, 직간접적으로 아셨겠네요?) 그럼, 그럼”]
한편 A씨는 작전을 준비 중인 참여자들이 목숨을 내놓고 보안과 비밀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작전 준비 관여자(음성변조) : “그게 비밀 공사다 보니까, 어떻든 이제 그... 그... 보안, 비밀을 유지하시는 직접 당사자가 목숨을 내놓고 한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허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