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중심에 두고 제작한 지도.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메르카토르 지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북극은 ‘눈 밖에 난’ 지역이었다. 북극은 북극곰이 사는 동토의 나라였고 에스키모가 순록을 키우며 눈썰매를 끄는, 조금은 신비에 싸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2026년 새해가 북극에 대한 관심으로 열리고 있다. 마치 그동안 닫혀 있었던 북극항로가 지구 온난화 덕에 스르르 열리듯 말이다.
지금 세상의 중심은 북극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그 중심은 보는 시각에 따라 정해진다. 북극을 중심에 둔 지도를 보면 세상의 중심은 영락없이 북극이다. 그리고 지금 지도의 시각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시대가 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극의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사들이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농담같지만 진심어린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덴마크는 대노하여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지만 세계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북극해는 러시아·노르웨이·그린란드(덴마크)·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알래스카에 둘러싸인 지중해를 가리킨다. 그린란드해까지 포괄할 경우 아이슬란드와도 면하게 된다.
북극해는 내내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일부만 여름에 녹았다가 다시 어는 일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2007년부터 매우 많은 얼음이 녹기 시작해 여름 기준 빙상이 400만㎢나 줄어들었다. 거의 유럽연합과 맞먹는 크기의 얼음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한창 TV를 통해 북극곰 살리기 운동이 펼쳐지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얼음이 녹으면 바다는 태양광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데 그 결과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지구 전체가 뜨거워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 일은 세계 무역항로가 재편되는 사태를 불러왔다.
“북극으로 진로를 돌려라”
북극을 관통하는 항로는 크게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로 나뉜다.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NEP)는 러시아 북부 해안의 북극해 항로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다.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NWP)는 캐나다 북부 섬들을 통과해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이어진다.
두 항로는 수에즈운하·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에 비해 운항 거리와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준다. 현재 러시아가 북동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고, 캐나다는 북서항로를 자국 영토의 일부인 내수(internal waters)로 규정해 통제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북동항로가 완전히 열리면 부산에서 유럽까지의 거리가,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30% 이상 단축된다. 또 북서항로가 열리면 파나마운하 항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또 30%가량 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북극항로는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이득이 되는 일이며, 미국이 캐나다 합평까지 거론하며 관심을 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극해가 녹으면 동토에 묻혀 있던 막대한 양의 광물도 캐낼 수 있게 된다.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극의 미발견 석유·가스·우라늄 매장량의 85%가 북극권 상류 해역에 있다고 발표했다.
북극 전체로 넣고 볼 때 지구 석유 매장량의 최대 13%, 가스 최대 30%가 묻혀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조 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 지역에 지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라가 현재 러시아·캐나다·미국·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아이슬란드·스웨덴의 8개국이다. 그런데 이런 알토란 같은 땅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아시아 국가가 있다.
아시아 국가는 지리적으로 북극 접근권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극은 모든 인류의 소유이므로 모두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3년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준북극 국가’를 선언했다. 북극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서구만 차지하게 놔둘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1994년 유엔 해양법 협약은 대륙붕 외 모든 수역을 인류 전체의 소유로 간주하고 있다. 누구도 이를 민영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북극 국가로 유엔 해양법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어쨌든 북극권 국가들은 유엔 협약에 근거해 대륙붕 확장을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해당 국가는 실제로 엄청난 양의 미탐사 자원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07년에는 러시아가 자국의 대륙붕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탐사대를 조직했고, 세계 최초로 특수 잠수함을 타고 북극 해저에 내려가 로모노소프(북극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해저 산맥) 능선에 러시아 국기를 꽂기도 했다.
이 소식은 다른 북극 국가들을 도발시켰다. 당시 캐나다 외교부는 “지금이 15세기도 아니고 깃발 하나로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단단히 못박았다.
캐나다 외교부는 로모노소프 능선을 엘즈미어 섬(캐나다 가장 북쪽 섬)의 연장선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덴마크는 이 능선이 자국 그린란드와 인접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캐나다·덴마크 세 나라 모두 해양 플랫폼 연장을 특별 유엔 위원회에 신청했으나 아직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유엔 측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보내오는 바람에 요청서를 업데이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이 준북극 국가가 됐다면 다른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국가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 잘난 북극 덕 나도 좀 보자, 하고 준준북극 국가라도 자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