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년 1월10일자 기사(왼쪽). 5일 타계한 배우 안성기. [사진=조선일보·아티스트컴퍼니]
제정신을 가지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어느 순간 모두가 ‘좌빨’ 내지 그 동조자로 변해 함께 낄낄대고 몰려다니는 세상으로 변한 탓이지 뭔가.
이 통에 나 같은 골통은 마음 둘 곳이 없지만, 그러다 폭발해 버린 사건이 있었다. 작심했다. “이건 정말 아니잖아”하고 모진 소리를 한 번 내기로 결심했다.
배우 안성기 영결식을 머리기사로 다룬 10일 자 조선일보 인물 면을 봤는데 그게 발단이었다.
국민배우의 진실… 반대한민국 전문배우
제목부터 신경을 긁었다. “국민배우의 마지막 진심…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 이게 말이 되나? 좌빨 영화 ‘남부군’(1990)과 ‘태백산맥’(1994)에서 공산주의자 주인공 역할을 했던 그 안성기를 두고 국민배우라고? 그가 했다는 “착하게 살라”는 황당한 말은 또 뭔가.
그 기사가 다 사실이라면 안성기야말로 두 얼굴의 인간에 다름 아니다. 그걸 여과 없이 전하는 신문도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명 인사가 모인 영결식장 분위기도 겉으론 엄숙한 척 했겠지만 속으론 다 썩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 나라 문화계가 망해도 참 더럽게 망한다는 증거다.
안성기에 대해 견딜 수 없는 건 두 영화만이 아니다. 그자는 그 끔찍한 반대한민국 영화 ‘화려한 휴가’(2007)에서 시민군 리더로 나와 우리 국군을 항해 “저들이야말로 진짜 폭도요 반란군입니다”라고 선동했다.
그런 괘씸한 자를 국민배우로 칭송한다면 대체 어쩌자는 얘긴가. 이 나라 국민을 향해 앞으로 당신들도 모두 총을 든 시민군으로 살라는 미쳐버린 부추김인가?
실제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영결식 조사에서 배우 정우성은 “배우의 품격과 인간의 품위”란 표현을 들먹이며 안성기를 새삼 기렸다.
속이 다 뒤집힌다. 토악질이 나온다. 그건 공산주의자로 살고, 대한민국 공권력을 향해 총부리를 드는 게 “인간의 품위”라고 말하는 또 한 번의 헛소리가 아니던가?
모두가 미쳤다. 선과 악,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 품위와 정의로움이 몽땅 뒤집히는 영결식 현장, 그걸 ‘폼나게’ 분칠해 주는 이 나라의 자칭타칭 일등신문….
당신은 이런 참담한 모습이 정상이라고 여기는가? 인기 배우를 보낼 땐 공과를 따지지 않고 덮어놓고 찬양하는 게 맞다는 소린가?
정우성이 ‘좌빨’ 배우라는 건 아는 이는 다 알지만, 또 기가 찰 일은 영결식 전 명동성당 추모 미사에서 한 서울대교구장인 대주교 정순택의 말씀이다.
그는 “안성기 사도는 영화를 위해 봉사하신 분”이라고 애써 말했다. 안성기가 “인간존중을 각인시켰다”는 동의 못 할 소리도 했다. ‘좌빨’ 소굴이 된 한국천주교에서 그중 낫다는 대주교도 결국 초록은 동색인가?
속이 뒤집혀 참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 이후 문화전쟁-역사전쟁에서 좌파에 참패한 나라라고 하지만, 그래도 도무지 이 꼴은 꼴이 아니다.
좌편향 영화판에 ‘입꾹닫’ 했던 그
이 나라가 당장 내일 몰락한다면 언론-교육-문화의 헤게모니를 몽땅 저들에게 빼앗긴 탓이다. 그중 영화판은 좌파의 해방구였다는 것도 아는 이는 다 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라도 선과 악,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이 이렇게 정반대로 뒤집힐 순 없는 노릇이다. 너무나 열이 나서 영화평론가 조희문 교수에게 그날 바로 전화했다.
“조형, 이걸 어떻게 할까요? 나 못 참습니다. 들어라, 바보들아! 하고 모진 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욕설과 분노로 가득 찬 나의 일방적인 언사를 듣던 그 무던한 조희문 교수가 입을 열었다.
“100% 동의합니다.”
반갑고 고마웠다. 사실 조 교수에 따르면, 영화 ‘남부군’ ‘태백산맥’ ‘화려한 휴가’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안성기가 주인공을 출연했던 ‘실미도’(2003), ‘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 등도 모두 지독한 반사회적 영화로 꼽힌다.
‘실미도’에서 안성기는 31명의 살인 병기를 조련하던 잔인한 인물, 최재헌 준위 역할을 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대한민국 군대는 모조리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분노가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하얀 전쟁’의 경우 대한민국은 남의 나라 전쟁인 월남전에 참전한 미친 나라로 그려진다. ‘부러진 화살’ 역시 제도권을 항해 극대치의 분노를 무럭무럭 키웠다.
이게 전부일 리 없다. 정치색을 띠지 않았다 해도 그의 1993년 작 ‘투캅스’ 역시 영 불쾌하다.
당시 그는 능글거리는 악질 부패 경찰 조윤수 역할을 해냈다. 또 한 번 묻는다. 바로 그런 악질 형사에, 표독한 훈련 조교가 국민배우의 진면목이고,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란 안성기식 헛소리의 근거인까?
안성기는 배우 초장부터 그러했다. 그가 출연했던 1984년 영화 ‘고래사냥’의 민우 역할도 어설프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게 우리 청춘의 초상일까?
안성기는 ‘쌈마이’ 영화감독 임권택이 연출한 ‘만다라’(1981)의 법운 역할에서부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의 큰아들 영수 역할 등도 했지만, 모두 애매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역이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안성기를 두고 국민배우라 칭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영화 장르가 본디 다 그렇고 그런 게 아니냐, 영화 속 캐릭터엔 선인도 악인도 섞여 있는 법이라고 헛소리는 하지 말아달라.
이 나라가 망한다면 좌파 영화 탓이라는 지식인으로서의 소신엔 변함없다. 이런 와중에 안성기는 최악의 영화 캐릭터를 반복했던, 못 믿을 연기자였을 따름이다.
오늘 분명히 말한다. 배우는 자신이 맡았던 스크린 속 역할로 말하는 법인데, 안성기는 ‘국민배우’이기는커녕 터무니없는 ‘실격 배우’에 다름 아니었다, 또 한 명의 반면교사라고 말해도 된다. 통화 중 여전히 흥분한 내게 조희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안성기가 1990년대 말 이후 좌편향 영화판에 의미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걸 따라가는 추수주의로 일관하며, 한국 영화의 반대한민국 성향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그렇다. 얼마 전 타계했던 여배우 김지미의 경우 3년 전 “한국 영화는 난폭한 영화, 흥미나 끄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이런 구조에선 좋은 배우가 존재할 수 없다”는 용기 있는 발언을 신문 인터뷰에서 터놓고 말했다. 그런 문제의식과 배포가 얼치기 배우 안성기에게는 전무했다.
안성기만 문제인가? 그날 추모 미사와 영결식에 몰려가 늙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함께했던 원로 배우 신영균,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호를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 전 문체부 장관 유인촌, 감독 이준익, 배우 설경구·정준호·박상원 등도 모두 그러했다. 당신들은 예외 없이 나라 망치는 행위의 공범이 맞다.
시사평론가

◆ 조우석 평론가
시사평론가. 서울신문 기자, 문화일보 문화부장,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출신의 대한민국 대표 문화통이다. KBS이사회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하며 한국출판평론상(2008)과 제25회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칼럼상(2010)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