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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파, 옳다는 주장 대신 종족 언어 확립해야 [특별기고: 松山]
  • 松山 시인
  • 등록 2026-01-10 22: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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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여·야 구분 없이 종족 정치로 빠르게 이동
  • 韓 좌파, 노동자·약자·소수자·피해자 독점
  • 한국 우파, 도덕 판단 버리고 현실 인식해야

청년 우파들의 축제 같은 집회 현장. 향후 한국 우파는 서로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종족의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한미일보

21세기 초반까지 미국 정치는 스스로를 ‘보편 가치의 수호자’로 규정해 왔다. 

 

자유무역, 다자주의, 인권, 국제 규범, 동맹 질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리즘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외교와 국내 정치 담론을 동시에 지배했다. 

 

이는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정책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강화, 중국의 WTO 가입 승인(2001), 대규모 이민 수용 정책은 모두 글로벌리즘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미국 사회 내부에서 균등한 결과를 낳지 않았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다. 

 

종족 정치란 정체성 기반의 집단 결속 방식

 

197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상위 1%의 실질 소득은 약 160% 증가했으나, 하위 50%의 실질 소득 증가는 20% 수준에 그쳤다(토마 피케티·에마뉘엘 사에즈·가브리엘 주크만의 미국 소득 분포 연구).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제조업 고용은 1979년 약 1950만 명에서 2019년 약 1280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 변화는 자동화와 무역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리즘은 이익과 손실을 동시에 만들었고, 손실을 본 계층은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특정 집단에 집중되었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지역에서 제조업 붕괴와 인구 유출이 관측되었고, 대졸 이상 고학력, 대도시 거주자와 비대졸, 중소도시 거주자 간의 정치적 선택 차이가 선거 결과로 반복 확인되었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등장한 것이 종족 정치(tribalism)다. 

 

종족 정치는 인류학적 혈연 집단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정치학과 사회학에서 정체성, 소속, 충성에 기반한 집단 결속 방식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개념은 이미 프랜시스 후쿠야마, 에이미 추아, 마크 릴라 등 여러 학자가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정치 분석에서 반복 사용했다. 종족 정치는 정책 선호보다 “누가 우리 편인가”를 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가리킨다.

 

미국 정치에서 이 현상이 본격화되었다는 사실은 여론조사와 선거 데이터로 확인된다. 퓨리서치센터는 1994년 이후 미국 유권자의 이념적 분극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었으며, 민주와 공화 양당 지지층이 서로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비율이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1994년에는 상대 당 지지자를 “국가에 해롭다”고 보는 응답이 20% 내외였으나, 2016년 이후에는 40~50%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변화는 특정 정치인의 성격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흐름의 촉매였지만,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 정치에는 이미 티파티 운동(2009년 이후), 이민 반대 시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정체성 기반 반발이 존재했다. 트럼프의 2016년 승리는 이러한 불만이 선거 동원으로 결집된 결과였다. 이는 선거인단 지형과 카운티 단위 투표 분석에서 확인된다.

 

한국 좌파 오래전부터 종족 정치 언어 독점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국은 정책 차원에서 글로벌리즘의 후퇴를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지만 종족 정치를 지향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사진=A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WTO 상소기구 기능 마비, 대중 관세 인상은 모두 다자 규범보다 자국 이해를 우선시한 조치였다. 

 

이후 행정부에서도 이 기조는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 조항을 강화했고,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공급망의 국적화를 추진했다. 이는 초당적 합의에 가까운 정책 방향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종족 정치가 미국 내에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제도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다른 종족 집합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언론 소비, 거주 지역, 종교, 교육 수준, 소비 브랜드까지 정치적 선택과 강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는 “정치의 문화화” 혹은 “문화의 정치화”로 설명된다.

 

이제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우파는 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정치 담론에서 여전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합리’ ‘객관’ ‘보편 가치’다. 

 

그러나 종족 정치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이러한 언어는 동원 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국 사례로 입증되었다. 이는 가치의 옳고 그름 문제가 아니라 정치 기술의 문제다.

 

좌파 진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종족 정치의 언어를 사용해 왔다. 노동자, 약자, 소수자, 피해자라는 범주는 단순한 사회학적 분류가 아니라 정체성 집합으로 기능한다. 

 

교육, 문화 콘텐츠, 언어 규범을 통해 이 집합은 반복 재생산되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서구권 전반에서 동일한 방식이 관찰된다.

 

반면 한국 우파는 자기 종족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보수 유권자는 존재하지만, 공유된 문화 코드, 언어, 생활 양식, 상호 신뢰의 네트워크는 약하다. 

 

선거 때만 일시적으로 결집하고, 평상시에는 흩어진 개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시민단체, 출판, 교육, 문화 산업에서의 지속적 투자 부족과 연결된다.

 

종족 정치의 핵심은 배타적 증오가 아니다. 핵심은 내부 결속과 상호 보호 메커니즘이다. 미국 보수 진영은 교회, 총기 클럽, 지역 커뮤니티, 보수 성향 미디어를 통해 이를 유지해 왔다. 한국 우파는 이러한 중간 조직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착각은 종족 정치가 ‘야만적’이라는 도덕 판단이다. 그러나 정치학적으로 볼 때, 종족 정치는 대규모 대중 민주주의에서 반복 출현하는 현상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파벌은 혈연, 지역, 후원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근대 이전의 정당은 오늘날 의미의 정책 정당이 아니었다. 정책 중심 정당은 오히려 20세기 중반의 예외적 산물이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민주주의의 붕괴가 아니라 민주주의 작동 방식의 변화다. 문제는 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집단이 계속해서 낡은 언어로 싸움을 시도할 때 발생한다. 

 

종족 정치는 소속의 언어와 감정 공유가 핵심

 

한국 우파가 “우리는 옳다”는 주장만 반복할 경우, 이는 사실 확인 이전에 정치적 무력화로 이어진다.

 

정치는 설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종족 정치 환경에서는 소속의 언어, 감정의 공유, 반복되는 일상적 접촉이 핵심이다. 이미 미국의 정치 자금, 풀뿌리 조직, 문화전쟁은 이 영역에서 작동한다.

 

미국은 글로벌리즘의 이상을 폐기했다기보다, 글로벌리즘이 만들어 낸 내부 균열을 종족 정치로 봉합하려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는 정책, 제도, 선거, 여론에서 동시에 목격된다. 

 

한국 우파가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사실에 맞는 말을 해도 정치적 영향력은 확대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현실 인식의 전환이다. 종족 정치가 이미 작동하는 세계에서, 종족을 부정하는 전략은 성공 사례가 없다. 이 점은 미국 정치가 충분히 증명했다.

 

시인, 역사·철학연구자

 


 


◆ 松山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로 전 이승만학당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 고문,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으며 ‘후크고지의 영웅’을 공동 번역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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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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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1-10 23:09:51

    말을 창조하시는 시인님들이 아스팔트에 나와 목소리 내주시는건 어떨까 합니다. 당장 나라가 망한걸로 보여서 눈앞이 캄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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