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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미 관세협상 2라운드 개막… 반도체는 입구, 자동차는 종착점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19 13: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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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트닉 “투자 안 하면 100% 관세”…미국의 공식 압박 신호
  • 대만에는 생산 이전 요구, 한국에는 무역구조 재조정 요구
  • 반도체는 협상 입구, 자동차가 최종 타깃으로 부상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을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가까운 메시지를 내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이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100% 반도체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제 협상 수단으로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난해 유보됐던 한·미 통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관세협상 2라운드’의 공식 개막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유보 종료 신호…협상 2라운드 돌입

 

이번 국면을 ‘2라운드’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분명하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된 1라운드는 사실상 관세 부과를 유보하는 수준의 잠정 합의였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조건과 적용 범위는 확정하지 않은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최근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관세 관련 포고령은 그 유보 상태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국가별로 별도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이 대만과는 관세와 투자 조건을 연계한 합의를 진행했다는 점도, 미국이 본격적인 2단계 협상 국면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1라운드가 정상회담 중심의 외교 협상이었다면, 이번 국면은 품목별·국가별 압박을 동원한 실무 협상 단계라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관세 유보에서 관세 실행 검토로 전환된 지금의 상황을 시장이 ‘관세협상 2라운드’로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만엔 투자 이전, 한국엔 무역 재조정 압박

 

이번 국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국이 대만과 한국을 서로 다른 논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반도체 관세 카드’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를 향한 목적은 분명히 갈린다.

 

대만을 향한 미국의 요구는 비교적 단순하다. “첨단 공정을 미국으로 더 옮겨라”는 것이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의 절대 강자이고, 특히 TSMC에 대한 글로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유사시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대만에 대한 관세 압박은 사실상 협상용 채찍에 가깝다. 

 

실제 목표는 관세 부과가 아니라 미국 내 추가 투자와 생산 이전이다. 

 

최근 미국과 대만이 별도의 반도체 협상을 통해 관세 우대와 투자 확대 조건을 조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한국을 향한 압박의 성격은 다르다. 

 

한국은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까지 줄줄이 미국에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낸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는 충분하지만 무역수지 구조는 여전히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흐름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구조를 보면 자동차 비중이 절대적이다. 

 

반도체 역시 주요 흑자 품목이지만, 미국이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싶은 대상은 자동차 중심의 무역불균형이다.

 

그래서 한국을 향한 관세 압박은 대만과 달리 실질적인 무역협상 재개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 투자 이전 요구보다는 시장 접근 조건과 무역 구조를 다시 조정하겠다는 의도가 더 뚜렷하다. 

 

같은 반도체 카드라도 대만에는 투자 압박, 한국에는 협상 압박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대만과 한국, ‘다른 반도체’의 현실

 

이번 국면을 이해하려면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 구조 차이를 분명히 봐야 한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중심이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대체하기 어려운 생산 기지’이고, 한국은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파트너’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반도체 관세 카드라도 작동 방식이 달라진다. 대만을 향한 메시지는 공급망 재편 전략이고, 한국을 향한 메시지는 통상 협상 재개 신호다.

 


 1월 14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 타깃은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이 이번 협상의 종착점을 자동차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구조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보다 자동차가 훨씬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자동차는 단기간 고용 확대,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성과 과시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카드다. 

 

특히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일정까지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은 정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협상 수단이 된다.

 

결국 반도체는 협상의 문을 여는 카드이고, 실제 승부는 자동차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고용·물가·중간선거가 변수


이번 협상의 향방은 여러 변수와 맞물려 있다. 미국의 물가와 고용지표, 중간선거 일정,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내 고용지표가 악화될수록 관세 압박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행사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번 메시지가 분명한 정치적 계산 위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선택지 좁은 한국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추가 투자 확대를 통한 타협, 부분 양보와 시간 벌기, 보복관세를 포함한 맞대응 등이 거론되지만, 대미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현실적인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결국 협상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유보에서 실행으로

 

이번 조치는 단발성 분쟁이 아니라, 유보됐던 갈등이 다시 실행 단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그 전환을 공식화한 신호탄에 가깝다.

 

미국의 전략은 분명하다.

 

대만에는 투자 이전을 요구하는 구조 압박으로, 한국에는 무역 조건 재조정을 강제하는 통상 압박으로, 두 갈래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반도체는 예고편이고, 본편은 자동차다. 이번 협상은 짧은 싸움이 아니라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번 관세협상 2라운드에서 한국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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