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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공동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 더 오른다”
  • 박혜수 기자
  • 등록 2026-01-27 23: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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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일 ‘마러라고 합의’… 아시아 통화시장 공동 개입하기로
  • 원·달러 환율, 기대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등 반짝 靑신호
  • 관세 압박, 물가 상승… 환율 “1600∼1700선 간다”는 의견도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일본의 공동 개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1600∼1700원 선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미·일의 개입이 달러 약세를 유도해 원화 가치가 높아져야 하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 이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엔화(왼쪽)와 달러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미·일 외환당국이 과도한 엔저를 막기 위해 공조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 시장에 퍼지면서 엔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1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일 양국은 이 자리에서 엔화 가치 하락 방어와 달러 강세 억제를 위한 환율 공조에 전격 합의했다. 두 나라가 외환 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강달러’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주요 무역 상대국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안정을 위한 행동을 개시한다는 신호이다.

 

‘레이트 체크’만으로도 외환 시장 반응

 

25·26일 로이터·AP·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는 과도한 달러 강세를 억제하고 엔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의 가치를 정상화(절상)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약달러’ 정책을 원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과도한 엔저로 인한 일본 내 물가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 15년 만의 일이다. 당시 이는 단순한 일본 단독의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공동 개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15년 만에 미국과 일본이 다시 외환 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25·26일 양일간에 걸쳐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일본 당국과 협력해 엔화에 대한 ‘레이트 체크(가격 체크·환율 점검)’를 실시하는 등 공동 개입이 개시되었다.

 

‘레이트 체크’란 뉴욕 연준이나 일본은행 같은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현재 엔·달러 환율이 얼마냐”고 묻는 행위이다. 중앙은행들은 이미 화면으로 환율을 보고 있지만, 이렇게 나서서 직접 묻는 것은 “우리가 곧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달러 매도와 엔화 매수를 통한 직접 개입을 하기 전 단계에 행하는 것으로, 당국이 환율을 묻는 것만으로도 시장 참가자들은 겁을 먹고 달러를 팔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돈을 쓰지 않고도 특정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키고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번 25일에 실시된 레이트 체크는 미국과 일본이 실제로 달러를 팔아 환율을 떨어뜨리기 직전의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이번 ‘레이트 체크’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마러라고 합의… 1985년 ‘플라자 합의’의 현대 버전

 

트럼프 미 행정부와 일본 정부의 이번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는 1985년 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주요국이 개입했던 ‘플라자 합의’의 현대 버전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인 달러 약세, 즉 일본 엔화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통화의 강세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마러라고 합의에는 미국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거나 뉴욕 연준이 직접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본을 돕고, 일본은 그 대가로 무역이나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도한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해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목적은 엔화·원화·대만 달러 등 주요 아시아 통화의 가치를 높여 환율을 떨어뜨림으로써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일 공조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DOWN↓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입 신호를 보낸 직후, 엔화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급등하며 환율이 하락했다. 미국이 이처럼 아시아 통화의 가치 하락을 방어해 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도 고환율 압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며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6일, 미국과 일본의 개입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5원 넘게 급락하며 원화 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화 강세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이달 7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1440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과 일본이 시장에 공동 개입할 조짐을 보인 결과다. 

 

원화는 엔화와 등락을 같이하는 경향이 있다. 엔화와 원화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같은 ‘아시아 주요 통화’ 묶음으로 취급되어 가치가 비슷하게 움직인다. 통상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상승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다만 27일엔 전날(26일)보다 9.4원 상승한 1450원에 개장했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내려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도 하락… 반짝 靑신호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장기간 물가 상승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을 말하는데, 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은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나 부품, 생필품의 가격이 비싸져 소비자와 기업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환율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를 높이는 과정이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아지면 앞으로 물가가 크게 올라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너도나도 안전 자산인 달러를 사두려고 하고,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미·일 외환시장 공동 개입 소식에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도 함께 떨어졌다. 

 

27일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이다. 이는 지난달(3.2%)보다 0.1%p 소폭 하락한 수준으로, 최근 ‘마러라고 합의’에 이은 뉴욕 연준의 ‘레이트 체크’ 등 미국과 일본의 환율 공동 개입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되면서, 수입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가 아주 조금이나마 완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향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공공요금 인상과 농·축·수산물 가격을 꼽는 등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대인플레이션이 3%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다시 물가 상승 심리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조금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물가 불안 심리가 가라앉지 않은 엄중한 상황인 것이다.

 

펀더멘털 약한 한국 경제… 환율 상승 경계해야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일본의 공동 개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1600∼1700원 선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미·일의 개입이 달러 약세를 유도해 원화 가치가 높아져야 하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 이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2026년 초 현재, 국제 유가 변동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예고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선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 근원 물가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 또한 물가 상승분만큼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다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악순환’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대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 높게 유지될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긴축 기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예상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에 대한 공포심리가 있다. 보편적 관세는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에 치명적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의 수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리 원화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려 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마러라고 합의’에 의한 달러 약세 효과보다 ‘관세 폭탄’의 압력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를 방어할 여력이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한국의 수출 성장세 둔화와 내수 부진은 원화 가치를 뒷받침할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미국이 달러 가치를 낮추려 해도, 한국 경제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면 원화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미·일의 환율 개입에 의한 환율 하락 가능성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로 인한 지속적 환율 상승을 경고하고 있다.

 

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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