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60.54포인트(1.19%) 오른 5,145.39에, 코스닥지수는 10.88포인트(1.00%) 오른 1,093.47에 개장했다. 2026.1.28.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내 증시가 크게 반응했다.
28일 코스피는 장중 51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고, 코스닥도 1100선을 넘어섰다.
전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자 시장은 이를 유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수 급등과 달리, 관세 리스크 자체가 해소됐다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정책 결정도, 합의 문서도, 제도적 절차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시장은 ‘발언의 여지’만으로 빠르게 안도 국면에 들어갔다.
이날 상승은 수급 구조에서도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3천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형적인 ‘개인 주도 랠리’다.
기대를 반영한 매수는 유입됐지만, 리스크를 평가하는 자금은 차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상징적 종목들의 움직임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16만 원대를 돌파했고, SK하이닉스도 80만 원대에 안착했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와 글로벌 기술주 강세가 겹친 결과다.
다만 이 역시 관세 정책의 확정적 변화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일단 미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환율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5원 넘게 하락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그러나 환율 안정이 구조적으로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세 문제는 물론, 비준 여부와 국내 정치 일정, 협상 방식 등 핵심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임의 주체가 흐려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마치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 것처럼 반응이 확산됐다.
한국 정부가 어떤 협상을 진행 중인지, 국회 비준이나 제도적 절차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책 공백은 그대로인데, 시장 기대만 앞서간 구조다.
이날의 상승은 ‘해결된 결과’가 아니라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에 대한 반응이다.
이런 장세는 발언 하나, 해석 하나에 따라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다.
실제로 관세 인상 여부가 다시 구체화되거나,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드러날 경우 시장은 같은 속도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지수는 올랐지만, 불확실성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 발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시장 구조만 확인됐다.
정책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말이 움직였고, 책임 있는 설명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