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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山 시사읽기] 좌파에게 교육부는 ‘이념의 틀’ 공작소… 우파도 인식 바꿔야
  • 松山 시인
  • 등록 2026-01-28 1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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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은 조용히 작동하지만 미래 좌우”
  • 우파, 교육을 단지 관리 대상으로 치부

1998년 7월 이해찬(왼쪽) 당시 교육부 장관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국정 과제 추진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좌파 정권이 교육부 장관 자리에 매우 비중 있는 인사를 앉히는 이유는 그 자리를 사회의 장기적 사고틀을 관리하는 핵심 위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영역은 아니다. 선거 주기와 맞물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고 습관, 언어 감각, 역사 인식, 국가에 대한 태도는 교육을 통해 서서히 형성된다. 

 

좌파 정치 세력은 이 점을 오래전부터 정확히 인지해 왔다. 그래서 교육부는 예산 규모나 행정 편의의 부처가 아니라, 미래 사회의 기본을 다지는 부서로 취급된다.

 

좌파에게 교육부 장관은 미래 책임지는 자리

 

좌파 진영에서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이념적 신뢰가 검증된 인물, 조직 장악력이 있는 인물, 학계·교원단체·시민단체와의 교류가 풍부한 인물이 주로 기용된다. 

 

학생들의 사고에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감각, 어느 지점에서 사상을 밀어붙이고 어느 지점에서 우회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등이 교육부 장관의 능력에서 나온다. 

 

좌파 정권은 교육 정책을 단발성 개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교육과정, 교과서, 교원 평가, 학생 인권, 대학 구조, 연구비 배분까지 이어지는 연쇄 고리로 인식한다. 이 고리 전체가 한 방향을 향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교육부 장관에게 부여한다.

 

좌파 성향 시민들 역시 교육부 장관 인선을 중대한 정치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 연구 이력, 시민단체 활동, 서명 참여 내역까지 세밀하게 검토한다. 

 

교육은 문화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 진영 내부에서는 교육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토론이 격렬하다. 

 

반대로 우파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리로 취급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인사 실패의 누적이 아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정치적 감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파 진영은 교육을 주로 관리 영역으로 본다. 시험 제도, 입시 공정성, 학부모 불만 조정, 교원 노조와의 마찰 관리 같은 현안 처리 중심의 시각이 강하다. 

 

교육이 사회 인식의 토대를 형성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정치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우파 정권에서는 교육부 장관 자리에 정치적 무게감이 덜한 인물이 앉는 사례가 반복된다. 관료 출신, 무난한 학계 인사, 갈등을 키우지 않을 사람이라는 기준이 앞선다. 

 

장관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도 보인다. 교육부가 정치 논쟁의 중심에 서는 상황 자체를 부담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이미 정치화됐다”

 

이 인식은 임명권자의 태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파 성향 시민들 역시 교육부 장관 인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교·안보, 경제, 부동산 같은 분야에 비해 교육은 후순위로 밀린다.

 

2022년 5월 전교조는, 과거 ‘이명박OUT’ ‘박근혜OUT’ ‘조중동OUT’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사실을 깨끗이 잊고 ‘전교조OUT’은 혐오 표현이라며 조전혁 등 당시 교육감 후보 10명을 고소했다. [사진=전교조]

좌파는 교육을 통해 10년, 20년 뒤 사회의 기본 감각을 설계하려 한다. 지금의 불리함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효과를 중시한다. 

 

반면 우파는 현재의 불만을 관리하고 당장의 제도 안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교육을 통해 사회 인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은 이념적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동한다. 이 경계심은 정치적으로는 신중함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장기 전선에서의 패배로 이어진다.

 

교육부 장관의 위상은 그 정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드러낸다. 

 

좌파 정권은 교육을 통제하지 못하면 다른 모든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본다. 법과 제도를 바꿔도, 예산을 늘려도,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재생산하는 언어가 교실에서 형성되면 사회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점에서 교육은 정책의 결과를 해석하는 프레임을 공급하는 영역이다. 좌파는 이 프레임 관리의 중요성을 체감적으로 알고 있다.

 

우파 정권은 교육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태도를 미덕으로 여겨 왔다. 아이들을 정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자주 동원된다. 이 명분 자체는 존중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이다. 교육은 이미 정치적이다. 교과서의 문장 하나, 연표의 배열, 인물 평가의 어조, 사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모두 가치 판단을 내포한다.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중립을 지키는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형성된 흐름을 그대로 두겠다는 의미로 작동한다. 이 상태에서 교육부 장관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이는 시민 사회에서도 반복된다. 좌파 시민단체는 교육 문제에 집요하다. 교과서 개정, 교육과정 변경, 교원 연수 내용까지 추적한다. 논문과 보고서를 생산하고, 언론 기고를 통해 압박한다. 교육은 문화 투쟁의 핵심 축이라는 인식이 공유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파 시민 사회는 교육 문제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약하다. 관심은 일시적으로 폭발했다가 빠르게 식는다. 특정 사건이나 논란이 있을 때만 반응하고, 장기적인 대응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흩어진다. 이 결과는 누적된다. 

 

좌파는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언어와 문제의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다. 그 언어를 배우며 성장한 세대는 자연스럽게 특정 가치 판단에 익숙해진다. 

 

정치 바라보는 감각, 교육 통해 형성돼

 

이것은 세뇌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상의 언어 감각, 옳고 그름을 가르는 기준, 국가를 바라보는 거리감이 교육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파는 이 과정을 과소평가해 왔다. 제도와 정책만 바로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제도는 해석 위에서 작동한다. 해석을 공급하는 곳이 교육이라는 점을 좌파는 놓치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의 위상 차이는 결국 정치의 자기 이해에서 비롯된다. 좌파는 정치를 사회 전체를 재편하는 작업으로 인식한다. 법률, 예산, 교육, 문화, 언어가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인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은 그 연속선을 관리하는 핵심 고리다. 우파는 정치를 문제 해결의 기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 성장, 치안, 외교 성과 같은 가시적 지표에 집중한다. 교육은 그 지표를 뒷받침하는 보조 영역으로 밀린다.

 

그래서 우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 정책은 급하게 손질되고, 장관은 잦은 교체를 겪는다. 장기 전략은 축적되지 않는다. 

 

그 사이 교육 현장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축적된 관행과 언어를 유지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실의 공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좌파는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 한 자리에 정치적 자산을 아끼지 않는다.

 

이 문제는 좌파가 옳고 우파가 틀렸다는 단순한 구도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정치 세력이 무엇을 장기 전선으로 인식하느냐의 차이다. 교육을 사회의 기본을 설정하는 공간으로 보는 시각과, 관리 대상의 하나로 보는 시각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은 인사 하나, 장관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진영 전체의 정치 감각과 시민 인식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우파가 교육부 장관 자리를 가볍게 여기는 한,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 인식의 방향은 계속해서 좌파 진영의 손에 맡겨질 것이다. 이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현실 진단이다. 

 

교육은 조용히 작동한다. 법안처럼 표결로 드러나지 않고, 예산처럼 숫자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장 오래 남는다. 좌파가 이 점을 놓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사회의 기본 감각은 영원히 같은 방향으로 축적될 것이다.

 



 

◆ 松山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이승만학당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 고문,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을 공동 번역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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