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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정치적 목적의 군 파괴 행위 당장 멈추어야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2-15 00: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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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란 가담’ 혐의 110명 중 108명이 군인
  • 명령 복종은 군의 생명이며 군 조직의 핵심
  • 군의 정치적 중립성 지키는 제도부터 정비해야

김현태 전 707단장은 12·3 비상계엄 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 봉쇄 임무를 맡았다가 파면당했다. [사진=연합뉴스]12·3계엄에 동원된 1600여 명 가운데 장성과 영관급을 포함한 860여 명이 별도 조사를 받았고, 이를 위해 120여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다. 

 

이후 현 정부는 직무 배제, 보직 해임, 감찰, 수사 의뢰를 동시에 진행하며 군 장성·지휘관·참모 등 100여 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개시했다. 

 

군 조직 파괴하는 전방위적 수사와 징계 

 

징계 대상은 4성 장군부터 영관 장교까지 계급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현 정부 출범 이후 4성 장군으로 진급한 주성운 지상작전사령관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을 계엄 연루 의혹으로 직무 배제 조치를 내렸다. 

 

사유도 ‘직접 가담’부터 ‘보고 누락’ ‘인지 여부’ ‘연루 의혹’까지 폭넓게 적용됐다. 

 

이어 정부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내란 가담’ 혐의로 110명을 수사 의뢰했는데, 이 중 108명이 군인이었고, 징계 대상 89명 중 48명도 군 출신이었다. 

 

또 특검이 불기소한 지휘관급까지 군의 중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계엄은 1년 전에 종료됐지만 조사는 계속되었고 사실상 모든 책임을 군(軍)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전방위적 수사와 징계는 군 조직을 망가뜨린다.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휘관은 국가 수호 결단보다 자기 직위 보존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장교는 명령 이행의 속도보다 법적 위험을 계산하게 된다. 이는 문민 통제의 강화가 아니라 군조직의 파괴이자 국가 전투력의 해체다.

 

절대복종을 전제로 설계된 군 조직

 

군의 명령 복종은 군의 생명이며 군 조직의 핵심 골간이다. 그래서 군은 민주주의 다양성 원리에 반하는 절대복종을 전제로 설계됐다. 

 

군의 상명하복 체계 특성상 하급자는 명령의 배경보다 이행에 집중하도록 훈련받는다. 군인은 명령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고, 따져서도 안 된다. 

 안규백(오른쪽) 국방부장관과 박정훈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방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명령의 즉각적 이행이 보장되지 않는 군은 더이상 군이 아니다. 군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군인을 처벌하는 것은 칼이 잘 벼려졌다고 칼을 탓하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군 전체가 잠재적 피의자로 취급되는 분위기다. 전략·작전·전술 단계의 구분은 흐려지고, ‘가담 여부’라는 단일 기준만 남는다. 

 

기획과 주도, 적극적 가담과 단순 이행, 인지와 비인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포괄적 책임을 적용한다면, 이는 정의의 문제를 넘어 군 조직 전체의 차후 전시 임무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 

 

책임감 대신 공포가 조직을 지배하면 가장 먼저 약해지는 것은 억제력이다. 적(敵)이 좋아할 일을 군을 잘 모르는 위정자들이 하고 있다.

 

군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고, 정치가 군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군인의 책임을 묻기 전에 국가는 자문해야 한다. 

 

위법 명령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있었는가. 명령 거부권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가. 정치적 압박에서 군을 보호할 구조는 마련돼 있었는가. 책임을 묻기 전에 군인의 정치적 중립 시스템 부재를 먼저 질의하고 자책해야 한다.

 

군을 향한 책임 추궁이 합법적이고 정의가 되려면, 먼저 제도가 강구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군 전체를 의심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명령의 정당성을 묻지 않는 군대 역시 용납될 수 없다. 문제는 균형이 아니라, 그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책임은 단계별로 구분

 

기획과 주도, 적극적 가담과 단순 이행, 인지와 비인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동일한 책임을 묻는 병정놀이 방식은 폐기해야 한다. 

 

군은 명령을 수행하는 조직이지, 사후에 인위적으로 죄를 만들고 명령의 배경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 특성을 무시한 책임 추궁은 군조직을 위축시키고 와해시킨다.

 

△위법 명령 차단하는 시스템 강구

 

명령의 적법성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절차, 지휘관이 위법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보호 장치, 내부 이견 제기와 보고 체계의 안전성은 최소한의 장치다. 이런 기반 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군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지키는 제도적 장치 강구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군을 보호할 독립적 ‘국가안보특별위원회’의 검토와 인사와 지휘 체계의 투명성, 군 전체를 ‘잠재적 가담자’로 취급하는 관행의 중단이 필요하다. 

 

군은 비자발적 구성 요원을 반민주적 방식으로 통제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패다. 그 방패가 내부 불신으로 금이 간다면, 월남군처럼 최첨단 무장을 해도 외부 위협을 극복할 수 없다.

 

군은 무지한 징계보다 먼저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제도부터 정비하고 사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군이 정치에 휘둘리는 약한 모습은 현역 군인의 사기와 미래를 앗아갔고 중견 간부까지 군을 떠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정치적 목적의 군 파괴 행위는 당장 멈추어야 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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