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개된 법무부 문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가이자 MAGA 운동의 주요 인물로 널리 알려진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이 성범죄 전과자 제프리 엡스틴과 가까웠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7년 말부터 2019년 7월 엡스틴이 체포될 때까지의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포함한 이 문서들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하는 것에 대한 논의와, 엡스틴이 새로운 법적 조사를 받게 되자 배넌이 엡스틴에게 조언하려 했던 노력을 보여준다.
해당 파일들은 또한 엡스틴이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은 직후인 2018년 새해 전날 밤 시작된 문자 메시지 대화에서, 배넌은 백악관을 의미하는 "WH"가 거세지는 정치적 압력 속에서 "반격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엡스틴은 트럼프를 언급하며 "그는 정말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배넌은 "이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어선 것 같다. 수정헌법 25조를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조항이다.
배넌은 트럼프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개입이 필요하다"고 쓰기도 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 공개는 일부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뉴스맥스는 전했다.
전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은 엑스(X)에 기고한 글에서 "만약 배넌과 엡스틴이 모두 배후에 있다면, 배넌을 불러 심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공화·조지아) 전 하원의원도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엡스틴과 그토록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절대로."라고 썼다.
물론 배넌은 수정헌법 25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배넌은 뉴욕타임스에 보낸 답변에서 "나는 수십 년간 논란이 많은 인물들을 인터뷰해 온 영화제작자이자 TV진행자다"라며 "이러한 사적인 대화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은둔형 인물로부터 50시간 분량의 인터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뉴스맥스는 2018년 작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가 쓴 폭로성 저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주요 정보원으로 배넌을 언급했다면서, 울프의 소개로 엡스틴과 배넌이 만났다고 지적했다.
울프의 소설 "화염과 분노"는 혼란스러운 백악관을 묘사하고 트럼프의 직무 적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초기 공개 토론에 불을 지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뉴스맥스에 따르면, 2019년 초 마이애미 헤럴드의 탐사 보도 이후 엡스틴의 법적 책임이 가중되면서 배넌의 메시지 어조는 위기 관리 쪽으로 바뀌었다.
2019년 4월, 배넌은 엡스틴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우선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다음 소아성애/인신매매 관련 주장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선가로서의 당신의 이미지를 재건해야 한다."
또 다른 메시지에서 배넌은 평판에 걸린 위험을 강조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남성들에게 강간당하도록 여성 아동을 거래하는 강간범'이라는 주장을 반드시 반박해야 한다 - 이는 결코 회복될 수 없다."
2019년 2월 연방 검찰이 엡스틴의 2008년 유죄 협상 처리 과정을 재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엡스틴은 배넌에게 공개적으로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배넌은 "정신 나갔냐?"(Have you lost your f****** mind.)라며 직설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이게 바로 전 세계적인 뉴스 1위가 될 거야!"(The moment you say ANYTHING, this is global story#1!!!!!)라고 덧붙였다.
해당 문서들은 배넌이 엡스틴에게 변호사 두 명을 추천하는 등 법률 및 홍보 전략에 대해 조언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변호사 모두 엡스틴을 변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넌은 2019년 4월 문자 메시지에서 "금요일 오후에 당신 집에서 미디어 트레이닝을 할 것"이라며 "카메라 두 대로 촬영하고, 우리 팀은 완전 비밀 보장이다."라고 썼는데, 엡스틴은 그 훈련이 "혹독한 시련"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엡스틴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와 파리 아파트에서 열릴 여행 및 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주고받았다. 2019년 3월, 배넌은 로마에서 엡스틴에게 비행기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엡스틴은 비행기는 이용할 수 없지만 전세기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며칠 후 배넌은 "오늘 밤 당신 집에서 자도 되나요?"라고 썼고, 엡스틴은 "네, 자고 가세요."라고 답했다.
관련 서류에 따르면 엡스틴은 배넌의 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제안했고, 그와 그의 아들에게 애플 워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황들은 배넌과 엡스틴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했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배넌의 대변인은 그가 엡스틴의 전용기를 타거나 그의 주치의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인용된 이메일 서신에서 엡스틴은 배넌의 재정 후원자들에 대해 한 지인에게 "누군가는 그의 허튼소리에 자금을 대줘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배넌과 중국 억만장자 궈 웬구이(Guo Wengui)의 동맹관계를 가리킨 것이다.
엡스틴의 법적 위험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소통은 2019년 7월까지 계속됐다.
두 사람은 엡스타틴 파리에서 돌아온 직후 만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그는 뉴저지에 착륙하자마자 체포됐다.
엡스틴은 배넌에게 "모두 취소됐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것이 그가 배넌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다.
새롭게 공개된 메시지들은 배넌을 트럼프 시대의 두 가지 민감한 사안, 즉 대통령의 직무 적합성에 대한 내부 논의와 엡스틴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의 중심에 놓는다고 뉴스맥스는 정리했다.
배넌은 자신의 대화가 언론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틴 파일의 공개를 꺼려했던 이유가 자신의 측근들이 다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배넌과 엡스틴의 관계는 현재 다시금 면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또다른 우려는 엡스틴 파일의 공개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더 키우고 마녀사냥의 원천으로 뒤바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반대편 뿐만 아니라 내부 진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권력 다툼이 형성된다는 점도 포함된다.
미국 NNP=홍성구 대표기자 / 본지 특약 NNP info@newsand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