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학 “강한 바람 불수록 태극기는 더 단단히 펄럭인다”
MZ세대 중심으로 국민 계몽에 앞장서 온 ‘자유대학’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내란 혐의에 관한 사법부의 모순적인 1심 판결에 일침을 가했다. 자유대학은 19일 자정쯤 소셜미디어(SNS)에 ‘오늘의 선고를 역사는 반드시 다시 물을 것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입장문에서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라 했으나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는 국헌문란이라 판단했다”며 ‘내란 우두머리’라는 죄명으로 윤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현실을 개탄했다.
19일 지귀현 판사의 1심 선고를 듣고 있는 피고인과 변호인들. 사진=중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19일 있었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이후의 논쟁이 뜨겁다. 여느 사건과는 달리 이번 논쟁은 단순한 찬반 대립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법리 해석과 정치적 평가, 민주주의 서사와 국제 시선이 등 4가지 기준이 동시에 충돌하며 서로 다른 정당성을 주장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은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정당성 갈등’의 국면을 넘어, 각자 다른 기준을 앞세워 경쟁하는 ‘정당성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판결은 끝났지만, 정당성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번 논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외신 인용의 급증이다.
이를 단순히 국제적 관심의 확대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는 상황일수록 언론은 외부 시선을 호출해 자신이 선택한 해석을 보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외신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관찰자에 가깝지만, 경쟁적 정당성 국면에서는 그 문장이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외신의 서술이 정보가 아니라 정당성을 증폭하는 장치처럼 작동하는 순간이다.
외신 보도는 본래 글로벌 독자를 위한 설명 언어다.
정치적 맥락을 압축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서사를 단순화한다.
그러나 국내 보도 과정에서 이러한 서술이 법리적 판단이나 사회적 합의처럼 재배치될 때, 외신은 정보원이 아니라 기준처럼 소비되기 시작한다.
외신은 거울일 뿐 심판이 아니다.
하지만 정당성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거울이 판결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외신 인용의 급증은 국제화의 신호라기보다 국내에서 하나의 정당성 언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논쟁은 하나의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당성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에 가깝다.
첫 번째는 법리 정당성이다.
판결문과 형사법 논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흐름으로, 절차와 법적 기준 자체를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다.
이 프레임에서는 정치적 평가보다 과정과 법적 안정성이 강조된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 서사 정당성이다.
사건을 단순 형사 사건이 아닌 헌정 질서의 문제로 확장해 해석하는 방식으로, 판결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이 앞에 놓인다.
세 번째는 정치적 정당성이다.
재판과 판결을 권력 관계 속에서 읽는 시선으로, 법리보다 정치적 의도와 힘의 균형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네 번째는 국제 시선 정당성이다.
외신 보도나 해외 반응을 통해 국내 논쟁을 재구성하려는 흐름으로, 설명의 언어가 때로는 판단의 근거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이 네 가지 정당성은 서로를 완전히 부정하지도, 하나로 합쳐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언어를 유지한 채 동시에 작동하며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개의 이야기로 분해한다.
판결 이후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기준을 두고 충돌하는 정당성 갈등이 반복됐다면, 지금은 서로 다른 기준 자체가 경쟁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정당성 경쟁이 시작된 사회에서는 논쟁의 방식도 달라진다.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싸움이 아니라, 어떤 기준이 더 설득력을 갖는가가 핵심이 된다.
판결은 법적 절차의 종결일 수 있지만, 정치적 해석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판결 이후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
서로 다른 정당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가 완전히 승리하기 어렵고, 논쟁은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
언론의 위치도 이 지점에서 달라진다.
사실 전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기준이 사용되고 있는지 구조를 설명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외신 인용의 증가나 해석 언어의 다양화는 혼란의 신호이면서 동시에 변화의 징후이기도 하다.
정당성이 경쟁하는 시대에는 언론 역시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기보다, 어떤 정당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판결은 끝났지만 정치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정당성 경쟁의 시대에는 권력을 쥔 자일수록 더 많은 힘을 쓰기보다 언제 멈출지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당성 갈등의 시대에는 상대를 설득하면 논쟁이 끝났지만, 정당성 경쟁의 시대에는 누구도 완전히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결론이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
한국 정치가 이제 어떤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게 될 것인지, 그 질문이 판결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