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첫 날인 1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5.3.10 [사진=연합뉴스]
24일 밤,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근 미·일 훈련 과정에서 불거진 카디즈(KADIZ) 접근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국방당국의 설명과 인식 차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었다.
주한미군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고, 항의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되는 사안을 밤중 공개 문서 형식으로 내놓은 것 자체가 동맹 내부의 긴장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논란의 출발은 공역 인식 차이였다.
한국 측은 훈련 상황을 조율된 범위 안에서 설명했지만, 주한미군은 입장문을 통해 표현을 수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건 자체는 기술적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난 것은 동맹 내부의 전략적 온도차였다. 단순한 해명 충돌을 넘어 한미 공조의 균열 가능성을 읽게 만든 이유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한미동맹이 흔들릴 때 과연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메시지의 수신자를 서울이 아닌 워싱턴으로 설정하고 있다.
긴장을 높일수록 협상력이 커진다는 계산 아래 ‘통미봉남’ 전략이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동맹의 틈은 북한에게 가장 익숙한 기회다.
동북아 정세를 넓게 보면 중국 역시 공조의 균열 속에서 전략적 여지를 확보한다.
한미일 안보 축이 느슨해질수록 한국은 선택지가 넓어지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심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
동맹의 균열은 외부 세력에게는 공간을 주지만, 당사자인 한국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돌아오기 쉽다.
최근 진행된 미·일 중심 군사훈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국이 참여를 거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존재감이 흐릿해 보였다는 인상은 남았다.
안보 협력의 무게추가 미묘하게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동맹은 유지되더라도 중심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9·19 군사합의 복원 논의가 겹치며 동맹의 온도차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이 이미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한 상황에서 과거 틀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미국의 전략과 엇갈릴 수밖에 없다.
‘사과 없는 유감’이라는 입장문 형식 역시 이런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드러난 메시지는 긴장 완화의 제안이라기보다 조건부 협상에 가깝다.
미국의 태도에 따라 관계를 조정하겠다고 하면서도 서울은 협상의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평화를 먼저 선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긴장을 높인 뒤 평화를 낮춰주는 대가를 요구하는 구조다.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메시지를 동시에 활용해 협상 비용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결국 북한에게 평화는 목표라기보다 가격표가 붙은 선택지이며, 그 조건이 동맹의 균열 위에서 작동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동맹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유지된다. 표현을 둘러싼 논쟁에 머무를수록 한국의 자리만 좁아진다.
한미동맹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웃는 쪽은 외부이며, 가장 먼저 좌표를 잃는 쪽은 서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말이 아니라 분명한 방향이다.
동맹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심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갈등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가.
그 답을 외면하는 순간, 서울 패싱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