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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재명 재판, 법왜곡죄 적용 가능한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3-05 15: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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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 84조 해석 논쟁… “소추 금지”인가 “재판 정지”인가
  •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건 재판 중단… 기속력·선거법 신속 재판 원칙과 충돌
  • 법왜곡죄 성립 요건은 ‘고의’… 사법 독립과 책임 사이 첫 시험대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과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5일 국무회의 문턱을 넘었다. 사진은 5일 국무회의 중인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에서 결의를 마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중단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 재확산되고 있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공판기일을 취소하고 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형식상 기일 변경이지만 사실상 재판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재판 일정 조정의 문제를 넘어 헌법 해석, 대법원판결의 기속력, 선거법 신속 재판 원칙, 그리고 새로 도입되는 법왜곡죄의 적용 범위까지 연결되는 복합적인 법률 문제로 평가된다.

 

결국 논쟁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대통령의 형사 재판은 헌법에 따라 중단돼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 진행돼야 하는가.

 

헌법 84조 해석 논쟁

 

헌법 제8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논쟁의 핵심은 여기서 말하는 ‘소추’의 의미다.

 

형사법 체계에서 소추는 일반적으로 검사의 공소 제기, 즉 기소를 의미한다. 헌법 문언만 보면 대통령 재직 중 새로운 기소는 금지되지만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헌법학계에서는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재판 계속 가능설 vs 재판 정지설

 

헌법학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재판 계속 가능설이다.

 

이 견해는 헌법 84조의 소추를 기소 행위로 해석한다. 따라서 대통령 재직 중 새로운 공소 제기는 금지되지만 이미 진행된 재판은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법학자 허영, 권영성 등의 교과서에서도 이러한 해석이 소개된다. 헌법 문언이 소추 금지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재판 정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두 번째는 재판 정지설이다.

 

이 견해는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를 강조한다. 대통령이 형사 재판 절차에 묶일 경우 국정 수행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 역시 임기 동안 정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해석은 헌법 문언보다는 제도 취지에 기반한 확장 해석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판부 판단의 근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공판기일을 취소하고 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재직 중 형사 절차가 진행될 경우 국정 수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를 감안할 때 형사 재판 절차 역시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을 종결한 것이 아니라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연기했다.

 

대법원 판결 기속력 문제

 

이번 사건에서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갖는 기속력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환송할 경우 환송심 법원은 대법원의 법률 판단에 기속된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환송심의 역할은 통상 대법원의 법률 판단을 전제로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하거나 양형을 판단하는 절차에 가깝다.

 

이 때문에 환송심 재판이 사실상 중단될 경우 대법원 판결의 실질적 집행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법 신속 재판 원칙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사건이기도 하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 재판을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내에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선거 결과의 법적 정당성을 신속히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선거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왜곡죄 성립 요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에는 이른바 법왜곡죄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판사나 검사 등 공무원이 법을 왜곡해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한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상당히 엄격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첫째,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거나 법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둘째, 특정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셋째, 법률의 취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법 해석의 차이나 판단 오류만으로는 법왜곡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사법 독립과 책임의 경계

 

법왜곡죄를 둘러싼 또 다른 논쟁은 사법 독립과의 관계다.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이뤄진 법 해석이나 판단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을 경우 사법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법왜곡죄 도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법관이나 수사기관이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까지 사법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하나다.

 

헌법 제84조는 단순히 기소를 금지하는 규정인가, 아니면 재판 정지까지 포함하는 규정인가.

 

헌법 문언은 간결하지만 실제 정치 상황에서는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학설에 머물러 있던 헌법 해석 문제가 현실 정치와 사법 절차 속에서 충돌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 사건은 법왜곡죄가 실질적 책임 규범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선언적 입법에 머물 것인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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