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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3.0 준비하는 트럼프…“패권의 불안을 읽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3-17 23: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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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 달러에서 페트로 달러로, 그리고 디지털 달러로
  • AI·리쇼어링·국채 기반 금융 구조 변화
  • 미국의 대외 정책, ‘구조적 전환’ 속에서 읽어야

 

국제 금융 질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두 번의 전환을 겪었다. 한 번은 금 달러 체제의 붕괴였고, 다른 한 번은 페트로 달러 체제의 등장이다. 

 

최근 국제 정치경제에서는 또 하나의 변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과 금융 인프라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른바 ‘달러 3.0’으로 불리는 새로운 통화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금 태환을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로 불리는 이 결정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사실상 종료시키며 금 달러 시대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달러 패권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곧 다른 방식으로 국제 금융 질서를 재편했다.

 


1970년대 중반 등장한 것이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다. 

 

미국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협력 속에서 국제 석유 거래는 사실상 달러 결제로 고정됐다. 석유 수출국들이 확보한 달러는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어졌다. 

 

석유 거래로 확보된 달러가 다시 미국 국채 시장으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달러 패권은 수십 년 동안 유지됐다.

 

최근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또 한 번 변화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산유국들이 비달러 결제를 허용하거나 중국이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탈달러’ 논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달러 패권 약화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달러 체제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금융 기술이 있다. 

 

최근 국제 금융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 토큰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된다. 

 

중요한 점은 준비자산 구조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예금과 함께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사용한다. 

 

디지털 토큰이지만 그 기반 자산은 결국 미국 국채라는 의미다.

 

이 구조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미국 국채 시장이 직접 연결되는 금융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존 페트로 달러 체제에서는 석유 판매를 통해 확보된 달러가 국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디지털 달러 체제에서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자체가 미국 국채와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석유라는 중간 단계가 사라지고 금융 인프라와 국채 시장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금융 기술 혁신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공급망 재편,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놓여 있다. AI 산업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클라우드, 통신망 등 다양한 산업을 동시에 요구하는 종합 산업에 가깝다. 

 

이 때문에 미국이 추진하는 리쇼어링은 단순한 제조업 회귀가 아니라 AI 시대 핵심 인프라를 자국 안에 다시 배치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첨단 반도체와 GPU,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이 국가 안보 문제로 묶이면서 금융 질서의 변화 역시 이 흐름과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패권 경쟁과 산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 질서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최근 미국의 대외 정책을 바라보면 겉으로 보이는 여러 사건들의 흐름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읽힐 수 있다. 

 

단기적 정책이나 특정 지도자의 즉흥적 결정으로만 보기보다는 미국이 추진하는 구조적 변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 정세를 보면 미국이 이란 문제를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만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통제, 그리고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아무런 전략적 성과 없이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견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규제 강화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일부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은 단기간에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무역 정책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관세 압박은 단순한 보호무역 정책이라기보다 공급망 재편과 산업 구조 조정 과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러한 정책들은 각각 독립적인 사건이라기보다 기술 패권 확보, 산업 리쇼어링, 금융 구조 변화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달러 3.0’으로 불리는 새로운 금융 질서 논의 역시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달러에서 페트로 달러로 이어진 세계 통화 질서는 지금 또 한 번의 전환 가능성을 맞고 있다. 

 

AI 패권 경쟁과 산업 구조 재편, 그리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결합한 새로운 질서 속에서 미국이 준비하는 ‘달러 3.0’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패권국이 변화의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읽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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