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한·미상호관세 협상이 15%로 타결된 다음 날인 8월 1일 증시는 초토화됐다. 코스피는 ‘3.88%’ 폭락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563억, 1조720억원’을 팔아치웠고, 개인이 ‘1조 6283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지 않았다면 코스피는 더 내려갔었을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 가. 미국과 힘겹게 줄달이기 하던 관세협상을 EU와 일본과 같은 수준인 15%로 전방(善防)했고, 대한민국의 증시 밸류업(value up)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상법개정안’도 통과되었으니 그야말로 코스피는 ‘날개’를 달아야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민노총 의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있다.
통상 국회가 앞장서 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정부는 ‘균형추’로 법안 내용을 순화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은 반대다. 주무부서인 김영훈 장관이 팔을 더 걷어 붙이고 있다. 경제계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뿐이다.
민노총 출신답게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취임 후 즉시 ‘사측의 해고 조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고공농성 현장을 찾았다. 그는 “노사 당사자 합의보다 나은 판결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업장은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았다. 결국 노사가 합의하면 법원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단순 노동부 장관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권리 보호뿐 아니라 ‘일자리, 기업 경영, 생산성 등’ 고려할 정책 보폭이 넓은 부처이다. 그럼에도 김영훈은 취임사에서 ‘고용’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노동만 16번 강조했다. 고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노동은 의미가 없다. 그는 청문회장에서 대한민국의 주적에 대한 질문에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운동권 물을 벗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투자 결정, 해외로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결정’도 쟁의행위 대상이 되게끔 명시하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수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했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의 결정 및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가 노리는 것은 노·사간의 모든 이견(異見)을 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 모두 노조 허락을 받고 하라는 ‘복선’과 다름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라‘는 것이다. 노조는 통상정책도 파업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그렇게 되면 ‘도급(都給) 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가 부정되어 원청은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원청을 일년내내 단체교섭에 시달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 개개인이 회사에 얼마의 손해를 발생시켰는지’를 구분해 차등 청구해야 한다. 노동자가 명찰 떼고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채 폭력행위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에도, 사용자는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의 피해 기여액을 개인별로 구분해 청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동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해진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는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 노란 봉투법은 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이다. 그러면 한국에서 둥지를 틀 외국기업은 없을 것이다. 국내기업도 나갈 것이다. 기업 없는 노조는 자살 행위다.
노조 활동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프랑스는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법률을 개정했지만,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미국은 NLRA(全美노동관계법)에 따라, 불법파업의 경우 노조 또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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