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31일 기밀해제된 바이든 정부 문건(위). 문서번호 및 작성·공개 시점(아래)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전쟁에 온갖 비난을 쏟아내며 극렬하게 반대해 온 미국 민주당이 3년 전 집권 시기에 이란의 인도적 지원을 가로막은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한미일보>가 입수한 미국 기밀해제 내부 문건(FL-2024-00030)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3년 10월 “한국의 은행(우리은행)이 카타르에 송금한 이란의 석유수출 대금의 지급을 보류하라”는 지침이 담긴 공무 이메일을 주카타르 미국 대사관에 하달했다.
이 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의 제재로 동결됐다가 2023년 미국과 이란이 포로 교환에 합의하면서 일시 해제됐다. 한국의 은행은 즉시 카타르의 은행으로 돈을 보냈다.
그러나 바이든 재무부는 한국 측이 카타르에 송금한 60억 달러(7조~8조원)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또다시 동결했고 이 과정에 이스라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바이든 국무부가 재외공관에 이메일로 하달한 지침에는 “벤(벤야민 네타냐후)과 협의한 뒤 그가 다르게 생각한다면 그 뜻에 따르라(Defer to Ben if he thinks otherwise)”는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카타르 주미대사관이 대리한 미국 정부는 카타르 정부와 이란 자금의 지급을 보류하기로 비공개 합의했고, 이란의 자금 수령은 즉시 가로막히게 됐다.
문제는 이란이 석유를 판매한 대가로 받을 거액의 대금은 이란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목적의 돈이었다는 데 있었다.
이란 정부는 식량과 의약품·의료장비 등 인도주의 물품에 대해서만 집행할 수 있는 돈인데도 바이든 정부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조차 인도주의 용도는 인정했다. 당시 바이든 국무부 이메일은 “인도주의적 용품 - 음식물·의약품·의료장비 용도(for humanitarian goods - food, medicine, medical equipment)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자금의 성격을 명시했다.
국무부는 또 “미국은 돈을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으며 자금을 동결할 권한도 있다(We have strict oversight of the funds, and we retain the right to freeze them)”고 강조했다. 자금의 집행을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이스라엘의 입김에 따라 구호품의 지급을 중단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정부는 한국의 은행이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을 동결한 것은 “이전 행정부인 트럼프 1기가 한 일(pursuant to an arrangement established by the previous administration, the trump administration)”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란 국민에게 전달돼야 할 필수 구호품의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주유엔 이란 대사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불거졌다.
이 같은 내막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7월31일 바이든 정권 시절 오간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내부 문건의 공개 시점은 트럼프 정부가 작년 6월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지 한 달여만이다. 민주당이 ‘전쟁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난하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