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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의 전라도에서] 5·18 헌법전문 수록은 안 될 말
  • 정재학 시인
  • 등록 2026-05-29 17: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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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전 ‘전남매일’ 사진기자의 5·18 사진 

1980년 2학기 내내 계엄은 해제되지 않았다. 나는 문리대 문예부장직을 맡으면서 바빠지기 시작했다. 행사가 많았고, 그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계엄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모든 원고가 조사 대상이었다.

 

원고를 제출하고 나면,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원고가 통과되지 않으면 그 행사는 할 수 없었다. 계엄사는 도청에 있었다. 대부분 거의 모든 원고에 붉은 줄이 처져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요구했다. 

 

5·18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시절 


그리움이나 기다림 같은 문학적인 언어에도 해석은 다양할 수 있었다. 김대중이라는 주어를 넣으면 얼마든지 연결이 되는 문장도 있었다. 

 

당시 나를 심문하던 소위의 얼굴을 보아하니, 이제 막 계급장을 단 ROTC나 학사장교가 분명해 보였다. 복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였던 나로서는, 같은 젊은이로서 서로 통할 수 있는 유대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이것이 솟구치니, 그리울 수밖에 없지 않겠소.”

 

우리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웃고 말았다. 그리고 원고는 무사히 통과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2학기 내내 계속되었다.

 

그렇게 2학기를 보내는 동안 우리는 5·18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다. 그것은 금기어였고, 두 번 다시 꺼내서는 안 되는 짙은 색깔의 우울이었으며, 청춘의 침묵이었다.

 

그나마 광주 지식인들이나 유지들이 총기 반납 운동을 벌이지 않았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정말 두 팔 걷어붙이고 필사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복면을 쓴 정체 모를 인물들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친구는 무기를 놓고 대열을 떠났다. 5·18의 비극이 그 정도로 끝난 것은 광주 유지들 덕분이다. 이것이 진정한 5·18정신이라 할 것이다.

 

5·18 관련 탈북자들의 증언


어리석은 것들이 무기를 탈취하고 경찰서를 습격한 사실을 무슨 명예처럼 떠들고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 수많은 유언비어에 속은 사람들이, 지금도 처녀 유방을 도려냈다는 거짓말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청년을 죽여서 암매장했을 거라는 의혹도 풀지 않고 있다. 행불자들에 대해서 탈북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5·18이 끝나갈 무렵 북으로 복귀하는 공작원들을 따라가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산악구보를 1시간에 5km씩 하는 공작원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죽여서 묻고 갈 수밖에 없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계속된다.

 

“복귀한 특수부대원들은 김정일의 환영을 받았다. 장소는 평양 목란관. 모두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고, 전사한 자는 애국열사릉에 시신 없이 가묘(假墓)로 묻혔다.”

 

2020년 5월12일 미국 CIA와 국무성에서 한국 5·18 국가 전복 관련 기밀 해제 외교문서가 공개된다.

 

거기에 보면 ‘광주 5·18은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노스코리아(북한) 에이전트 폭동’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한 CIA 기록 문서에, 1980년 5월26일에 북한 대표와 미국 대표가 판문점에서 만나 미팅을 통하여 5·18이 종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5·18의 헌법전문 수록은 진실에 대한 역행


나는 그동안 5·18에 대해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수많은 오류와 흠결이 드러날 때마다 5·18에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으로부터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해 왔다. 죄없이 죽어간 시민에 대한 조롱만큼은 안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그리하여 5·18은 ‘이제 역사 속으로 묻자’는 건의를 하였다. 더 이상 5·18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5·18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헌법전문에 올린다는 발표가 있었고, 그 직후 5·18은 거의 난도질 수준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나는 5·18을 온몸으로 겪은 증인이다. 무수한 무기를 보았고, 상상하기 힘든 유언비어를 들었다. 이 시점에서 5·18이 헌법전문에 실리는 것은 진실에 대한 역행이며 정의의 모순이다. 최근 법원은 지만원 박사의 판결문에서 5·18에 외부 세력들이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므로 헌법전문에 실리는 것으로 5·18은 끝나지 않는다.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5·18은 끝까지 묻어두어야 할, 진실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고 만 것이다. 엄밀하고 참혹한 논란이 따를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헌법전문수록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5·18은 헌법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글에 담은 바 있다.

 

그리고 그 일로 광주시와 5·18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을 압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느꼈다. 경찰 수사관은 죄를 만들기 위해 아주 치졸한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암시를 했으므로 적시하였다.”

 

암시(暗示)했으므로 적시(摘示)다? 나는 이 기소 의견을 읽으면서 웃고 말았다. 죄를 만들기 위한 억지 논리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경찰은 이래서는 안 된다. 이 부끄러운 초라한 논리는 역설이었고 궤변이었다. 

 

아무리 직속상관이 죄를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직속상관은 5·18단체와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경찰은 죄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5·18은 이제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 가야 할 시간


이로써 나는 5·18로부터 애정을 거두고 적이 되었다. 적이라…. 5·18단체와 광주시라는, 결코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들을 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을 보호해 줄 ‘평범’을 스스로 버렸다. 나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과거 전교조가 나를 적으로 삼았기에 나는 20여 년을 전교조와 싸웠다. 2002년의 일이었다. 전교조는 고소·고발과 협박이라면, 내가 곧 굴복할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명예와 이기(利己)를 버리고, 어떤 모진 세월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싸워왔다. 지금도 전교조 폐해와 악행을 고발하고 있다. 

 

5·18도 마찬가지다. 5·18을 역사 속에 묻을 때까지 나는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5·18에 울릴 조종(弔鐘)의 시작이다. 나는 그들을 이길 수 있다.

 

충고한 바대로 5·18 스스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기 싫다면, 계속 살아있는 5·18로 만들어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진실을 앞세워 5·18을 지옥에 이르게 하겠다. 그리하여 사장(死葬)시킬 수밖에 없다. 

 

무려 4000명에 이르는 가짜유공자를 밝혀내어 그 무도함과 더러운 정체를 국민과 세계 인류를 향해 알려줄 것이다. 역사 앞에서 혹은 우리의 후손들 앞에서, 어디 낯 들고 다닐 수 있는가 두고 보아라.

 

뜨거운 청춘 속에 붉은 선혈로 남아있는 우리의 5·18은 죽었다. 남은 것은 더러운 협잡꾼들과 정치꾼, 국보법을 위반한 간첩들이 짓밟고 서 있는 쓰레기 깃발뿐. 

 

진실이 흔들리고 있다. 바람아, 불어라. 그리고 떠나가라, 사랑아! 1980년 5월의 청춘아! 5·18이여, 안녕! 

 

덧글: 가끔 모교 조선대에 들를 때마다, 운동장 밑 배수구에 살던 넝마주이들을 생각합니다. 저녁 무렵이면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곤 했지요. 부모 없이 사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침이면 교문 앞에서 열을 지어 고물을 주우러 시내로 나갔지요. 부끄러움 없는 명랑한 얼굴들이었습니다.

 

5·18이 끝나고 그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죽었거나 흩어졌겠지요. 아픔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밥 짓는 연기가 아련한 추억으로 피어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40여 년 후 이들의 아픔을 이용하는 문재인, 추미애, 이석기, 김경수, 정청래 같은 자들이 나타납니다. 저는, 웃으며 시내로 나가던 넝마주이들의 아픔과 그들을 이용하는 이들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싸워야겠습니다. 





◆ 정재학 시인

 

시인, 국가유공자, 칼럼니스트, 박정희 대통령 홍보위원, 전라도에서 36년 교직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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