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캐나다 핼리팩스의 HMC 조선소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셨다.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돼 온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캐나다 정부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계열 잠수함을 앞세워 성능과 납기,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시했지만 최종 선택은 독일로 갔다.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방산시장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무기 성능과 가격, 납기만 겨룬 경쟁이 아니었다. 북극 안보, 북대서양 방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상호운용성, 그리고 동맹권이 이재명 정권의 외교 노선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가 함께 걸린 사건이었다.
캐나다가 산 것은 잠수함이 아니라 나토였다
잠수함은 상품이다. 그러나 잠수함을 운용하는 바다는 동맹의 바다다.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독일 잠수함 한 척이 아니라 나토의 정비망, 정보망, 작전망이었다. 북극과 북대서양을 함께 지킬 안보 생태계를 고른 것이다.
캐나다 정부의 설명도 이 점을 향해 있었다.
TKMS의 212CD급 잠수함은 북극 작전과 나토 상호운용성에 강점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운용·개발하는 체계라는 점도 주요 판단 요소로 제시됐다.
캐나다 입장에서 차기 잠수함은 단순한 무기 도입 사업이 아니다. 북극 주권, 북대서양 방위, 나토 집단안보를 묶는 장기 국가전략이다.
한화오션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잠수함은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장거리 항해 능력과 실전 운용 능력을 보여줬고, 한국 조선·방산 산업은 빠른 건조와 가격 경쟁력, 현지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캐나다가 한화오션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다. 협상 결렬 시 예비 협상대상자로 둘 수 있는 구조가 남아 있다는 점은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캐나다의 우선순위는 독일이었다.
캐나다는 잠수함의 제원표만 보지 않았다. 그 잠수함이 어느 정비망 안에서 유지될 것인지, 어느 정보망과 연결될 것인지, 어느 동맹 작전 체계 안에서 움직일 것인지를 보았다.
선진 방산 시장에서 무기 체계는 장비 단품으로 팔리지 않는다. 그 뒤에 있는 국가의 외교 노선과 안보 신뢰까지 함께 평가된다.
폴란드에서 이미 보인 신호
이번 일이 처음도 아니다.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국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에도 한국 잠수함은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에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폴란드는 유럽 안보 생태계 안에서 움직이는 선택을 했다. 스웨덴은 잠수함만 제안한 것이 아니라 임시 전력 제공, 현지 정비, 장기 운용 협력 등 유럽 안보망에 맞춘 패키지를 제시했다.
폴란드가 본 것은 무기만이 아니었다. 러시아 위협에 직접 노출된 폴란드 입장에서 잠수함은 유럽 안보망의 일부였다. 어느 나라 장비를 들여오느냐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위기 때 누구와 함께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였다.
한국은 뛰어난 장비를 제시했지만, 폴란드는 역내 안보 생태계와 더 가까운 선택을 했다.
캐나다 CPSP도 같은 구조다. 폴란드가 유럽 안보망을 택했다면, 캐나다는 나토 해양안보망을 택했다. 두 사례는 세계 방산시장이 기술 경쟁에서 동맹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의회 경고와 트럼프 반공 메시지
이번 결정의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미 의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과 규제 무기화 논란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쿠팡 문제를 비롯해 한국의 통상 환경을 문제 삼는 보고서가 나왔고,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의 경제·규제 노선을 동맹 신뢰의 문제로 읽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전후 강한 반공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이 동맹을 바라보는 기준에 이념과 안보 노선이 다시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다. 물론 미국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공개적으로 독일을 밀었다는 직접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 방위비 증액 압박, 북극 안보 강화, 반공 메시지, 한국 정부를 향한 미 의회의 경고가 한꺼번에 놓인 환경에서 캐나다는 한국이 아니라 독일을 택했다.
미국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업이었다 해도, 미국이 주도해 온 북대서양 안보질서는 결정의 배경으로 작동했다.
캐나다는 북극과 북대서양 방어를 강화해야 했고, 나토 동맹국들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여야 했다. 그 조건에서 독일·노르웨이와 연결된 플랫폼은 캐나다에 더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지였다.
기업의 기술을 외교 노선이 막았다
이재명 정권은 말로는 실용 외교를 말한다. 그러나 동맹권은 말보다 방향을 본다.
미국을 향해서는 통상 협력을 말하면서, 중국을 향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남기고, 국내에서는 미국 기업 규제 논란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만들기 어렵다.
동맹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수사가 아니다. 평소의 선택, 언어, 법 집행, 외교적 태도가 쌓여 만들어지는 자산이다.
한미일보가 문제 삼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관리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이재명 정권의 노선이 동맹권에서 친중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나토권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실용이 아니라 불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방산처럼 군사 정보와 장기 운용 체계가 얽힌 시장에서는 그 불신이 곧 비용으로 돌아온다.
한화오션은 할 수 있는 경쟁을 했다. 기업은 잠수함을 제시했고, 산업협력 패키지를 내놓았고, 기술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캐나다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북극과 북대서양에서 함께 움직일 안보 파트너를 골라야 했다. 잠수함은 한국산이어도, 그 뒤에 선 정권의 외교 노선이 동맹권에서 의심받는다면 마지막 문턱을 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은 잠수함을 팔려고 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나토를 샀다.
이 한 문장에 이번 사건의 본질이 담겨 있다. 선진 동맹권 시장에서 방산은 외교 노선의 시험지다. 어느 편에 서 있는가, 누구와 정보를 나눌 수 있는가, 위기 때 함께 움직일 수 있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가 함께 평가된다.
동맹은 말이 아니라 신뢰다. 폴란드에 이어 캐나다에서도 확인된 것은 한국 방산의 한계가 아니라 이재명 외교의 한계다.
국제사회에서 친중 노선은 공짜가 아니다. 미국과 나토의 신뢰를 잃으면서 중국과도 실익을 챙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동맹의 신뢰를 잃으면 방산도, 통상도, 안보도 흔들린다.
캐나다 잠수함은 결국 나토로 갔다. 그리고 그날 외면당한 것은 한화오션이 아니었다. 이재명 친중 노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