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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칼럼] 람보를 기다리며
  • 정성홍 한미일보 회장
  • 등록 2026-07-1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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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람보의 한 장면. 

“드르륵, 드르륵, 드륵 드륵, 드르륵.”

 

경찰 무기고에서 M60 기관총을 탈취한 람보는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 주유소와 경찰서를 박살 낸다. 

 

주유소는 폭발하며 불타고, 경찰서는 기물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람보를 우습게 여겨, 수갑을 채우고 고문했던 경찰관 대여섯 명은 화염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온다. 람보는 달려 나오는 그들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주둥이를 짓이겨 버린다.

 

30대 후반쯤 본 영화였는데, 70대 후반이 되어 다시 봐도 속이 뻥 뚫리는 것은 여전하다.

 

조선일보를 절독한 지도 벌써 10여 년이 되었다. 며칠 전, 그래도 혹시 개과천선한 모습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싶어 컴퓨터로 기사를 뒤적였다. 노추 김대중이 장동혁 대표는 당원 투표를 통해 신임을 묻고 50% 이하가 나오면 퇴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을 보고 혼자 욕설을 내뱉으며 전원을 꺼 버렸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TV조선을 틀어 보았다. 9시 뉴스에서는 앵커마저 진행자의 위치를 넘어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이 100년은 갈 것이라 믿고 동경제대 유학생들에게 학도병 지원을 권유한 이광수와 함께 신사참배에 앞장섰던 신문과 방송도 한동훈의 열성 지지자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화면을 돌렸다. 이것은 나의 재량권에 속한다. 이럴 때면 묘한 쾌감을 느낀다.

 

젊고 근육질의 믿음직한 실베스터 스텔론이 나타났다. 1982년 작품. 정확히 44년 전, 나의 롤모델이었던 람보를 다시 보게 된 사연이다.

 

각 주마다 공권력의 구조는 다르지만, 영화 속 마을 경찰서장은 경찰은 물론 주방위군까지 좌지우지하며, 람보의 옛 상관인 트라우트먼 대령에게조차 함부로 모욕적인 말을 내뱉을 정도의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베트남전의 영웅이자 미 육군 그린베레 출신인 람보는 전우를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고엽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홀로 떠돌던 람보는 작은 마을에 들어서지만, 경찰서장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쫓아낸다. 갈 곳이 막막했던 람보는 다시 마을로 들어오고, 경찰은 그를 체포해 유치장에 가둔 뒤 폭행과 모욕을 가한다. 그러다가 강제로 면도를 시키는 순간, 람보는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혀 고문당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경찰관들을 제압한 뒤 탈출해 산속으로 숨어든다.

 

경찰서장 티즐은 대규모 경찰과 주방위군까지 동원해 람보를 추격하지만, 인간병기 람보는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며 “더 이상 나를 쫓지 말라”고 경고한다.

 

추격은 계속되는데 람보를 죽이려 했던 티즐이 오히려 람보에게 터지고 짓밟혀 구급차에 실려 간다. 며칠 못 살고 뒈질 것을 영상은 암시했다.

 

마침내 트라우트먼 대령이 나타나 람보를 설득한다. 람보는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한다.

 

전쟁터에서는 수백만 달러짜리 장비를 다루던 자신이 귀국 후에는 주차요원 자리조차 얻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절규한다. 그는 전우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결국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한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화면에는 ‘NEXT, 람보 2’라는 자막이 떴다. 대박이었다. 람보 2까지 몰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광고가 나오는 동안 미국 영화 속 경찰서장과 검찰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쥔 대한민국 경찰의 모습이 자꾸 연관되어 떠올랐다. 

 

이진숙의 손목에 강제로 수갑이 채워질 때 그것을 바라보며 무력감에 휩싸였을 남편과 딸, 그리고 17세 광주 여고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장윤기를 조직적으로 감싸고 돌았던 광주경찰서를 방문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5인의 의원이 받았을 모멸감이 떠올랐다.

 

국회의원마저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렇게 ‘개무시’하는데 올림픽공원에서 수천 명의 경찰이 자기들 아버지뻘 되는 70대 노인을 질질 끌고 나가는 게 무슨 대수랴 싶었다.

 

1편 사건 이후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람보는 옛 상관인 트라우트먼 대령으로부터 베트남에 아직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미군 포로를 확인하는 비밀 임무를 제안받고 석방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단지 사진만 찍어 오라고 지시하지만, 람보는 실제 포로들을 발견하자 그들을 버려둘 수 없어 구출에 나선다. 그러나 상부는 구조보다 정치적 명분에 더 관심이 있었고, 람보를 지원하려는 트라우트먼 대령까지 구금해 버린다.

 

람보는 베트남 여성의 도움으로 포로들을 구출하지만 그녀는 적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다. 분노한 람보는 베트남군과 소련 군사고문들을 상대로 홀로 싸워 포로들을 구출해 귀환한다.

 

귀국한 람보는 자신도 윗선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상관을 향해 단검을 힘껏 내리꽂는다. 칼은 얼굴 바로 옆 탁자에 꽂힌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가 나라를 사랑한 만큼, 나라도 우리를 사랑해 달라.”

 

람보는 복귀를 거부한 채 “되는 대로 살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난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터덜터덜 걸어가는 람보의 마지막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안규백이 떠올랐다. 미국 국방성 장관보다 훨씬 ‘더티한’ 그는 “탈영범이 아니라면 고소하라”고 해도 꿀 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애먼 여자 대변인을 시켜 지금 기록을 공개하면 더 큰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장관을 사임한 후 하겠다고 한다. 

 

대체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모스탄 대사의 주장하는 대로라면 안동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 후 살해하고 소년원 생활을 한 이재명을 등에 진 입장에서 탈영이 무슨 대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방첩사 폐지와 사관학교 통폐합 등을 확고히 하라는 지시를 받아 든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필자는 군과 국가 안보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만 불필요한 의혹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금 우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희망을 거는 것은 올림픽공원에서 젊은이들이 외치고 있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구호가 어떤 위협과 협박, 분열의 책동에도 꺼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권력의 충견이 되어 버린 경찰을 다시 민중의 지팡이로 되돌리는 길이고,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기다리는 ‘람보’의 역할일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이 바로 람보다.

 




◆ 정성홍

 

한미일보 회장

前 국가정보원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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