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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어린 왕자가 안규백 장관에게 들려주는 고언(苦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7-14 13: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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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1943년에 발간되었습니다. 그때로부터 환산하면 현재 어린 왕자는 83세입니다. 이번 글은 어린 왕자의 명언을 중심으로 어린 왕자가 안규백에게 조언하는 2차 가공의 성격입니다. 83세의 어린 왕자가 안규백 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필자 주 

 

소설 속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를 만났지만 현대의 어린 왕자는 용산 집무실에서 고민에 빠진 안규백 국방부 장관실을 찾는다. 

 

어린 왕자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책상 가득 쌓인 ‘플랜B’와 각종 안보 서류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빛바랜 ‘병적(兵籍) 진실 기록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안규백은 놀란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어린 왕자는 개의치 않고 책상 위의 서류 더미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관님, 저는 제가 사는 작은 별에서 매일 화산을 청소하고 바오밥나무의 새순을 골라내는 일을 했어요. 별은 작지만, 제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했기에 숫자와 계산이 필요 없었어요. 

 

그런데 지구 사람들은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을 강제로 길들이고 남의 소중한 기억을 뺏으려고 해요. 효율을 내세워 세상을 마구 속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아요. 장관님, 어른들은 왜 목적을 위해서 숫자까지 조작하나요?

 

장관이 당황하여 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왕자가 말을 이었다.

 

“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옮기면 인재가 모이고 효율이 좋아진다고요? 그건 목적을 지니고 인위적으로 만든 거짓 숫자의 마법일 뿐이에요. 안보의 소중성, 효율과 명예, 80년 동안 쌓인 안보 성지의 호국 정신과 군의 정체성은 가시적 숫자로 환산할 수 있나요? 장관님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플랜B’ 속에, 성지를 지키려는 이들의 눈물겨운 정성과 5200만 국민의 안위가 담겨 있나요?

 

목적이 부당하면 진실은 사라지고 집착에 빠지기 마련이지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뺏을 수도 없어요. 선한 목적으로 길들인 인연의 깊이는 목숨만큼 소중한 법이니까요. 진실은 숫자로 증명되는 게 아니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지 않나요?

 

장관님, 집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에 하얀 백합과 붉은 장미, 푸른 수국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아름답게 핀 것을 보세요. 누가 정원 관리의 효율을 위하여 ‘저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한 군데 뭉뚱그려 옮겨 심으라’고 조언한다면 그렇게 하실 겁니까? 

 

육사·공사·해사를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려는 것은 고유한 꽃들의 향기를 무시하고 한 군데 모으려는 짓이지요. 이유도 모른 채 뿌리째 뽑힌 꽃들이 이동하는 도중에 시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 

 

장관이 침묵하자, 어린 왕자는 “장관님, 답변을 안 해도 돼요. 머뭇거리는 당신의 눈빛에 이미 답이 씌어 있으니까요”라고 했다. 이어 옆에 놓인 ‘병적(兵籍) 진실 기록부’를 조심스럽게 펼쳐 들었다.

 

“장관님, 여기 병적 기록부에 적힌 7개월 0000, 30일 00 복무… 이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진실은 발설하는 순간 장관님의 뇌리뿐만 아니라 우주에 기록되기에 누구도 지울 수 없답니다. 

 

진실은 자신의 별에 뿌리내린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에요. 작고 소중하죠. 그러나 거짓의 씨앗은 아무리 감추고 외면해도 갈수록 거대해져 결국 당신의 별을 산산조각을 낼 겁니다.

 

곤경에 빠진 장관님의 곁을 지키는 측근과 무수한 의혹을 변명해 줄 대변인들은 더 이상 진실을 감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진실을 알릴 사람들이지요. 측근들의 현실적인 계산이 언제까지 진실을 감춰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명심하세요. 정직이 사라진 기록부로는 그 누구의 충성도 얻을 수 없지요. 

 

장관님의 의자 하나를 지키기 위해 무량수(無量壽)의 원성을 들을 겁니까? 남아 있는 건강한 잔여 수명을 위해 이제는 참회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속죄의 길로 가야 해요. 이제 그 서늘한 집무실에서 내려오세요. 파괴된 안보 정원에 다시 생명을 틔울 유일한 길은 ‘용퇴(勇退)’이지요. 진실이 당신의 별을 산산조각 내기 전에, 당신의 손으로 스스로를 심판하세요. 장관님도 우주의 별로 남길 바래요.”

 

어린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관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창밖으로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왕자는 떠날 준비를 하며 입을 열었다.

 

“장관님, 이제 제 별로 돌아가서 청소해야 할 시간이에요. 소중한 만남을 간직하기 위해 작은 조언을 드립니다. 더 이상 국민의 분노를 유발하지 마세요. 마음으로 보면 지금 무엇이 필요한 행동인지 잘 보일 겁니다. 

 

한국인은 근본이 착하여 눈물로 참회하고 용서를 빌면 바로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악으로 버티면 잔인하게 응징합니다. 당신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그것만이 당신이 파괴한 안보의 꽃들을 다시 피워내는 유일한 길이에요. 아직도 용퇴를 망설인다면 안보 정원 파괴의 1년을 돌아보세요.

 

당신의 칼날은 ‘자주평화 조성’이라는 미명으로 정원의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고, ‘개혁’의 이름으로 정원의 해충을 제거하던 방첩의 눈마저 뽑아내려고 했지요. 당신은 안보 정원을 넓히는 정원사가 아니라 안보 정원을 없애려는 파괴자로 각인이 되었지요. 우주 기록센터에까지 등재가 되었지요. 하~~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것이 남을 심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지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죠. 당신이 아름답게 떠나려면 군대밖에 모르고 명령을 따랐다가 파면된 35명의 군인과 12·3계엄으로 문책당한 모든 군인을 당신의 마지막 위력으로 원복조치를 하는 거예요. 진실을 찾은 안규백 장관님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랍니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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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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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dh08212026-07-14 15:32:39

    박필규 위원님 감사합니다 ~^^~

    어린왕자의 고언을 고언을 받아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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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7-14 14:22:29

    육사 이전 저지를 위한 죄고의 글입니다
    한미일보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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