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2025년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섰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 무대에 북·중·러 3국 지도자가 66년 만에 회동하는 모습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는 '반(反)서방 연대'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자, 한미일 공조에 대항해 군사·경제적 밀착 행위로 보인다.
1. 전승절, '군사 패권주의 서곡'인가? 공산국 패망의 신호인가?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을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필연적 결과로 분석한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우군이 절실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고립에 처한 러시아는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지원이 절박할 것이고, 수십 년간 제재에 시달려온 북한은 두 거대 후원국의 지지를 확보하며 체제 안정과 국제적 고립 탈피를 동시에 꾀하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의 전승절 참석은 ‘미북 회담’에 응하기 위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북·중·러 3국 독재자들의 연대는 이념이 아닌 각국의 절박한 이해관계에 따른 '편의주의 동맹'으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붕괴와 경제 위기, 러시아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력 소모 등 심각한 내부 문제를 외부의 적으로 돌리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중공의 전승절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선전하는 무대이며 화려한 행사가 실제로는 내부의 불안정성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북·중·러의 연대는 힘의 과시 이면에 체제 취약성과 고립을 드러내는 '패망의 신호'로 분석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보여준 기념 사진에 나타난 22개국 지도자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은 이들의 국제적 고립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2. 트럼프 대통령의 전승절 관련 메시지 해독법?
트럼프 대통령은 세 지도자의 만남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자 공모 행위로 규정하고,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진핑 주석을 향해 "당신들이 미합중국에 맞서 음모를 꾸미는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비꼬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돕기 위해 희생된 미국인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올바르게 기려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역사적 기여를 상기시키며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과 "중국·러시아는 결코 우리에게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세력 과시를 실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적대 세력에 대한 강경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공식적인 인터뷰에서는 '강력한 리더'로서 협상과 통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이는 북·중·러의 연대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3. 지정학적 격변 해석과 우리의 대응 자세
우리는 북·중·러의 전승절 회동을 한반도 안보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경계해야 한다. 이들의 연대는 과거 냉전의 이념적 혈맹이 아닌, '반미'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각자의 실리를 위해 뭉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안보 불안을 우려하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대응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번 북·중·러의 밀착은 우리에게 몇 가지 명백한 경계심과 대비책 강구를 촉구한다.
첫째, 북핵 문제 해결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계해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전략적 완충지대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요원하게 만들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회담’을 성사시켜 김정은이를 설득하고 미국 편에 서게 하여 평양에 미군이 주둔하고 북한 핵을 폐기하게 할 것인지?
트럼프의 역발상 전략이 먹히지 않으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고,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은 팽창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국론 분열과 안일함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지원 의원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대내적으로는 분열과 갈등,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분열로 보여질 것이고, 이재명의 미국에서의 ‘안미경중’안 하겠다는 약속의 파기로 보인다면 잃을 게 많아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둘째, 외교·안보 전략, 거시적 구도 변화에 맞춰 재설계 해야
군사적 대결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 한반도는 이제 미중 경쟁을 넘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는 우리의 안보가 더이상 한반도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고, 글로벌 정세와 직접 연동됨을 의미한다.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 역시 지정학적 변화에 맞춰 깊은 고심을 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야
역사적으로 중국이 통일 왕조를 형성하거나 하나로 통합할 때 한반도는 중화사상에 심취한 왕조와 전쟁을 치루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압도적인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중·러가 뭔가를 위해 움직이는 격변의 시대,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담대한 전략적 지혜와 철저한 군사대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