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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칼럼] 해군 창설 80주년, 관함식이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 등록 2025-09-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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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2025년은 대한민국 해군 창설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우리 군에서 가장 먼저 정식으로 창설된 군이 해군이라는 사실은 자주 잊히지만,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손원일 제독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국가의 생명선은 바다에 있다”는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이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손 제독은 당시 미약했던 신생국의 조건 속에서도 해군을 먼저 세워야만 독립과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 혜안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해양 전략적 병참선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안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해군 창설 80주년 기념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관함식은 바로 그 교훈을 국민에게 다시 일깨우는 자리였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해상 퍼레이드가 아니라, 미래 해군력의 방향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전략적 이벤트였다. 해군본부의 관함식 기획단의 초청으로 처음 참석했다.


관함식은 해군 최대의 대규모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출봉함을 좌승함으로, 정조대왕함을 기함으로 내세운 이번 행사에서 해군은 자국이 독자적으로 개발·운용해온 이지스함, 잠수함, 상륙함, 그리고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무력 과시를 넘어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지킨다”는 국가적 선언이었다. 관함식은 엄청난 예산과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한 대규모 행사지만, 그만큼 국민에게 해양 방위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국방력의 신뢰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해군력 과시는 단순한 자부심의 표출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의 일부였다. 일본 해군은 러일전쟁 후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기함 ‘미카사’를 앞세워 해군 위용을 과시하려 했으나, 관함식을 하루 앞두고 탄약 폭발 사고로 침몰해 참석하지 못했다. 반대로 우리 해군은 창설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살려 무사히 관함식을 치르며 해양 강군으로 성장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번 관함식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미래 해양전투 개념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해군은 기존의 유인 전투함정 중심에서 벗어나, 무인 수상정·무인 잠수정·자율운용 해상드론과 같은 첨단 체계를 통합하는 복합전력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인구 감소와 첨단기술 발전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대응하는 해답이다. 전통적 대양해군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인공지능, 자율항법, 원격타격 능력을 융합해야 미래의 해양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전략적 병참선 확보를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의 99% 이상을 해상 수송로에 의존한다. 남중국해, 말라카 해협, 인도양을 거쳐오는 글로벌 해상교통로(SLOC)는

한국경제의 생명선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중국이 해양세력 확장을 통해 서태평양을 잠식하려는 시도는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번 관함식은 해군이 단순히 연안 방어를 넘어서 원해(遠海)

작전능력과 연합작전 참여능력을 확대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행사의 정치적 메시지도 읽을 필요가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국군의 날(10월 1일) 이전에 관함식을 직접 주관한 것은 해군력 강화를 국방정책의 중심축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국군의 날은 육군 중심의 행사였다. 그러나 현대전의 양상은 이미 다차원적으로 변했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도 해양·공중·우주 영역으로 확장됐다. 장관이 해군의 날을 사실상 재정립하며 균형 있는 합동전력 건설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미래 해군의 발전 방향


△원해작전 능력 확보


우리 해군은 단순히 연안 방어를 넘어선 대양작전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3만 톤급 이상 경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 추가 확보, 잠수함 전력 고도화, 해상 초격차 정찰·타격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무인·AI 통합 해양전력


인구절벽 시대에 대응하려면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해상 드론, AI 기반 전술 지휘체계가 핵심이 된다. 이번 관함식에서 그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연구·개발과 실전 배치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해양 병참망 및 해상교통로 방어


해양수송로 보호는 곧 국가 생존 문제다. 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까지 이어지는 전략적 병참망을 지킬 수 있는 장거리 작전 능력과 연합작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연합·동맹 해양안보 네트워크 강화


미일 호주와의 안보 협력, 인도·동남아와의 해양안보 파트너십을 확대해 중국의 해양 패권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 해군은 지역 해양안보 허브역할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국민적 해양 인식 제고


해군력은 국민적 지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해양교육, 해군사 연구, 해양산업 지원을 강화해 국민이 바다의 전략적 가치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해군 창설 80주년 관함식은 과거를 기념하는 의식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선언이었다. 손원일 제독이 그랬듯, 오늘의 대한민국도 바다를 통제하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관함식에서 선보인 첨단 해양전력과 유·무인 복합체계는 바로 그 위기의식과 미래비전을 담고 있다. 이번 행사가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한국 해군이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는 이정표가 되도록, 국가적 투자와 국민적 공감대가 뒤따라야 할 때다.  


관함식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지간한 나라는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군도 10년주기로 한번씩 하는데 최초관함식은 49년에 했고 원래는 26년에 해야 하지만 이번처럼 80주년의 경우 앞뒤로 조금씩 햇수를 당기거나 늦추어 개최하기도 한다. 올해는 6번째 행사로 해군의 위용을 보려면 관함식 참관이 최고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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