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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금 쇼의 끝”… 10월 29일, 숨긴 진실이 드러난 날
  • 김영 기자
  • 등록 2025-10-30 1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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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p front’는 돈이 아니라 시간… 정부가 숨긴 10년의 설계
  • 일본은 3년 반, 한국은 10년… ‘현금 쇼’의 종말
  • “일본식 모델 답습… 이러려고 시간 끌었나”
본 기사는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한미 협상 관련 외신과 정부 발언 로그를 메타데이터로 추적한 탐사형 분석보도입니다. ‘Up front’의 의미, ‘현금 쇼’ 프레임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펀드 통제 구조 속에 숨은 주권의 이동을 집중 해부합니다. <편집자 주>

무대는 경주, 연출은 워싱턴, ‘현금 쇼’의 막이 내린 자리에서 진실이 드러났다. 한미일보 그래픽

10월 29일 경주 한미회담 이후 정부 발표는 협상 과정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낸 자리였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현금 선납 요구’ 논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서 처음 등장한 ‘우산형(umbrella) SPC’와 ‘기성고(Progress Payment) 분납’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감춰졌던 협상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었다. 미국은 침묵했고, 한국은 ‘체결’과 ‘타결’이라는 단어로 성과를 포장했다. 진실이 드러난 자리에서 이재명 정권은 또 다른 연극을 시작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9월 21일 로이터 인터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에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19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하나로 외교 협상은 순식간에 경제 공포극으로 변했다. ‘Up front’는 ‘cash’로 번역됐고, 국민은 “미국이 현금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9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Japan 550 billion, South Korea 350 billion. That’s up front.”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 어디에도 ‘cash’라는 단어는 없었다. ‘Up front’는 외교와 통상에서 ‘조기 약정’, ‘선제 이행’을 뜻하는 표현이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건 돈의 방식이 아니라 약속의 속도였다. “당장 내라”가 아니라 “지금 약속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9월 27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 없다(We cannot pay $350 billion in cash)”고 말하며, 존재하지 않던 ‘현금 요구’가 현실로 바뀌었다. 그 순간 외교는 정치로 변했다. 정부는 “무리한 요구를 막아낸 정부”라는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10월 29일 경주 APEC 기자회견장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투자금은) 기성고에 따라 사업이 진행된 만큼 분납한다”고 밝혔다. 또 “여러 프로젝트를 하나의 ‘우산형 SPC’로 묶는 방식”을 언급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정부 스스로 ‘현금 쇼’의 허구를 인정한 셈이었다. 

 

김 실장은 이어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해외 달러채 발행과 외화자산 운용수익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즉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외환중립(FX-neutral) 구조, 일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모델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말한 ‘현금 부담’은 존재하지 않은 위기였고, 대통령이 언급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정치적 연출이었다. ‘Up front’는 돈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오역한 순간, 협상은 사실이 아니라 연출로 변했다.

 

[팩트체크1] Up front 논란의 경로

 

일본은 5,500억 달러 중 1,000억 달러를 3년 반 내에 집행하고 이후 단계별 연장을 두는 집중형 모델이었다. 반면 한국은 총액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한도라는 장기 분납형 구조다. 최소 10년이 필요한 개방형 시스템이다. 

 

중앙일보 영문판은 김용범 실장이 “투자 협정은 2029년 1월까지 유효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동일한 발언은 연합뉴스를 비롯한 다른 어떤 매체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문장은 따옴표 없이 요약 인용 형태로 작성돼 있어 기자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의 공식 발표나 발언록에는 ‘2029년까지’라는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은 명시적 타임라인을 설계했고, 한국은 기한조차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진전’이라는 표현으로 시간을 대신했다. 트럼프가 원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의 통제권이었다. 그가 원한 것은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언제를 약속하느냐”였다.

 

이번 구조의 핵심은 자금이 아니라 지휘권(Decision Right)이다. 한국 정부는 ‘공동 펀드’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통제권은 미국 상무부 산하 투자심의위원회(Investment Review Board)에 있다. 일본의 JBIC 모델과 뼛속까지 동일한 구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We give them the project, and they pay for the project.”라고 말했다. ‘We’는 프로젝트를 지정하는 쪽, 즉 미국이 설계권과 승인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였다. ‘They’는 프로젝트마다 자금을 납입하는 참여국이다. 자금의 소유권은 한국에 남지만, 자금의 길을 정하는 손은 미국이다.

 

김용범 실장은 기자설명회에서 “한·미가 협의해 프로젝트를 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협의’라는 표현은 공동결정 구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외교적 완곡어법이었다. 그가 설명한 양국의 두 개 위원회, 즉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하는 협의위원회와 미국 상무장관이 주재하는 투자위원회의 역할을 살펴보면 구조는 일본의 JBIC 모델과 사실상 동일하다. 

 

미국 측이 투자 분야를 먼저 정하고 한국은 그 분야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로 이해된다. 한국의 위원회는 자문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 프로젝트 승인과 배분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 상무부 산하 위원회가 쥐고 있다. 이 때문에 ‘협의’라는 표현은 국민에게 공동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착시의 언어였다. 

 

일본의 JBIC 모델이 그러했듯, 이번 한·미 구조 역시 워싱턴이 지정하고 서울이 집행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같은 구조적 종속 관계는 외신 보도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not a cash-up-front deal but a phased investment plan(현금 선납이 아닌 단계적 투자 계획)”이라 보도했고, 로이터 보도에서도 미국 측 발언 중 ‘cash’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Up front’는 조기 이행의 신호였지, 현금의 요구가 아니었다.

 

[팩트체크2] 일본 모델과의 구조 비교


 

결국 이번 협상의 본질은 돈의 총량이 아니라 설계의 주도권이었다. ‘누가 먼저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의 속도를 통제하느냐’가 곧 힘이었다. 트럼프는 ‘Up front’로 시간을, 펀드 결정권으로 구조를 통제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 언어를 ‘현금 납입 요구’로 바꾸며 외교를 정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10월 29일, 정부는 그 모순을 고백하면서도 스스로를 칭찬했다. 미국의 침묵은 지휘의 침묵이었고, 한국의 목소리는 연극의 대사였다. 진실이 드러난 날, 외교는 또 하나의 연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미국이 원하지도 않은 ‘현금 일괄 요구’라는 신기루를 띄워 올리고, 한미회담 일정에 맞춰 마치 성과를 얻은 것처럼 언어의 유희를 연출한 정부. 그 실체는 일본식 모델의 답습이었다.

 

나아가 대통령과 비서실 각료들이 나서 ‘가능성 없는 3500억 달러 현금 일시불’을 언급한 것은, 향후 협상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날 경우 정치적·법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한·미 무역투자 협상의 진실이다.

 

 

#UpFront #현금쇼 #한미회담 #경주브리핑 #우산형SPC #기성고분납 #FXNeutral #미국통제권 #일본모델 #위기프레임 #법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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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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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30 12:33:23

    헐~ 진실이 드러났군요,,, 
    up front가 현찰이 아니었던 진실이,,,
    청와대 여태 모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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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rsan72025-10-30 12:16:28

    돈의 협상만 난무하고 대한민국의 가치 자유와 부정선거 탄압은 행방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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