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미 증시 덮친 'AI 거품' 공포…한국·일본 증시에도 옮겨붙어
  • 연합뉴스
  • 등록 2025-11-05 17:32:59
기사수정
  • 코스피 2.85%, 닛케이 2.5% 급락…대만 가권지수도 1.42% 하락
  • 미국 AI 업체 팰런티어, 호실적에도 8% 급락
  • "개미들, 4월 이후 최악의 하루"


뉴욕증권거래소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고평가됐다는 경고음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AI 버블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주가 지수는 4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빠지면서 가장 크게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도 5일 한국과 일본 증시가 급락하며 AI 버블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미 증시에서 AI 붐을 이끌던 주도주의 하나인 팰런티어의 주가는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8% 가까이 급락했다.


팰런티어 주가는 4일 나스닥 시장에서 7.95% 하락한 190.70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 통신은 팰런티어가 3일 강력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연일 신기록을 쓰던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팰런티어는 3분기에 매출액이 사상 최고액인 11억8천만달러(약 1조7천억원), 주당순이익은 21센트로 집계됐다고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AI 소프트웨어 기업인 팰런티어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쟁부(국방부)를 포함한 미국 연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발판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국방 분야에서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하는 여러 건의 계약을 따내며 입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호실적도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2008년 미국 주택 시장 붕괴를 예측해 유명해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팰런티어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데 베팅(bearish bet)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인 버리는 지난달 말 2년 만에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AI와 기술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팰런티어팰런티어. EPA 연합뉴스. 

팰런티어는 올해 들어 주가가 170% 이상 오르는 가파른 랠리를 펼치며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개미 투자자들의 '애호주'로 떠올랐다. 최근 2년간 상승률은 무려 1천%나 된다.


하루 평균 개인 투자자의 거래금액만 3억2천만달러(약 4천630억원)에 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향후 12개월 예상이익에 근거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무려 약 250배에 달해 끊임없이 거품 논란이 제기됐다. 이는 엔비디아의 33배, 마이크로소프트의 29.9배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투자 플랫폼 AJ벨의 시장 책임자 댄 코츠워스는 "버리가 적절한 (베팅) 타이밍을 잡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팰런티어의 주가 하락이 상승 랠리를 재개하기 전 일시적 숨 고르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개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개미 선호 지수'(Retail Favorites Index) 역시 이날 큰 폭으로 하락하며 이날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증시가 급락했던 4월 이후 최악의 하루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지수에는 팰런티어는 물론 테슬라와 레딧, 로빈후드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날 3.6% 주저앉으며 하락 폭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하락 폭의 거의 3배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미국 간판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증시 거품론에 가세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날 "향후 12∼24개월 사이에 주식 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상승한 뒤에는 잠시 되돌림이 오고 투자자가 다시 재평가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증시에선 지난달 말 3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점 기록을 쓰며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AI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9월에는 간판 AI 챗봇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천억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한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발표된 뒤 '순환적 거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오픈AI는 기업가치가 5천억달러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고,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오픈AI가 엔비디아의 투자금을 받아 다시 엔비디아의 제품을 산다는 일종의 '돌려막기' 식 파트너십 구조는 거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에 불을 붙인 것이다.


리서치 업체 세븐스 리포트는 지난달 5천억 달러라는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2025년 예상 매출액의 25배에 달한다며 "경영진이 이같이 높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조만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식 교육 플랫폼 '스톡 스워시'의 멀리사 아모 CEO는 5일에도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있을 것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면 매수할 주식 목록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는)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때만이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매도하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검은 수요일' 코스피, 2.85% 하락 마감코스피가 급락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에, 코스닥지수는 24.68포인트(2.66%) 하락한 901.89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AI 버블 우려는 5일 아시아 증시로도 옮겨붙었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전 한때 6∼7%대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가 한때 3,9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4,000선을 회복하며 전장보다 2.85% 내린 4,004.42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2조5천억원 넘는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고 코스닥 지수도 2.66% 빠졌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도 AI 버블 우려에 오전 한때 50,000선이 붕괴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회복에 나서며 2.5% 급락한 50,212로 장을 마감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있는 대만의 가권지수도 개장과 함께 가파른 하락으로 출발하며 27,400대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낙폭을 줄이며 1.42% 하락한 27,717.06으로 장을 마쳤다.


파랗게 질린 일본 증시5일 일본 도쿄 닛케이지수 현황판이 하락을 뜻하는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