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 '서 있는 눈'의 모습. 노 대행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고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 검사들이 항소 기한 만료까지 약 3시간만을 남겨둔 시점에 대검으로부터 항소 불허 결정을 통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6일 오후 11시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가 끝난 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을 항소하겠다는 대검의 의견을 처음으로 보고받았다.
정 장관은 이때 '신중 검토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부터 대검 수뇌부는 내부적으로 항소 포기 여부를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이 같은 상황을 알지 못한 채 7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중앙지검 4차장과 중앙지검장으로부터 항소장 결재를 받았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중앙지검 공판5부 검사들이 대검의 항소 불허 결정을 전달받은 시점은 항소 기한 만료 약 3시간 전인 7일 오후 8시45분께다.
중앙지검장은 항소 제기를 승인했으나 대검이 불허를 통보한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검사장들 '총장대행 항소포기 경위 설명 요구'. 연합뉴스.
공판팀은 이후 대검 반부패부 담당 연구관에게 처리 방향 확인을 거듭 요청했으나 오후 10시11분께 "반부패1과장에게 보고했고, 반부패1과장이 공판5부장에게 연락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위에서 전달받은 상황이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만 회신받았다.
이런 가운데 대검은 법무부에 항소 포기 결정을 오후 11시께 최종적으로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공판 검사들이 중앙지검 4차장검사로부터 대검과 중앙지검장 모두 항소를 불허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변을 들은 건 항소 마감 기한을 40여분 남긴 오후 11시20분께였다.
수사·공판팀이 강하게 반발하자 4차장검사는 중앙지검장 설득 작업에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11시53분께 항소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중앙지검장·4차장검사 또는 수사·공판 담당 검사들이 전결로 항소를 제기하는 방안도 이론상 가능했지만 '항명'에 해당하는 만큼 막중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항소 기한인 7일 자정까지 검찰의 항소장은 접수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를 최종 불허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을 향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추진 중인 정부·여당의 입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수사·공판팀 의견에 대한 존중 없이 무리하게 사건 처리 방향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날 대검 연구관들이 노 대행에게 사퇴를 건의한 데 이어 검찰 내부망에는 노 대행을 비판하는 초임 검사들의 글도 줄을 잇고 있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해 '통상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결정했다'고만 밝혔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보고 및 결정 과정이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 장관이 항소 포기 의견을 강하게 타진하며 사건 처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고, 법무부의 압박이 없었는데도 노 대행이 항소 포기를 전격 결정했다면 섣부른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내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