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 의원 등은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 있은 지 6년7개월 만에 1심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 있은 지 6년7개월 만에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사건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민경욱 전 국회의원 등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벌금 총 2400만 원을 선고했다. 2000만 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400만 원은 국회법 위반 혐의다.
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게는 벌금 총 1900만 원, 민 전 의원에겐 벌금 1300만 원,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에게는 총 1150만 원이 선고됐다.
현직 선출직 공무원인 이만희(850만 원)·김정재(1150만 원)·윤한홍(750만 원)·이철규(550만 원) 의원도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이장우(750만 원) 대전시장과 김태흠(150만) 충남지사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벌금형이 의원직 상실 기준인 500만 원 미만으로 선고되어 현직 의원들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취재진에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들은 ‘정치적 행위’ 및 ‘저항권’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쟁점 법안의 당부(정당·부당함)를 떠나 해당 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의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판단이 어느 정도 이뤄진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나 의원은 “정치적 사건을 6년간 사법 재판으로 갖고 온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무죄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한편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며 의미 있는 판결이었음을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전달했다.
민경욱 전 국회의원이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4월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다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나 의원 등은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기소부터 선고까지 5년10개월이 걸린 것과 관련해 △피고인 26명 △검찰 제출 증거 2000여 개 △증인 50여 명 △영상 파일 6테라바이트(TB) 등 증거가 방대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1심 선고도 늦어도 내년 초께 나올 전망이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