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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재구성-홍장원 증언] ① ‘지렁이’가 말하지 못한 진실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24 11: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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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필 아닌 인터넷 이미지 캡처 제출의 실체
  • 오락가락·모순 증언… 핵심 진술의 붕괴
  • 체포가 아닌 위치추적,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이 시리즈는 ‘내란 프레임’으로 규정된 사건의 실체를 증언·물증·법리의 세 축으로 재검증하는 한미일보의 탐사 프로젝트입니다. 본 기사는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의 증언과 메모의 실체를 집중 분석해,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핵심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합니다. <편집자 주>

11월20일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목차]

① 홍장원… ‘지렁이’가 말하지 못한 진실

② 곽종근…  계엄 당일 군의 판단과 국회의 실제

③ 체포조 명단… 공개 전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④ 내란죄 법적 구조… 왜 성립하지 않는가

⑤ 종합… 그날의 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란우두머리 재판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인물은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이하 직급 생략)이었다. 그는 국정원 대공‧방첩 라인을 총괄하며 원장에게 직보하는 핵심 정보 책임자였다. 그가 기록하고 보고한 내용은 국정원장의 판단으로 이어지고, 국정원장의 판단은 대통령 보고의 근거가 된다. 


그런 위치에 있던 인물의 진술이 검찰 공소의 중심축이 되었기에, 그의 증언 신빙성은 사건 전개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이 사건의 출발점이 ‘명확한 기록’이 아니라 홍장원 개인의 기억·추정·해석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문제로 떠오른 것은 그가 제출한 이른바 ‘지렁이 메모’(1차 메모)였다. 이 문건은 사건의 뼈대를 만들며 내란 프레임을 형성하는 핵심 근거로 사용됐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순간 사건의 기초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 메모는 홍장원의 자필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떠돌던 이미지를 캡처해 제출한 것이었다. 검찰이 ‘직접성’과 ‘현장성’을 강조했던 문건이 정작 당사자의 직접 작성물이 아니라는 점은, 사건검찰 수사의 신뢰 기초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였다.


두 번째로 등장한 2차 메모는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 홍장원은 이 메모를 “파기했다”고 주장했지만 메모장의 형태, 색상, 기재 방식, 작성 시점 등 기본적 사실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변호인이 “메모장의 색이 무엇이었습니까?” “크기는 어느 정도였습니까?”라고 묻자 홍장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하며 답변을 주저했다. 이는 단순한 기억 오류를 넘어, 2차 메모의 존재와 작성 경위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세 번째로 등장한 3차 메모는 핵심 구조를 아예 뒤흔들었다. 이 문건은 홍장원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 소속 보좌관이 정리한 문건이었다. 이는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검찰이 이를 홍장원의 직접 기록인 것처럼 공소사실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결국 사건의 핵심 물증으로 제시된 메모 3종이 1차는 인터넷 이미지 캡처, 2차는 존재 불확실, 3차는 보좌관 작성으로 하나같이 신뢰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여기에 ‘왼손잡이 논란’까지 더해졌다. 홍장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자신을 “왼손잡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에서 필기 과정을 재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필적감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행동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왔고, 그의 증언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주었다. 


결국 메모의 진정성과 자필 여부라는 핵심 쟁점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논란을 일으킨 홍장원의 진술은 바로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는 부분이다. 


홍장원은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통화를 근거로 “대통령이 지시한 대상이 간첩이 아닌 주요 인사들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물증인 메모는 오염을 이유로 증거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게 취재를 통해 들은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체포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여인형은 “위치추적 지시는 대통령이 아니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법정에서 밝힌 바 있다. 김용현 전 장관 또한 “대통령은 체포도, 위치추적도 지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 지시라는 프레임은 사실관계와 구조가 처음부터 맞지 않았던 것이다.


설사 홍장원이 이 말을 들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잡아들이라는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고, 그도 증언에서 밝혔듯이 “처음에는 대공 관련자로 판단했지만 여인형과의 통화를 통해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지시라는 것 알게 됐다”고 증언한 부분은 추론의 결과이지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재판부에서 어떻게 보는가가 유·무죄를 가리는 지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양측의 주장을 ‘추정과 추정의 충돌’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를 직접적 진실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고위직 검찰 출신 변호사의 지적도 있다. 그는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사여서 식사 자리나 모임에서도 자주 회자되곤 하는데, 법률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내란 유죄 판결은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결국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의 진술과 그가 제출한 메모는 내란 사건의 출발점이었지만, 그 실체는 처음부터 매우 허약했다는 것이 이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차 메모는 인터넷 캡처, 2차 메모는 설명 불가, 3차 메모는 제3자 작성….


여기에 ‘왼손잡이, 오른손 필기’ 논란, 대통령 지시가 아닌 ‘위치추적 협조 문의’로 드러난 실제 지시라인까지 감안하면, 내란 프레임의 기초는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 시리즈 1편의 결론은 명확하다. 사건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핵심 증언과 물증이 흔들린 상태에서 구성된 내란 프레임은 그 이후의 서사 역시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


다음 2편에서는 계엄 당일 국회의 상황과 군의 움직임을 상세히 진술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증언을 통해, 홍장원의 증언과 보완 관계에 있는 실체적 흐름을 분석한다. 두 진술을 함께 들여다보면 내란 프레임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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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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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4 16:35:08

    저자가 국정원에서 받은 녹을 전액 환수하라 저런게 국정원에서 계급을 달고 근무하게된 과정도 파묘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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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gtk2025-11-24 15:42:29

    이자 입에서 나오는 말 중  믿을게 뭐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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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4 11:35:05

    이런 자가 국정원에서 중요한 직무를 수행한다는게 얼마나 나라가 위험한 상황인지를 간접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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