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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계엄은 내란이 아니기에 사과할 역사가 아니다
  • 박필규 객원논설위원
  • 등록 2025-11-24 2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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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의 ‘차가운 내란’과 북한 정권의 ‘헌법상 내란’에 대하여


우원식 국회의장이 작년 12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2025년의 초겨울, 대한민국은 여전히 1년 전인 12월 3일의 시간에 갇혀 있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내란’이라는 단어가 ‘적 격멸’ 구호처럼 떠돈다. 여당은 ‘헌법 수호’를 명분으로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뒤지며 과거를 심판하려 들고, 야당은 이를 ‘정치적 숙청’이라고 저항하면서 한쪽에서는 ‘계엄을 사과해야 한다’고 민심과 상반된 주장을 흘리고 있다. 진실과 정의의 역사 전쟁이 한창인데 한편에서는 판결도 나기 전에 항복하자는 꼴이다. 두 쪽으로 갈라져 서로가 정치적 계산만 하느라 내전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느라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고 밖에서 들어오는 적의 도발을 보지 못하는 이 자해적 촌극은 김정은과 시진핑이 가장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생존권’의 위기 앞에서, 공직자마저 내란범으로 내모는 내란 수사 확대와 초유의 재판관 압수수색으로 재판을 압박하는 정치권에 묻는다. 가장 무서운 형법인 ‘내란’의 정의는 제대로 알고 내란 타령을 하는가?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 성립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섬멸전으로 자유 진영을 잔인하게 궤멸하려는 현재 권력의 폭주가 ‘차가운 내란’이라면, 헌법상 우리 영토를 불법 점거한 채 핵미사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도발이야말로 ‘헌법상 형법 내란’이자 진압해야 할 내란이 아닌가? 

 

1. 12·3계엄이 내란이 될 수 없는 법리적 이유


   12·3비상계엄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12·3비상계엄은 헌법을 파괴하려는 불법적 권력 찬탈이 아니라 헌법 제77조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계엄 선포권을 행사한 통치 행위였다.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폭동’이 필수 요건인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방어적 목적을 가졌을 뿐, 국가기관을 전복하거나 헌법 기능을 영구히 정지시키려는 고의성이 없었다. 이 세상에 무혈(無血) 혁명은 있어도 무혈 내란과 내전은 없었다. 

 

내란이 아니라는 결정적 근거는 헌법 절차의 준수에 있다. 국회가 헌법에 따라 계엄 해제를 요구했을 때, 대통령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거나 국회를 해산하지 않고 해당 요구를 수용하여 군을 철수시켰다는 사실은 12·3계엄은 헌법 시스템 내부에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국민 투표로 집권한 정부가 내란을 일으킨 사례는 없었다. 지구촌 어느 나라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12·3 계엄은 내란이 될 수 없다. 12·3 계엄은 ‘과도한 직권 행사’에 대해 정치적 비난은 할 수 있어도, 헌법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려 했던 ‘형사적 내란’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법리적 결론이다.

 

2. 더불어 민주당의 '차가운 내란(Cold Civil War)’ 


   더불어민주당과 현 정부가 전개하고 있는 것은 ‘차가운 내란’으로 규정할 수 있다. 물리적 내란과 달리 피를 흘리지 않지만, 상대 진영이 숨 쉴 수 있는 입법·사법·행정적 공간을 완전히 박탈하여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세웠다. 자의적 법률과 제도, 그리고 일사불란한 단결력으로 보수 진영을 시스템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입법 섬멸전’을 통한 의회 내란: 민주당은 의석수의 절대 우위를 앞세워 ‘내란 관련자 처벌법’이나 ‘검찰청 폐지’와 같은 법안들을 통해 보수 세력을 옥죄는 틀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법치가 아닌 법을 이용한 지배의 양상을 띤다. 

 

▲관료 조직을 장악하려는 행정 내란: 민주당은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 TF’를 통해 관료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사상 검증과 인적 청산을 감행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에게 “보수 정권에 협조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공포를 각인시켜, 관료 조직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친화적인 집단으로 재편하려는 ‘영혼 갈아 끼우기’ 작업으로 보인다.

▲사법 내란: 사법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압박함으로써 법원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방패로 삼고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자리 보존을 위한 일탈로 지구촌에서 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나아가 민주당은 보수 진영 전체에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도덕적 시민권을 박탈하는 ‘인지적 고립 작전’을 수행 중이다. 보수를 건전한 국정 파트너가 아닌 ‘청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보수 지지층을 겁박하고 중도층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이 ‘차가운 내란’은 단순한 정권 유지를 넘어, 보수 야당을 재기 불능의 영원한 소수파로 전락시키고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류 세력으로 영구 집권하는 ‘체제 교체’ 완성에 최종 목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북한 정권은 헌법상 내란 세력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의하면 북한은 외국이 아니라 우리 영토를 불법 점거한 ‘반국가단체’다. 따라서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은 대한민국 영토 절반을 영구히 강탈하겠다는 ‘국토 참절(國土 僭竊)’의 공식화이며, 끊임없는 탄도미사일 위협과 사이버 공격은 국민의 생명과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형법상 내란’행위다. 이는 협상의 대상인 국제 분쟁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이름으로 진압해야 할 ‘무장 반란’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은 1년 전의 비상계엄을 두고 내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가 내부의 ‘가짜 내란’과 싸우며 국력을 소진하는 사이, 휴전선 너머의 ‘진짜 내란 세력’은 핵무기를 고도화하며 혁명조직(RO)을 이용한 내란 준동을 획책하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헌법 수호는 내란 종식이 아니라, 호시탐탐 국토를 참절하려는 북한의 위협을 분쇄하는 압도적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 세상에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덮어씌우는 나라는 없다. 정부와 여당이 ‘내란 몰이’에 빠지면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고 달러는 도망가며, 내·외부로 퍼주기 경제는 폭망할 것이다. 1년간 지속된 내란 정국으로 얻고자 하는 게 망국(亡國)이 아니라면 ‘국가 자해적 내란 촌극’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미일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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