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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판단 없는 이재명 신년사, 말과 책임 분리된 국정 신호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02 11: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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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통령, 기준·선택 빠진 ‘무책임한 성명서’
  • 5대 방안 ‘이미 소비된 구호 재배열’… 말·행동 불일치 구조화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202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작년 취임 이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왔던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내놓은 신년사는 국정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책임을 유보하는 성명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설 전반에 걸쳐 ‘도약’ ‘전환’ ‘국민 체감’과 같은 가치를 드러내는 단어는 반복됐지만, 어떤 기준에 따라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판단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정치적 연설에서 판단의 부재는 중립이 아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저항을 감수할지에 대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에는 △정책적 우선순위 △중단 또는 조정 대상 △정치적 비용을 수반하는 결정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방향은 제시됐지만 결단은 없었고, 비전은 나열됐지만 책임의 주어는 흐려졌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5대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내용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방 균형 발전 △포용 성장 △안전 △문화 △평화는 이미 수년간 반복 소비돼 온 정책 주제들이다. 

 

문제는 주제의 익숙함이 아니라, 그 주제들이 다시 호출되면서도 왜 지금 이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숫자를 붙였을 뿐 선택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신년사는 결과적으로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구조적으로 낳는 그의 국정 운영 방식과 맞닿아 있다. 

 

판단을 명시하지 않으면 실행은 관료 조직으로 분산되고, 정책 행동은 평균화된다. 

 

대통령의 발언은 커지지만 정부의 실제 정책 변화는 미미해지고, 성과와 실패의 책임 주체는 흐려진다. 

 

‘국민 체감’을 성과 기준으로 내세운 것도 평가와 책임을 유연하게 만드는 장치로 읽힌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설득이나 수사가 아니라 판단이다. 

 

판단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고 비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는 그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책임을 유보하는 언어를 선택했다. 

 

그 결과 연설은 길었지만, 국정의 기준은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됐다.

 

신년사는 한 해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다. 

 

그 출발점에서 판단이 빠졌다는 것은 곧 향후 국정에서 말과 행동의 괴리가 반복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이번 신년사가 비전 선언이 아니라 책임 회피의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대통령이 새해에 마주한 과제는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분명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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