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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칼럼] 마두로 체포의 명분과 본질… 트럼프식 성동격서 전략
  • 주은식 편집위원
  • 등록 2026-01-05 15: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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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마약 밀매 등 혐의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 전형적 성동격서 작전… 목표는 중국 향하는 에너지 동맥 차단
  • 유가 통제… 군사 충돌 없이 중국과 러시아 동시 압박하는 수단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는 ‘마약과 인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가, 인플레이션, 에너지, 미·중·러 경쟁을 하나의 축으로 묶은 거대한 전략 퍼즐의 한 수다. 이 퍼즐을 명분의 언어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국제정치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지렛대와 구조의 문제로 읽어야 한다. 트럼프는 다시 한번 그 냉혹한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 명분을 믿는 순간,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후 정상 역할을 맡게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향해 "마두로와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단호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을 통해 초강수를 던졌을 때, 국제사회는 이를 ‘마약 밀매와 인권 탄압에 대한 정의의 집행’으로 해석하려 했다. 

 

미 법무부와 마약단속국(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제시한 공식 명분도 그러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명분은 늘 포장지 같은 겉치레일 뿐이며, 실질은 언제나 다른 곳에 있다.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마두로는 마약 밀매, 조직범죄 연계, 인권 탄압 등의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되었지만 이것이 곧바로 주권 국가의 현직 원수 체포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국제법상 국가원수는 원칙적으로 형사 관할권과 강제력 행사에서 면책특권을 가진다. 

 

미국의 조치는 법률적 논쟁의 여지가 크며, 형식 논리만 놓고 보면 명백한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 논란을 감수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목표가 마두로 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표적은 마두로가 아니라 에너지 흐름

 

트럼프의 진짜 계산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그 자체,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으로 향하는 에너지 동맥의 차단에 있었다.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해 중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유조선 두 척을 압류함으로써 단순한 제재를 넘어 실질적 에너지 통제에 나섰다. 이는 외교적 항의나 금융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다.

 

중국은 베네수엘라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미국이 이 통로를 직접 차단함으로써, 중국의 에너지 조달 구조는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 조치는 중국을 향한 직접 공격이었지만 겉으로는 ‘마두로 처벌’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졌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다.

 

유가, 인플레이션, 그리고 셰일 산업의 역설

 

유가 문제는 이 전략의 핵심 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요청했지만 사우디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를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사우디는 단기적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유가를 배럴당 52~53달러 선으로 끌어내렸다.

 

이 가격대는 미국 셰일오일 산업의 평균 손익분기점인 65~68달러 아래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셰일오일 업체들은 도산 압박에 직면했고, 시장은 ‘미국이 스스로 자국 산업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트럼프의 구상은 단기 산업 보호가 아니라 장기 유가 통제권 확보에 있었다.

 

베네수엘라 정권을 제거하고, 베네수엘라 오일의 생산량과 수송경로를 미국이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유가는 다시 통제 가능해진다. 셰일오일 산업은 유가가 재상승할 때 재편된 형태로 살아남으면 된다. 즉, 단기 희생을 통한 장기 지배 전략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묶는 에너지 지렛대

 

석유 에너지 시장은 자금력과 헤게모니를 쥔 쪽이 지배하게 되어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시작부터 승패가 갈려 있는 싸움이다. 

 

석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지만 본질적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큰손’이다. 석유 시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손은 없다. 오로지 유가를 통제하는 큰손이 있을 뿐이다.큰손이 어떤 선택과 의도를 갖느냐에 따라 석유의 가격이 통제, 조정된다. 

 

석유 시장의 본질은 약탈적이며 현재 이를 주도하고 있는 큰손은 록펠러의 후손인 엑손 모빌,쉐브론,로열 더치 쉘, BP 등의 ‘7 공주파’와 아람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그리고 러시아·브라질·베네수엘라 등이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사우디가 가장 큰손에 속한다. 

 

이들은 유가 통제를 통해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미국이 주연이고 사우디의 아람코가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련 붕괴 당시에도 사우디는 석유의 달러화 결제, 그리고 지속적인 증산에 따른 저유가 상황을 조성하여 멕시코의 모라토리움과 소련의 붕괴를 유도해 냈다. 그 당시 만약 에너지 가격이 높았다면 원유와 가스 판매로 재정을 조달하는 소련은 붕괴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전략의 파급 효과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에너지 가격과 수출에 국가 재정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는 제조원가·물류·인플레이션 압박이라는 복합 타격을 준다. 

 

트럼프는 군사 충돌 없이 에너지와 시장을 통해 두 경쟁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수단을 택한 것이다.

 

마두로 제거는 도덕적 결단이 아니라 전략적 기점이다. 한 국가원수의 몰락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에너지 패권을 되찾기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 국제정치에서 정의는 종종 선언되지만, 권력은 늘 계산된다. 

 

또한 베네수엘라 인접국 가이아나 에세키바 지역에서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대규모 유전 발견으로 양국 간에 소유권 분쟁이 있었는데 미국 기업이 이를 개발하도록 방향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조치도 이번 작전의 목표에 포함되었다.

 

명분이 아니라 구조와 이면 읽어야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여 빈살만에게 석유 증산을 부탁했을 때 빈살만은 냉정하게 증산을 거절하고 오히려 감산을 해 버려 유가를 올려 버렸다. 

 

빈살만은 이런 조치를 취했다가 트럼프가 등장하자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미국을 방문해 1조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석유를 증산해 유가를 낮췄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65~68달러 이상 유지가 되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데 빈살만은 유가를 낮춰 미국 셰일가스 업계를 고사시킨 후 유가를 조정해 다시 고유가 정책을 취하고자 한 것이다. 

 

빈살만은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는데, 트럼프가 그 의표를 찔러 버렸다.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는 마약 밀매와 인권 탄압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조정하여 유가를 통제하겠다는 의도하에 펼친 성동격서 전략이었다.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는 ‘마약과 인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가, 인플레이션, 에너지, 미·중·러 경쟁을 하나의 축으로 묶은 거대한 전략 퍼즐의 한 수다. 이 퍼즐을 명분의 언어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국제정치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지렛대와 구조의 문제로 읽어야 한다. 트럼프는 다시 한번 그 냉혹한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 명분을 믿는 순간,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있어서 에너지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통해 경제 산업 부분을 파악하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때이다.

 

한미일보 편집위원





◆ 주은식 편집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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