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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난중일기] 웃을 수밖에 없는 선고
  • 방민호 교수
  • 등록 2026-02-20 0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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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환한 미소. [사진=연합뉴스]

척추 디스크 증세가 엄습해 오지만 쓰지 않을 수 없다. 아파도 웃을 수밖에 없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을 슬프게 보았지만 데모크리토스는 우습게 보았다. 세상은 멀리서, 또 넓게 보면, 웃을 수밖에 없다. 

 

한 번 웃어보자. 대통령께는 무기징역을 ‘때리고’ 국방장관께는 30년 ‘때리는 것을 보고, 헉, 이건 30년이 더 길어 보이는데, 했다. 후후후, 우리 나이에 30년 버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담대하고 의연하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

 

대통령은 선고를 듣고 정말로 웃었다고 한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굳세게 투병 중인 한 유튜버는, “비굴한” 판사가 선고를 내린 뒤, 대통령이 웃으면서 변호인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담대하고 의연하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 처음에는 기가 막혔지만, 그다음에는 헛웃음이 났고, 그다음에는 정말로 ’재미졌다‘. 환하게 한 번 웃을 수 있었다. 그게 선고를 지켜본, 미래를 기약하는 이들의, 표정의 ’감상‘이었다. 

 

19일 무기징역 선고가 있은 후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캡처]

이 마지막 선고가 있기까지, 그래도 판사에게 기대를 걸어볼 실낱같은 이유가 없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대통령의 석방을 명령했던 것이다. 이제 판가름이 났다. 그도, 이제, 단재 선생의, 그, ‘님나라’ 찾아가는 한 길에서 뛰어내린, 안타까운 ‘한놈’이 되고 말았다. 

 

안타깝다. 씁쓸하다. 고민이 얼마나 컸으랴도 싶다. 무슨 술집에 드나들었다고 난리법석이 나지 않았었나. 갈아치워야 한다고 얼마나들 공격을 해댔던가. 

 

자리가 그를 그토록 괴롭게 했던 것이다. 하필, 어째서, 그에게 그런 가혹한 운명의 짐이 지워졌단 말인가. 그는 “비굴해”지지 않을 수 없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졌던 것이다. 

 

다시 한번 그를 좋게 해석해 보자. 그는 160번인가 하는 재판을 열고 또 160명인가 하는 증인을 출두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재판을 질질 ‘끌어댔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여러 좋은 일들이, 진실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우선, 그 사이에, 미국에서 2020년 대선 때 국제적 세력들이 부정선거 네트워크에 깊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국의 선관위와 A-web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가짜들이 진실을 호도하다 

 

다음, 재판이 길게 가고 온갖 공방이 오가는 사이에 이 과정이 중계될 수 있었다. 국정원 직원의 ‘지렁이 메모’가 가짜임이 국민 앞에 드러났다. 

 

특전사령관의 “요원 끌어내라”가 국회의원의 속삭이는 듯한 ‘명령’으로 “의원 끌어내라”로 교정되는 장면도 유튜브들을 탔다. 

 

최근에 또 어떤 녹취록을 들으니, 이들은 유튜브 촬영을 하기 전, 옥신각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서로 입씨름들을 벌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짜 내란은 누구의 것인가? 

 

또 다음, 젊은 세대가 대거 각성을 해버렸다. 재판이 진행된 1년여 시간은 청년들이 이 나라의 상황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부족하지만은 않았다. 젊은 세대의 여론 추세가 완전히 뒤바뀌었고, 가짜 여론조사는 이를 덮느라 전전긍긍한다. 

 

마지막으로, 선고 직전에 유튜브 채널들을 타고 ‘엔추파도스’(enchufados)라는 말이 전류가 흐르듯 흘러 다녔다. 

 

‘플러그에 꽂힌 사람들’, 부당한 권력에 암암리에 연결된 사람들, 겉으로는 비판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협력하고 결탁하는 사람들, 야당 행세를 하지만 사실은 국민을 부당한 권력 체제에 양식장 ‘가두리’ 치듯 묶어두려 하는, 지능적 부당 권력 협력자들, 이들을 가리켜 ‘엔추파도스’라 한다고, ‘국힘’의 미스테리를 풀지 못하던 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그렇구나, 하고 마음의 태세를 다질 수 있었다. 

 

일개 판사가 이렇게나 많은 일을, 큰일을 이루게 해주었다니, 우선 그의 노고라도 치하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선고문 쓰다 흥이 났다기로 

 

그런데, 선고문을 읽으면서 그가 벌인 가장 나쁜 일은, 일개 판사 ‘따위’가 억지 논리로 사태를 호도하며, 감히 성경을 들먹인 것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 말만은 차마 안 썼어야 좋았다. 필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속된 인간이 벌이는 일들을 호도하기 위해 누구나 신성하게 여기는 것을 함부로 끌어다 써서는 안 된다. 

 

성경이며 촛대 같은 것은 위대한 작품에 어떻게 등장하는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우리는 안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이나 옥살이를 해야 했던 장발장을, 미리엘 주교는 따뜻하게 환대한다. 

 

장발장은 그날 밤 미리엘 주교의 은제 식기를 훔쳐 달아난다. 경찰에 붙잡혀 온 장발장을 향해 미리엘 주교는 “왜 내가 준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소?”라고 묻는다. 그렇게 장발장을 경찰의 손에서 구해주고 대신 장발장의 영혼을 참된 경지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 장발장을, 자베르 경감은 참으로 끈질기게 추적하여 죄를 물으려 한다. 그의 집요한 추적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장발장의 ‘자비’ 앞에 무너지고 만다. 자베르의 선악을 가르는 법률 만능의 가치관은 끝내 붕괴되고 그는 마침내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판사는 성경을, 촛불을 어떻게 등장시켰나? 아무리 선고문을 쓰다 흥이 났다기로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어야 좋았다. 나쁜 생각도 옳다고 생각하며 밀어붙이다 보면 그럴듯해 보이고 자신이 합리화되고 ‘상대편’은 악인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남을 ‘극우’로 몰아붙이고 스스로 만족하는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선고가 있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는 대통령의 통치권에 대해서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공수처의 수사권 여부에 대해서도 원래의 ‘자기 판단’을 뒤집었고, 체포령을 둘러싼 각종 증거 대해서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용케도 그때 군인들이 실제 총탄 등의 무장을 하지 않은 것만은 인정했다. 실탄이니 총기니 하는 것은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던 사람들의 주된 논거였다. 

 

또, 대통령에게 감히 사형은 선고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때려’ 대통령과 우리를 어처구니없어 웃게 하고, 입에 거품을 물 준비가 된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1월13일 결심 공판에서 특검이 사형을 구형했을 때도 윤석열 대통령은 웃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캡처]

부정선거는 주권 약탈 행위

 

필자는 우리 공화국의 미래를 믿는다. 공화국이란 국민이 공동체의 주인들인 나라다. 이 나라는 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통치를 하고 선거를 한다. 

 

이 선거에서 부정을 행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인 국민의 주권을 약탈하는 끔찍한 범죄 행위다. 이 범죄 행위, 이 내란에 준하는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 단죄를 당하지 않는 한, 이런 우스운 선고는 계속될 것이다. 

 

슬프고도 안타깝다. 그러나 웃자. 지금 우리가 만나는 이 모든 일들은 대통령이 의연하게, 대담하게, 굳세게 웃고 있어서 생기는 일들이다. 


이 지겨운’ 선고는 정말, 어딘지 모르게, 익살스러운 데가 많다. 장막을 뒤집어쓴 이들에게 빛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 방민호 교수

 

문학박사, 서울대 국문과 교수. 계간문학잡지 ‘맥’ 편집주간(2022년~)이자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연인 심청’(2015), ‘통증의 언어’(2019), ‘한국비평에 다시 묻는다’(2021), 서울문학기행(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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