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특집] 은폐된 46년의 공백… 폭도 총맞아 죽을지 공포에 떤 계엄군
1980년 5·18 당시 총·칼·낫·곡괭이를 든 무장 폭도들에게 포위된 채 죽음의 공포에 떨었던 계엄군 장병들의 피맺힌 절규가 담긴 자필 수기가 5·18의 진실의 퍼즐을 채워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가해자’라는 낙인 뒤에 숨겨진 계엄군의 절절한 비애가 담긴 수기는 46년간 ‘학살자’로 매도돼 온 그간의 계엄군 이미지와 큰 괴리를 낳고 있다. <한미일보> 취재진이 2년 전 단독 입수한 ‘광주사태 진압을 위한 충정작전 체험담’은 폭도들의 무장 공격으로 공포에 직면한 장병들이 죽음을 넘나드는 사선에서 생존을 갈망하는 한 인간으로서 고뇌와 애환·절규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공화당이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면서도 ‘MAGA 확대’를 전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게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국내외 주류 언론에선 반복적으로 ‘트럼프 피로감’ ‘공화당 진영 내부 균열’을 말해 왔다. 그런데 실제 미국 정치 현장에선 정반대 흐름이 뚜렷하다.
공화당은 ‘트럼프당’ 성격을 강화 중이며, 트럼프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도 제도권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그 상징적 장면의 하나가 5일 인디애나주 공화당 예비선거(경선)였다.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받은 예비후보들 7명 중 5명이 본선티켓을 거머쥐었고, 나머지 2명 중 1명은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RINO’ 위축과 공화당 재편
인디애나는 원래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 중요하다. 공화당 텃밭에서 라이노 즉 ‘이름만 공화당(RINO·Republican In Name Only)’이 기세를 떨쳤다면, 트럼프 영향력 쇠퇴의 전국적 신호로 해석됐을 것이다. 현실은 반대였다. 당 조직·보수 유권자·지역 정치인들 모두 트럼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상원·하원·주정부 단위 후보군에서 MAGA 핵심 의제에 충실한 인물들이 우세를 보였다. 국경통제 강화, 불법이민 억제, 제조업 회귀, 반(反)중국, 반(反)워키즘, 에너지개발 확대 등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이다. 과거 공화당 주류가 강조하던 ‘작은 정부’ ‘재정 균형’ 식의 추상적인 보수주의보다, 문화전쟁·국경·국가정체성 등 훨씬 실감 나는 이슈가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공화당, 월가 텃밭에서 대중 보수정당으로
한때 공화당에선 월가·대기업·보수 싱크탱크·네오콘 외교안보 그룹 영향력이 강했다. 이들은 소련 해체 이후 민주당 글로벌리스트들과 연대가 왕성했던 성향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 공화당 핵심 기반은 △지방 중산층 △백인 노동 계층 △복음주의 기독교 △국경 이슈에 민감한 교외 유권자들로 거의 물갈이됐다고 알려졌다.
한편 공화당 주류를 ‘백인 노동 계층’이라고만 단정해선 안 되는 이유도 생겼다. 히스패닉·아시아계 일부, 특히 자영업·종교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가 늘었다.
다인종 보수연합 성격까지 띠기 시작한 모양새다. 트럼프의 MAGA는 단순 선거 구호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시장화 과정에서 소외된 미 중산층의 부흥운동 성격이 본질임을 뒷받침해 준다.
중간선거 앞둔 ‘지도 전쟁’
텍사스·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미주리 등 공화당 주들을 중심으로 중간선거를 겨냥한 선거구 재조정 논의와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텍사스에선 공화당 의석 확대 방향 재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플로리다에선 론 디샌티스 주지사 주도 재조정이 벌써 공화당 우세 ‘다지기’ 효과를 낳았다. 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 역시 민주당 현역 지역을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민주당 주들도 일찍부터 선거구 조정에 적극적이었다. 따라서 공화당 움직임만을 ‘민주주의 훼손’으로 규정하면 미 현실 정치의 관행적 측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 정치에서 선거구 재조정은 오래전부터 권력투쟁 핵심 기술의 하나였다.
지난달 29일, 루이지애나주의 민주당 주도 인종별 게리맨더링엔 연방대법원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흑인 다수 선거구 유지와 투표권법을 둘러싼 복합적 충돌 요소가 강했으며, 일률적으로 민주당만 문제 삼진 않았다. 다만 루이지애나의 경우, 선을 넘었다고 판단된 것이다. 인종을 선거구 획정의 노골적인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MAGA 충실도’가 공화당 후보 기준
공화당이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면서도 ‘MAGA 확대’를 전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노선 청산 분위기가 강했다면, 중간선거 전략이 이른바 온건 보수 내지 부동층 끌어안기로 흘렀을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후보 선별 기준 상당수가 ‘MAGA 충실도’로 수렴하고 있다.
민주당과 주류 언론도 부분을 놓친다. 트럼프 지지층은 단순 팬덤이 아니라, 미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형성된 정치연합이다. 제조업 쇠퇴, 불법이민 증가, 도시범죄 만연, 정체성 정치 피로감, 대중국 경쟁 심화 등의 누적 속에서 태어난 일종의 시대 현상임을 읽어야 한다.
남부 국경통제 실패 이미지는 민주당의 치명적 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균열마저 생긴 반면, MAGA 진영 메시지는 ‘국경을 닫아라’ ‘불법 월경을 막아라’로 단순명쾌하다.
외교·안보에서도 ‘트럼프 불리’만 언급한다면 편향된 시각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중동 사태, 중국과의 긴장 속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여전히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유럽·동맹국 방위비 압박 또한 미국 내 지지가 높다. 왜 다른 나라 안보에 천문학적인 미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지 회의적인 유권자가 많다.
현재 미국 정치는 이미 공화당 구조 자체가 ‘MAGA화한 이후’ 국면에 가깝다. 트럼프 중심으로 재편된 ‘새로운 보수 대중정당 공화당’이 ‘기득권 엘리트 정당 민주당’ 이미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 모양새다. 물론 미국 정치 변수는 워낙 많아 중간선거 결과를 단정하긴 이르다. 그러나 실제 흐름을 냉정히 바라볼 때, ‘트럼프 몰락’ ‘MAGA 쇠퇴’ 관점이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이를 기정사실인 양 간주한 분석은 경계해야 한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