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인물 소개는 생략. 한미일보
어제 청년단체인 자유대학 집행부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좁은 식당의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그들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밝았다.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모임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음습한 긴장감은 없었다. 오히려 맑고 선명한 눈빛, 그 속에 담긴 기대와 호기심이 먼저 다가왔다.
그러나 그 웃음 너머에는 분명 무거운 짐이 놓여 있었다. 청년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분명하게 공유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재명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누군가는 정치적 편향이라 치부할지 모르지만, 내가 마주한 그들의 말과 태도에는 단순한 정치적 기호가 아닌 절박한 심정이 배어 있었다.
운영 형편은 결코 넉넉지 않았다. 후원은 대부분 소액이고, 사무실조차 일정치 않은 형편이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 8월 5일, 서울과 부산에서 ‘윤 어게인’ 행진을 성사시킨 것도 바로 이들이다. 수천 명이 모여 외친 자유의 함성은 결코 저절로 울려 퍼진 것이 아니었다. 무대 뒤편에는 젊은이들의 땀과 헌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제 이들은 국경을 넘어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그 외침은 더 이상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들이 가진 사명감이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느냐”는 묵직한 자각이 있었다.
그날 자리에서 청년들은 허겸 대표에게 12·3 중공 간첩단 체포 사건에 관해 집중적으로 물었고, 보수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거침없었고 답변은 성실했다. 그 대화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들이 짊어진 시대적 과제를 확인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나는 속으로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진보’라 부르며 민주주의를 독점하는 듯 행동하는 기성 정치인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과 이익에 매달려 국민을 기만하는 이들과 달리, 이 청년들은 솔직했다. 화려한 언어 대신 단순한 진심을 말했고, 계산된 미소 대신 투명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솔직함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건강한 힘이 아닐까.
식사가 끝나갈 무렵, 청년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거대한 자금도, 정치적 후원도 없이 스스로 길을 열어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왜 이 청춘들이 이토록 힘겨운 싸움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가. 왜 이들이 거리로 나서 깃발을 들어야 하는가. 기성세대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오늘의 청년들이 이렇게 고단하게 자유를 외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문득 1980년 봄의 청년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군사독재와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피를 흘리며 시대의 벽을 뚫어냈다. 그들의 희생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제도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세대의 일부는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자유를 외치는 새로운 청년들을 ‘극우’라 낙인을 찍고 있다. 자유를 찾기 위한 저항자였던 이들이, 자유를 지키려는 수호자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현실. 이것이 우리가 목도하는 기묘한 역사의 장면이다.
여기서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2025년 오늘의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자유를 지키겠다는 외침으로 거리에 선 이들이 훗날 또 다른 기성세대가 되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까. 아니면 선배 세대의 변질을 반면교사 삼아, 끝내 자유의 편에 서 있을까.
역사는 반복되지만,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지금 이들의 눈빛 속에 담긴 진실성이야말로 미래를 가늠하는 유일한 단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제 청년들의 맑은 눈빛을 보며 부끄러움과 동시에 희망을 느꼈다. 부끄러움은 우리 세대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는 사실 때문이고, 희망은 이들이 보여준 솔직한 사명감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자유를 외치는 청년들은 언제나 시대의 거울이었다. 2025년 오늘의 청년들이 내일의 권력이 되었을 때, 그들이 지금의 눈빛을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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