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연단에 선 이재명, 그러나 그림자는 김정은. 대북정책과 비핵화 구상에서 드러난 ‘김정은 따라하기’ 논란의 상징적 표현. 한미일보 그래픽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은 “빛의 혁명”, “오색 응원봉” 같은 화려한 수사와 상징으로 가득했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구체적 해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모두를 위한 AI’, ‘더 많은 민주주의’, ‘에너지 대전환’ 등 구호는 요란했지만 실행 전략은 빈약했다. 결국 ‘요란한 빈수레’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대북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3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북한의 ‘두 국가 공존론’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며,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가원수가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헌정 질서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

이어 제시한 ‘E.N.D. 구상’(교류·정상화·비핵화)도 북한이 줄곧 강조해온 단계적 동시행동론과 닮았다. 

남북 교류를 확대하고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명분은 타당해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북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공존을 전제하는 것이다.

핵 문제에서도 대통령은 “단기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중단→축소→해체’라는 단계적 비핵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G7, EU, 아세안 등 국제사회 역시 모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관리·동결식 접근을 공언한 것은 국제적 합의와 충돌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유엔총회는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다. 이곳에서 한국 대통령이 강조해야 할 것은 감성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 협력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국내 지지층과 교민을 겨냥한 화려한 언어와 감성적 상징에 치우쳤다. 국제사회와 동맹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한국 외교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면,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헌법과 동맹, 국제사회의 합의에 부합하는 실질적 비전과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김정은이 쌍방울 대북송금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려운 것일까. 스스로 김정은 2중대를 자처했다. 이보다 더 위험한 외교적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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