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수개월을 끌었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미 정부의 팩트시트 발표로 뭔가 일단락된 듯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금관 선물과 난데없는 ‘핵추진잠수함’ 거론 등 경주 난장 쇼 이후 좌파 정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국정 지지율 또한 소폭 올랐다는 여론조사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그런 자화자찬 뒤의 실상은 어떤가. 지금 대한민국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대공황급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유가는 1800원을 찍었고 칼국수 한 그릇에 1만1000원 시대가 열렸다. 국밥은 1만 원을 넘어섰고 커피 한 잔 값도 치솟고 있다.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들은 환전하다 기겁하고, 유학생들은 생활비 감당이 안 돼서 난리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수천억 원씩 순이익이 증발하고 있다. LG화학은 환율이 10% 오르면 3900억 원이 날아간다.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MBC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엔저 정책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재명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일본 탓을 하고 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요 가소로운 잔머리 굴리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한 공식 협의체(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공단)를 구성하고 24일 첫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선 주로 ‘전략적 환헤지’와 함께 한국은행과의 외환 스와프 계약 연장·확대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환헤지란 미래의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고정해 놓고 그 환율로 외화를 사고팔기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중 환헤지의 비중을 10%까지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전략적 환헤지란 한마디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아서 달러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엔 크게 다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국민연금이 향후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포기함으로써 수익률이 저하돼 국민 노후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방법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환율의 원인인 내수 침체, 성장률 둔화 같은 펀더멘털(fundamental·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환율 안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환율이 오르는 근본적 이유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수요가 줄어들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상수지 흑자란다. 수출이 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정상이라면 환율이 안정돼야 한다. 그런데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달러 유입이 줄어든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답은 뻔하다. 달러를 벌어들인 기업들이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투자했다가 이재명 정권 때문에 망할 것 같으니 미국으로 다 빼돌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은 이재명이 막아 놨고 코스피(KOSPI)는 인공지능(AI) 거품 놀음에 왔다갔다 하니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미국 주식 사는 서학개미가 된다. 이재명 리스크가 만든 기현상이다.
이재명이 만든 달러 유출의 덫은 네 가지다.
첫째, 통화 남발이다. 이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빠르게 돈을 풀고 있다. 원화가 많이 풀리는데 원화 가치가 보장되겠는가. 한국이 비(非)기축통화국 중 재정적자 1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둘째, 중국 저가상품 공세다. 알리·테무·딥시크 등이 들어와 우리 기업을 쓸어 버리고 있다. 구제금융 신청한 기업들 절반이 신청 사유를 중국 저가상품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이 쓰러지니 달러를 벌어들일 주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셋째,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반(反)기업 규제다. 한국에서 기업 하기 힘드니 미국으로 가고 있다. 즉, 달러가 유출되는 것이다.
넷째, 한·미 무역 합의 참패로 연 200억 달러를 미국에 강제 투자해야 한다. 우리의 외환 보유고 가용자금이 65억 달러인데 200억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
이 네 가지 덫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환율이 폭등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외적 요인도 있다. 한·미 금리차 때문에 미국 달러가 강세인 것은 맞다. 엔화와 위안화가 약세로 가면서 원화도 동조화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환율 상승률은 압도적이다. 계엄령 때 잠깐 올랐다가 금방 회복됐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상시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게 우연이겠는가?
다 이재명 리스크다. 친중 정책을 고수하는 이재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쪼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에는 통화스와프를 제공했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무역 합의를 거부하자 정권을 교체시켰다. 이재명에게는 금융과 무역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국민이 고통받고, 국민이 고통받으면 이재명을 원망한다는 것을 트럼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폭등의 결과는 참혹하다. 물가 상승, 수입 비용 상승, 유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원자잿값이 올라 장사가 안된다. 배송비가 올라 마진이 깎인다. 건설 비용이 올라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부르고 있다.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안보 위기와 맞물릴 때 가장 위험하다는 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아돌프 히틀러를 낳은 독일의 초(超)인플레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 길로 가고 있다.
이재명은 교과서에 실릴 것이다. 그것도 최악의 위정자로…. 좌파 정책을 쓰면 주식시장, 외환시장, 부동산 시장, 무역 시장 네 개가 한꺼번에 박살날 수 있다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부동산은 현금 부자들이 밀어 올려 5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고, 서학개미는 달러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환율은 폭등하고, 무역은 합의 참패로 기업이 이탈하고,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혀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 네 개의 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는 전무후무한 경제 참사다.
이재명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윤 대통령 탓을 하고 계엄령 탓을 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는 게 윤석열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런데 계엄령 때보다 지금의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질 실효 환율지수가 2009년 이후 최저치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재명이 집권한 이후 줄곧 환율이 치솟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답은 이재명 리스크다. 이재명의 친중 정책, 반기업 정책, 통화 남발 정책이 만든 참사다. 트럼프가 금융과 무역으로 압박하는 것도 이재명을 갈아치우기 위함이다. 환율 1500원 돌파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재명이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의 고통은 커진다. 내년 지방선거가 마지막 기회다. 이재명을 심판하지 않으면 IMF 때보다 더 심각한 대공황이 닥칠 것이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