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021년 11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병역제도 개편 시민사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 개편안에는 지금 문제되고 있는 통합사관학교 운영에 관한 제안도 포함돼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대통령 공약을 근거로 군 교육기관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장관 직속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관학교 통합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입법 구상을 공식 제시했다.
개편안은 사관생도 1·2학년을 서울에 신설될 통합사관학교에서 공동 교육하고, 3·4학년부터 각 군 사관학교로 이동해 전문 군사교육을 받도록 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국방부는 합동성 강화와 교육 효율성 제고를 추진 명분으로 내세우며, 현행 군별 사관학교 설치 규정을 바꾸기 위한 ‘통합사관학교 설치법’ 제정도 병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정책들이 실제로 군을 강하게 만든 사례가 있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개혁은 종종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급하게 추진됐고, 그 결과는 혼란과 전력 약화로 이어진 만행이 되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번 통합사관학교 논쟁 역시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합동성 측면에서 통합사관학교는 재고해야
현재는 각 사관학교가 교육 품질과 인재 배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통합 이후에는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 군에서 책임이 흐려지면 전력도 함께 약해진다. 군 교육기관 통합은 군 교육 체계와 조직의 뿌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합동성은 모두를 같은 틀에 넣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 부대가 명확한 역할 분담과 정보 공유를 통해 결합할 때 비로소 함동성이 작동한다. 그러나 과거 합동대(국방대 합동성 교육)에서 드러난 사례처럼 합동성은 서로 다른 조직을 하나의 틀에 억지로 묶는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명확한 역할 분담과 정보 공유가 이뤄질 때 비로소 합동성이 작동한다. 합동성은 거문고 12줄이 서로 떨어져서 오묘한 소리를 내는 이치와 같다.
다양성이 살아 있을수록 합동 효과가 커지는 구조적 특성상, 초급 장교 양성 단계부터 교육을 획일화하는 통합사관학교 모델은 오히려 군별 전문성을 약화시켜 협력보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양성이 살아 있을수록 합동의 효과는 커지는데, 통합사관학교는 합동성을 명분으로 다양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전문성이 약해진 조직 간 협력은 합동이 아니라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는 뒤섞임에 불과하다.
통합사관학교 구상은 미래 전장 방향에 역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조직의 크기나 형식적인 통합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드론과 위성 정보, 전자전과 사이버전, 실시간 판단과 현장 결심이 전투력을 좌우한다. 전장은 ‘통합된 조직’이 아니라 군별 ‘전문화된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결합되느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통합사관학교는 초반 2년의 공통 교육으로 장교의 전문성을 다질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 교육은 군 특성에 맞는 장교의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곳이지 군인을 완성하는 곳이 아니다. 장교의 전문성은 교실이 아니라 야전에서 만들어진다. 각 군이 처한 작전 환경, 사용하는 장비, 축적된 전술 경험 속에서 오랜 시간 쌓인다. 출발 단계에서 군종의 차이를 흐리면 전문성은 강화가 아니라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은 혁신과 비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
교육은 백년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자문위는 사관학교 통합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양심이 있으면 답을 해야 한다.
전쟁은 속도의 싸움이고, 교육과 교리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 체제에서 전문성보다 표준화가 우선되면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캠퍼스 재편, 시설 이전, 행정과 인사 통합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효율화를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국가 혈세를 낭비하고 비효율을 키울 수 있다.
이 논쟁의 더 깊은 문제는 따로 있다.
통합사관학교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이 흐름은 집요한 육사 이전, 육사와 3사 통합, 통합사관학교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 변화 과정의 핵심은 육사 해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군사적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군 개혁은 조용하고 치밀하며 명분이 명확해야 한다. 어떤 조직이 밉다고 그 상징을 부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내면 개혁은 만행이 된다.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혁을 해야 한다
사관학교 공통 교과를 정교하게 다듬고, 전문성을 기초로 한 합동 작전 시뮬레이션을 확대하며, 상위 단계의 합동참모 교육을 실질화해야 한다. 각 군별 주요 직위자는 합참 인사 교류를 통해 합동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각 군의 전문성을 지키면서 결합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합동성이다.
통합사관학교는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개악이다.
이는 서울대를 폐지하기 위하여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을 통합하려는 발상처럼 유치하고 근시안적이다. 도자기 파편을 1만 개를 모아도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지 못한다. 각 군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각 군에서 모집하고 각 군의 전통에 맞게 육성해야 한다.
현재 국제 정세는 이미 전쟁 상태다
모든 영역에서 보이지 않게 전쟁을 하고 있고, 상대의 지휘통제 수단을 마비시키고 전투를 개시하는 우주군 개념이 실제 작전에서 적용되는 마당에, 우리의 논쟁은 아직도 정치적 계산에 머물러 있고, 위정자의 상상적 계엄 보복에 빠져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각 군의 78년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해체하려는 군 기초 조직 파괴 시도는 당장 멈추길 바란다. 위정자는 정쟁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거국적이고 대승적인 방향으로 정진해야 한다. 통합사관학교 자문(諮問)위는 군을 흔들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문(自問)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