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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을 ‘투기’로 몰아붙인 정책의 대가
  • 한미일보 편집국
  • 등록 2026-01-26 15: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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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유동성·공급은 외면한 채 책임만 개인에게 넘겼다
  • 강남 급등·증시 고점·환율 불안은 하나의 흐름이다
  • 부동산을 투자로 인정해야 자본의 출구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집을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값은 언제나 같은 조건에서 움직였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정치권은 늘 같은 단어를 꺼내 들었다. “투기 때문이다.” 설명은 단순했고 책임의 방향도 분명했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한 시기를 되짚어보면 좌우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공통된 조건이 있다. 

 

금리는 낮았고, 유동성은 풍부했으며, 공급은 단기간에 늘지 못했다. 가격은 언제나 이 세 가지가 겹칠 때 움직였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부동산을 투기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은 왜 가격이 올랐는지를 묻지 않게 된다. 분석은 사라지고, 도덕적 판단만 남는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금리와 유동성, 시간이 필요한 공급 문제를 비켜 가기에는 ‘투기’라는 단어만큼 편리한 설명도 없다.

 

‘투기’라는 말이 설명을 대신할 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언급하며 “투기·투자 목적의 장기 보유”가 공급을 막고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장기 보유 인센티브가 거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집값 급등의 핵심 원인처럼 제시하는 것은 사실의 일부만을 떼어낸 설명이다. 금리와 유동성, 공급의 경직성이라는 더 본질적인 요인은 빠져 있다.

 

특히 집값이 민감한 국면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하나의 언어로 책임을 시장과 개인에게 돌려온 관행은 정책 실패의 원인을 흐려왔다. 

 

설명이 사라진 자리에는 낙인만 남고, 정책은 점점 설득력을 잃는다.

 

돈은 머물 곳을 찾는다

 

주요 선진국들은 부동산을 투자 자산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규제와 과세를 설계해 왔다. 

 

미국과 영국은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모두를 자본시장 안에서 관리하며, 리츠를 통해 유동성을 흡수한다. 부동산 수요를 억누르기보다 자본시장으로 옮겨 관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을 투기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구호 아래 민간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을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정상적인 리츠 시장도 형성되지 못했다. 

 

자본은 흡수되지 못한 채 개발사 부채와 음성 금융로 쏠렸고, 이는 결국 부동산 붕괴와 자본 통제로 이어졌다. 

 

부동산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자본의 경로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조적 사례다.



이재명 X 캡처.문제는 이제 한국의 현실이다. 

 

부동산도, 증시도 모두 비싸졌다. 자산 가격이 오를수록 기대수익은 낮아지고, 투자자들은 다음 상승보다 하락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국내 주요 자산이 동시에 고점 인식에 들어서면 유동성은 더 이상 안에서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 이때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국내 자산을 떠나 해외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환율이다. 

 

환율은 무역 수지의 결과이기 이전에, 자본이 어디에 머물기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산 가격은 오르는데 통화가 약해진다면, 이는 성장 기대가 높아서라기보다 국내에 남아 있을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부동산을 투자로 인정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관점을 바꾸면 해법의 윤곽이 드러난다. 

 

부동산을 투기가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정리하는 순간, 많은 혼선이 사라진다. 

 

투자 자산이라면 가격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반응한다. 오를 때도 이유가 있고, 내려갈 때도 이유가 있다. 설명의 기준은 도덕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여기서 리츠(REITs)는 단순한 부동산 상품이 아니다. 

 

리츠는 부동산을 직접 사고파는 제도가 아니라,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누는 자본시장 장치다. 

 

개인이 집을 직접 사지 않아도 상업용 부동산이나 임대 자산의 수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부동산 수요를 억누르는 대신 자본시장 안으로 흡수하는 통로다.

 

다만 이는 리츠가 정상적인 세제와 공시, 민간 중심의 운용 구조를 갖출 때 가능한 이야기다.

 

공공 주도 개발형 상품에 머무는 한, 리츠는 자본의 통로가 아니라 또 다른 정책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부동산을 투자로 인정하자는 주장은 집값 상승을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가격을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설명하고 관리해야 할 결과로 되돌리자는 요구다. 

 

부동산을 투기로 몰아붙이는 동안 유동성은 말없이 출구를 찾는다. 

 

정치는 잠시 유리할 수 있어도, 시장은 결국 등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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